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KBS 기자들이여, 지금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0일자 기사 'KBS 기자들이여, 지금은…'을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제작거부라는 명분이 차고넘치더라도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할 때

‘KBS 기자들, 제작거부는 유보돼야 한다’
방송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가를 한국의 공영방송 KBS, MBC는 국민을 상대로 학습시키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디어 선거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공영방송사의 퇴행과 공정성 시비는 그 존재감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번에는 KBS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에 의하면, ‘KBS 방송에 대한 이사회와 사장의 박근혜 감싸기식 태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사상처음으로 제작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낙하산 사장의 부당한 간섭이나 불공정 보도 시비는 종종 사회적 논란거리였는데, 이제는 KBS 이사회까지 나서서 방송제작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물론 제도적으로도 이사회가 방송제작에 간여·간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은 이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방송한 KBS 대선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 편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있는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이사회에 불려갔다온 후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동안 불만을 참아온 일선 기자들의 분노를 더 키운 결과가 됐다.
이번 사안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한국의 공영방송 제작과정과 결과, 그 대처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누가 집권하든 대수술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 4일 밤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대선 특별기획 1부-대선후보를 말한다'

우선 공정성 시비에 대한 문제 대처 방식이다.
‘대선후보를 말한다’라는 보도에 만약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만들어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문제시 할 것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몇차례 심의를 거치고 제작, 방영된 사안에 대해 이사회와 사장이 나서는 문제는 방송 자율성 훼손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사장이나 이사회 등 어떤 부당한 내외부 세력도 공영방송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없다. 이사회에서는 ‘공정성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사회는 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제작에 대해 ‘공정성’ 운운 하는 것조차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위가 된다.
설혹 이사회는 ‘의견제시’ 정도로 표현했다하더라도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나 일선 제작 기자들이 ‘압력·간섭’으로 받아들인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공영방송 내부 심의실과 외부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역할을 존중해줘야 한다. 사장과 이사회가 월권행위를 하게 되면 공영방송은 과거로 퇴행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
또한 공영방송의 선거시 포지셔닝에 대한 자기점검 부분이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제작거부라는 극단 선택은 미디어 선거를 퇴행시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벌써 잊었는가.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선거문화를 근절하자면서 강화한 것이 바로 ‘미디어 선거’였다.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방식의 선거는 안된다면서 도입한 것이 바로 미디어 선거였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과거를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미디어 선거의 핵심은 바로 TV 토론의 활성화, 공영방송의 후보 검증 보도 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미디어 선거를 강화한 것이었다.

지난 4일 밤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대선 특별기획 1부-대선후보를 말한다'

그런데 2012년 대통령 선거 모습은 어떤가. 미디어 선거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다시 고비용 저효율이라던 과거 대규모 군중집회 선거로 회귀하고 있지 않은가. ‘TV토론’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공영방송의 검증방송은 자율성 침해, 공정성 시비로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낙하산 사장’들의 공영방송 죽이기는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이뤄져 왔다는 것을 일선 기자들은 더 잘 알고 있다.
끝으로 KBS, MBC 공영방송사는 부도덕한 권력, 정치세력으로부터 불법적 압력을 극복해야 할 시대적 상황에 맞서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KBS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하겠다고 결의한 날 법원은 MBC PD수첩 제작진들에게 징계무효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은 2012년 12월 7일 정직 3개월을 받은 조능희, 김보슬 PD와 감봉 6개월을 받은 송일준, 이춘근 PD의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낙하산 사장 그 이상의 사장’이 내려온 또 다른 공영방송사 MBC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MBC에도 상식적으로 법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사장은 조능희 PD수첩 PD 등 4 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MBC는 2011년 9월 5일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는 사고(社告) 방송을 냈다. 이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PD수첩 PD 등 4명에게 징계라는 칼을 휘두른 것이다.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데 대해 회사는 거꾸로 ‘사과’까지 한 것은 징계를 염두에 둔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제 선거는 눈앞에 다가왔다. 제작거부라는 명분이 차고넘치더라도 참아야 한다. 그리고 제작에 나서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듯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 기자의 시대적 양심은 존중돼야 한다. 비록 보도되지 못하는 뉴스가 있더라도 일단 제작하고 일단 보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마이크를 들어야 할 때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ykim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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