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이데일리 2013-05-17일자 기사 '대통령이 직접 진화 나섰지만..가열되는 '경제 민주화' 논란'을 퍼왔습니다.
[17th SRE Issue]정치권은 입법 포퓰리즘..기업은 혼란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온 나라가 ‘경제민주화’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양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입법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판을 치고 관료사회와 기업조차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3원칙’을 제시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확산하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3대 원칙은 ‘경제적 약자 지원, 단계적 추진으로 부작용 최소화, 대·중소기업 공생’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국정과제 발표 때 제시했던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열풍…양극화의 역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널리 통용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시기는 비정규직 양산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경제권력 불평등의 시발점으로 이후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출주도의 한국 경제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중소기업이나 국민에게는 골고루 나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중소기업 공생과 정규직 확대,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은 이미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경제민주화는 소비자와 노동자를 비롯해 폭넓은 의미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기업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고객 만족도 향상’ 등도 경제민주화의 한 단면이다.
새누리-민주 정치권도 ‘갈등’
지난해부터 새 정부가 들어선 최근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청와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후퇴시키려고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경선을 치르고 있는 최경환·이주영 의원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놓고 맞서고 있다. 최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우리 경제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몸에 좋은 약이지만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한꺼번에 과다 복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속도 조절론을 폈다. 반면 이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대선 공약 등으로) 약속한 것을 일방적으로 어기는 속도 조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 좋은 것이라고 한다”며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논의는) 인기에 영합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표를 얻기 위해 한 것이라도 당시에 국민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고 지금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양극화의 문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기업들 ‘어느 장단에 춤추리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기업들은 혼란스럽다. 지난달 30일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무더기 통과됐지만, 이튿날 정부는 새 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각종 규제를 풀어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대기업 계열사인 SK종합화학과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등이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불리는 하도급법에 이어 대기업을 옥죌 수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입법 포퓰리즘으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에 따라 재계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과잉 입법을 자제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중소기업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대기업집단(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朴 임기 내 논란 계속될 듯
그러면서도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 설계 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균형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제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필수 과제로 거론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기업 규제를 위한 것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 공동 발전하도록 기업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문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정권 초부터 무리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이기보다 균형과 중용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입법 시기와 강도 등을 적절히 조절하며 반대 세력과 기업의 상황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예림 기자 nimp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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