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4일자 기사 '국민의 알권리인가, 취재원에의 접근권인가'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

▲ TV조선 '뉴스와이드 참'은 지난달 26일 안철수 전 후보 캠프 옆 건물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소동을 전화연결을 통해 30여분간 생중계했다. 뉴스 화면 캡쳐.
지난 달 26일 공평동 안철수 전 후보 캠프 옆 건물에서 벌어진 ‘자살소동’을 생중계한 TV조선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권고’ 제재를 내렸다고 한다. 제재의 이유는 장시간 중계 및 모자이크 미처리, 특정후보에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자막 등이 야권에 불리한 보도였다는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이기 때문에 보도내용 및 방식에 대한 심의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이지만, 이런 정치적 편향성을 잠시 제쳐놓고 본다면 TV조선의 생중계는 미디어와 현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자막이나 앵커의 멘트, 전화통화 등을 제외한다면 당시의 생중계는 그야말로 사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리얼’한 보도였다. 흔히 객관성이나 공정성의 시비가 붙는 경우가 편집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생중계는 다른 방송사와 같이 3분 정도의 뉴스 리포트 꼭지로 편집하지 않고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 ‘객관적’ 보도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소동 당사자와 전화연결까지 해서 그의 주장을 가감없이 전달해 주었느니 철저한 ‘사실성’을 충족하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미디어가 자살 소동과 같은 현실의 이벤트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는가라는 전통적인 반영론적 관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방송심의의 경우에도 불공정성의 판단 기준은 방송이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의 문제에 주로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반영이나 재현 기구로서 미디어를 보지 말고, 미디어를 자신이 보도하는 사건에 개입한 또 다른 행위자로는 볼 수 없을까? 다시 말해 TV조선의 카메라와 기자가 ‘자살소동’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생중계를 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연결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결국 TV조선의 ‘자살소동’ 생중계의 문제점은 보도의 공정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작 심의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건 자막이나 앵커의 멘트라기보다 “그들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그 자체”가 아니었을런지.
현실을 있는 재현하는, 그래서 현실을 대상화하는 미디어가 아닌, 미디어의 존재 자체가 자신이 보도하는 사건의 일부를 이루는 상황은 며칠 전 역삼동 오피스텔의 국정원 직원 취재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사후 가정은 부질없겠지만, 만일 문 후보측의 인터넷 생중계가 없었다면,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없었다면 밤 12시를 훌쩍 넘겨버린 지리한 공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국정원은 민주당이 직원을 미행함으로써 사생활 침해를 했다고 주장하며, 새누리당 또한 민주당이 일주일 간 사찰을 감행하며 인권을 짓밟았다고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당일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의 인산인해로 벌어진 진풍경을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도리어 문 후보 측의 인터넷 생중계는 사생활 침해로 질타를 받으면서도 단지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같은 현장에 있던 방송3사의 카메라들은 면죄부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지적에 예상되는 대응은 바로 ‘국민의 알권리’일 것이다. TV조선의 투신자살 소동 생중계 시에도 앵커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생중계를 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 취재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당연히 현장에 있었어야 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말하는 “국민의 알권리”란 시청자들의 권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취재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의 기만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다. 물론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에 취재를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것과 다른 언론사들에게 속칭 ‘물먹지 않기’ 위해 취재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그리고 숱한 카메라와 기자들의 인산인해가 신속한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협의를 통해 현장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미디어가 현장에 어떻게 있었는지는 그 자체로 취재원의 전혀 다른 발언과 행동을 끌어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어쩌면 미디어의 이데올로기란 그 내용의 편파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정치적 행위자로 영향을 미쳐, 자신이 일부가 된 그 사건을 마치 자신이 없었던 상황인 것처럼 보도하는 알리바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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