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사설]“공영방송 망치고 기자정신 모욕하지 말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7일자 사설 '[사설]“공영방송 망치고 기자정신 모욕하지 말라”'를 퍼왔습니다.

대선 후보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 과거 행적 등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공영방송 후보 검증 작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KBS에서 후보 검증 프로그램 하나가 편파성 시비에 휘말려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결의하는 등 사달이 벌어졌다.

전말은 이렇다. KBS는 지난 4일 을 통해 ‘대선 특별기획-대선 후보를 말한다’란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이튿날 KBS 임시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방송이었다고 공격했다. 이 자리에는 본부장이나 임원도 아닌 김진석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책임자로 불려왔다. 길환영 신임 사장은 편파 시비의 소지가 있다,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다며 동조 발언을 했다. 이튿날 김 단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기자총회를 열어 압도적 비율로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이유는 대선후보진실검증단에 대한 부당 개입 규탄, 대선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제작 자율성 수호였다.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선거 관련 보도가 공정성을 잃고 특정 후보에 치우친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때마침 그 편파방송 때문에 사상 초유의 대선 직전 제작거부 결의 사태까지 초래됐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편파성 문제가 거꾸로 여당 추천 이사들로부터 제기됐다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들이 제기한 편파성의 설득력이다. 이들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 편이 문재인 후보에 비해 너무 속속들이 파헤쳐졌다는 것 등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는 이사회의 권한을 크게 넘어선 방송 편성과 내용에 대한 간섭이다. 본디 이 후보 검증 방송은 길 사장 등의 부정적 태도로 보류되는 곡절 끝에 나간 것이었다. 방송 내용도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등 관련 의혹과 역사관 등을 다뤘고, 문 후보의 경우 한·미 FTA 등에 대한 말바꾸기 논란을 조명하는 등 사실에 기초해 양측의 문제들을 균형있게 다루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편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달 새누리당 문방위원들이 방송사들에 몰려가 ‘편파보도’에 항의했던 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은 이날 낸 성명에서 “무엇이 편파적이며 게이트키핑을 못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라고 물었다. 또 “(이 프로는) 평균 14년차의 기자들이 고민과 토론을 하며 내놓은 기획물”이라며 “정치적인 충성심에 눈이 멀어 공영방송을 망치고 기자정신과 저널리즘을 모욕하는 짓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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