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26일자 기사 '롯데월드 프리미엄몰 상인들은 왜 빈손으로 내쫓겼나'를 퍼왔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지하 3층 아이스링크 옆에는 '프리미엄몰'이라고 적힌 작은 쇼핑몰이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프리미엄몰 내부는 현재 손님들이 주로 드나들던 통로가 막혀 있고, 몇몇 상점은 빠져나갔으며, 남아있는 점주들만 손님 없는 쇼핑몰을 지키고 있다. 벌써 9개월째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지난 2012년 2월20일 해외 판촉 업체인 케이비씨 주식회사는 롯데월드 측과 상가임대차계약을 맺고 해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 전문 쇼핑몰인 프리미엄몰을 오픈하기로 했다. 하지만 롯데월드 측은 그해 9월 10일께부터 쇼핑몰 출입구를 막고 리뉴얼 공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점주들에게 매장을 비우라는 내용의 명도소송을 걸었다. 롯데월드 측은 또 점주들이 매장에서 나가지 않아 리뉴얼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명도소송에서 케이비씨 측에 공사 지연 손해 위약금으로 1일 100만원을 요구했다.
롯데월드 측은 명도소송 이후 변론기일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용역을 동원해 프리미엄몰의 열쇠봉인을 풀고 일방적으로 리뉴얼공사를 시작했다.
앞서 케이비씨 측은 지난해 2월 계약 직후 10억여원을 들여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옆 대형음식점인 '마르쉐' 매장을 직접 철거하고, 새 쇼핑몰 인테리어 작업을 했다. 이후 측근 및 공개모집을 통해 점주들과 계약을 맺고 28여개의 화장품, 악세사리 매장을 채웠다. 롯데월드가 '갑', 케이비씨는 '을', 점주들은 '병'인 셈이다.
당시 케이비씨 측 계약 당사자였던 프리미엄몰 본부장이자 현재 점주 대표인 김흥섭씨는 롯데월드 측이 2015년 프리미엄몰을 포함한 지하 3층 리뉴얼 공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프리미엄몰 계약을 체결했다.

월드프리미엄몰ⓒ이승빈 기자
다만 당시 롯데월드 측 계약 주체였던 정모 대표와 신모 상품팀장은 2015년까지는 계약을 계속 갱신할 수 있다고 했고, 케이비씨 측 김 본부장은 이를 믿고 본격적으로 프리미엄몰 오픈 준비에 돌입했다. 그해 말부터는 영업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최소 2년 내에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자신이 있었기에 지인들까지 점주로 모집했다.
김 본부장은 "계약 체결 당시 상품팀 담당자가 2015년경 리뉴얼 계획이 잡혀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운영을 하면 철거비용, 인테리어 비용을 회수하고 상당한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홍보팀 김태형 과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사업계획상 리뉴얼 공사를 조기에 진행해야 했다. 1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리미엄몰의 특성상 1년만 영업을 하고 빠진다는 건 계약 주체인 케이비씨 측이나 점주들로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구조적으로 수개월 동안의 판촉활동 이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비용과 여행사 영업, 해외 홍보비용에 10억원을 넘게 투자한 케이비씨 측과 초기비용 8천~1억여원을 투자한 점주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게를 비워야 했다면 절대 입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리미엄몰의 입지조건과 매출 발생 구조는 대략 이렇다. 롯데월드에는 이미 프리미엄몰과 유사한 형태의 화장품 매장과 악세사리 매장이 1층에 위치해 있고, 프리미엄몰은 아이스링크 바로 옆에 위치해 고객들이 순수하게 자의적으로 쇼핑을 위해 프리미엄몰에 드나들기는 힘든 입지조건이다. 아이스링크 옆에는 롯데리아와 앤젤리너스 커피 등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만 입점해 있다. 프리미엄몰 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주로 해외 단체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화장품, 악세사리 등)으로 취급된다. 중간 계약 업체인 케이비씨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및 여행사 판촉행위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점주들이 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거둬들인다. 예를 들어 케이비씨 측이 별도로 여행사를 상대로 영업을 해 판촉계약을 맺고 여행사 가이드가 단체 관광객들을 남문에서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인솔해 쇼핑을 하도록 종용하고, 관광객들이 구매행위를 하면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 매출의 15%는 롯데월드 측에, 50~60%는 여행사 측에 수수료로 지급된다.
