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진실의길 2013-05-09일자 기사 '“난 돈만 벌면 그만” 적나라한 자본의 내면'을 퍼왔습니다.
[분석] 이남자의 솔직함을 어찌하오리까

[분석] 이남자의 솔직함을 어찌하오리까

<돈을 좋아하는 남자 전동수 사장>
이남자의 솔직함을 어찌하오리까
지난 1월 브라질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클럽 사장은 불길이 치솟자 손님들에게 돈을 받겠다며 입구를 막았고 결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손님 245명이 질식해 숨졌고, 100여 명이 다쳤습니다. 10여 년 전 동인천에서도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져 57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 이유는 클럽의 사장이 ‘나는 돈만 벌면 그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동수 사장은 기자들에게 불산 누출 사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몰라요. 나는 돈만 많이 벌면 되잖아”라고 답했습니다. 이남자가 14년 전 화재가 났던 동인천 라이브호프의 사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프로이트에 의하면 말실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무의식중에 새어 나온 말일 겁니다. 저런 비상식적인 말을 의식적으로 하는 바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해가 쉽습니다. 의식적인 말이라면 말의 배경이나 의도를 생각해야겠지만,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내면의 소리는 액면 그대로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남자는 정말, 진심으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토록 적나라하게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지난 1월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불산 희석액이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4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삼성 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며 유가족 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현장을 취재진에게 철저히 통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권오현 부회장이 재발방지약속이 포함된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도 넘은 뒤였습니다. 지난 2일 이곳에서 일하던 또 다른 협력사 직원 3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사건이 아직 조사중이지만 지난번 사고가 일어난 장소와 동일한 곳에서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다 벌어진 사고인 만큼 삼성측이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자신이 관리하던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고 다친 와중에도 ‘난 돈만 벌면 그만’이라 말하는 사장님의 패기가 모골을 송연하게 합니다. 수천 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는 이남자의 솔직한 발언은 몇일 전 공개된 남양유업 말단사원의 막말보다 수십배는 서늘하게 들립니다.
많은 국민들이 저 남자의 말을 듣고 분개하였으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과연 그랬을지는 의문입니다. 저 남자가 근무하는 모 기업의 ‘역사’를 생각하면 저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사건이나 삼성X파일사건, 노조분쇄공작 등과 비교하면 아주 ‘경미한’축에 속합니다. 그런 일들이 터졌을때 삼성이란 기업이 어떻게 대응했었는가를 떠올려 보면 저런 뻔뻔함이 일종의 ‘기업문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국가가 도덕적 경영 강제해야
물론 모든 기업가들이 저런 멘탈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모럴 헤저드’, ‘기업가정신의 망각’ 같은 규탄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특별한 도덕을 가진 사람들도, 특별한 도덕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아닙니다. 자본가 중에는 누구든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있으며, 남양유업의 홍원식도 있습니다. 모든 자본가들이 선하길 바라는 것은 마치 소개팅 상대가 매번 조인성, 김태희 이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낭만적입니다.
기업과 개인의 차원에서 부도덕한 기업인, 기업을 규탄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훈계와 질책만으로 자본가에게 도덕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자본가의 선의를 믿을 수 없다면, 그들이 ‘이윤의 명령’을 받아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인 견제가 필요합니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국회를 요란하게 달궜던 경제민주화관련 법안들은 결국 아무것도 처리되지 못한 채 6월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이번에 논의됐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인 가맹사업법(프랜차이즈법)과 공정거래법(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개정안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딛혀 제동이 걸렸습니다. 여당의 미온적 태도와 경제단체들의 적극적로비로 볼 때 이 법안들이 6월이 아니라 박근혜정부 임기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된 법안들은 본사가 대리점에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규제들이 담긴 법안들입니다. ‘갑’에게 도덕적 경영을 강제하는 법안인 것이죠. 이것을 반대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의 속내는 ‘나는 돈만 벌면 돼’라는 전동수 사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기업인들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단체들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도덕수준은 곧 대한민국 기업인들의 평균입니다. 기업인들의 도덕수준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가 그것을 강제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나는 돈만 벌면 돼’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언제,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다만 전동수 사장처럼 솔직하지 않을 뿐이죠. 경제민주화법안같은 온건한 개혁법안조차 통과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도덕없는 ‘승냥이’들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 * 시사블로거 다람쥐주인님이 9일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글을 필자의 동의하에 소개 합니다 - 편집자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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