이에 따라 케이비씨 측은 롯데월드 측과 초기 인테리어 공사에 3~4개월 소요된다는 점, 해외 단체관광객 홍보 및 유치, 여행사 상대 영업에 6~7개월이 소요된다는 점, 본격적인 안정적 매출은 2012년 12월부터 나온다는 점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부분은 롯데월드 측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프리미엄몰 공사 시작 당시 모습. 케이비씨 측에서 직접 철거 작업까지 도맡았다.ⓒ김흥섭 제공
김 본부장은 "계약 이후 해외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여행사 상대로 영업하면서 월평균 4~5천만원씩 들였다. 여행사 상대로 영업하는 데도 비공식적으로 엄청난 돈이 깨진다. 판매 수수료와는 별도로 그 계약 자체를 맺기 위해 영업하면서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인테리어 공사에 해외 관광객 유치, 간접비용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가 3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10~12월부터 여행객들이 몰려오도록 기반을 마련해놨는데 갑작스럽게 나가라고 하니 허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케이비씨와 입점 계약을 맺은 점주들의 대부분은 입점을 위해 수천만원씩 대출을 받았다. 사실상 생업을 변경한 것이라 초기비용에 거의 전재산을 들였다. 이들은 낮시간대에는 롯데월드 측에 프리미엄몰 영업 재개 및 계약 갱신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의 친구이자 악세사리 매장주인 박모씨는 "친구 믿고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투자한 돈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비워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최소한 1년 만이라도 영업을 할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버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정도 영업을 한다면 투자 대비 영업이익을 감안한 이 사업의 수익성을 계산할 수 있다.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곳과 프리미엄몰과 유사한 형태의 계약을 맺고 여기 있는 점주들과 곧바로 영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믿고 입점을 한 지인을 비롯한 점주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는 "날 믿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결국 쫓겨날 처지다. 나 혼자라면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 생각하면 같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교체되면서 이상한 기류 흘러..."수차례 인테리어 교체 요구하면서 부담 가중시키더니 결국"
프리미엄몰과 관련된 롯데월드 측의 이상한 기류는 지난해 2월 계약 체결 직후 정모 대표이사에서 이동우 대표이사로 교체되면서 흐르기 시작했다고 점주들은 입을 모았다.
박 본부장은 "갑자기 상품팀에서 리뉴얼 공사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점포를 비워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제소전 화해조서'를 작성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비슷한 내용의 각서에 사인하라고 하더라. 다른 매장에서도 그렇게 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월드프리미엄몰ⓒ이승빈 기자
롯데월드 측은 계약 당시 케이비씨 측에 구두로 여행사 영업 활동에 용이하도록 자유이용권 할인권도 제공해주겠다고 했지만 대표이사 교체 이후 제소전 화해조서 미작성을 이유로 단 한번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박 본부장은 주장했다.
그는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제공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여행사 영업을 할 때 관광객들을 데려오면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자유이용권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었다. 롯데월드에서 그걸 안 해주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직접 자유이용권을 구매해서 제공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동우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무리한 인테리어 공사 강행과 수차례 인테리어 변경을 요구해 케이비씨 측은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보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2~3배 더 지불했다. 김 본부장은 "한달 만에 오픈하라고 해서 야간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매장 철거까지 우리가 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인부 일당도 야간에는 3배가 더 들어간다. 또 이동우 대표가 직접 두세번 정도 내려와서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뜯어내고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이에 "영업을 하겠다는 사업체 구상 대로 인테리어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도 이 대표이사가 직접 내려와 인테리어 교체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한시간여 후 재통화에서 "(인테리어 교체 요구에 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프리미엄몰이 입점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리뉴얼공사를 진행하는 데 대해 롯데월드 측은 "기존에 테마파크와 분리된 지하 3층 아이스링크 인근과 테마파크 내부와 연결시키는 확장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있었다"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프리미엄몰이 있는 곳부터) 먼저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월드 측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케이비씨 측에 고지를 했다"고 덧붙였다.
케이비씨와 점주들 측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광'의 오영종 변호사는 지난달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2단독에 낸 답변서에서 "원고는 피고회사의 영업부진으로 인한 조기 리뉴얼 진행을 계약 해지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회사의 영업이익 감소는 사업활동 방해 행위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근거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롯데월드 측의 조기 리뉴얼 공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활동 방해 행위란 무단 출입구(여행사들이 관광객들을 인솔해 들어오는 남문과 연결되는 출입구) 공사 강행, 롯데월드 측의 자유이용권 무상 제공 미실시, 무리한 인테리어 강행 요구 등이다.
오 변호사는 또 롯데월드 측이 언제든지 리뉴얼공사 시행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각서를 점주들에게 받은 부분에 대해 "언제든지 계약 기간 중에도 사업자인 롯데월드 측의 사정에 따라 중도해지가 가능하도록 했고, 투자비, 권리금, 영업손실 등 어떤 명목의 금전적 청구도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롯데월드 측이 자신의 사정만으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를 배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정이라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백화점ⓒ이승빈 기자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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