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5-17일자 기사 '北 개성공단 협의 의사타진 왜 '비공개' 했나'를 퍼왔습니다.
미정상회담 일정에 윤창중 스캔들.. 내부 협의 늦었을 가능성남북 각자 이해득실 따지며 기싸움의 결과라는 분석
북측이 최근 개성공단 관련 협의 의사를 우리측에 전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권 초반 남북 간 미묘한 기싸움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 복잡다단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이를 비공개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 측은 지난 5월 3일 남측 잔류인원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할 때에 공업지구 하부구조 대상의 정상 유지관리를 위한 관계자의 출입과 입주기업가들의 방문 및 물자반출을 허용해줄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와 관련한 날짜까지 제시해 줬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은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우리측 인원 7명이 최종적으로 철수하면서 우리측이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달러를 북측에 건네 준 날이다.
관련 당국인 통일부는 이에 대해 일단 북측이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했다는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을 북측이 이를 주장한 직후 인정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요구한 소위 미수금 정산을 위해 지난 3일 방북한 우리측 개성공단 관리위 부위원장에게 북측이 '미수금 정산을 위한 입주기업의 방북, 전력과 용수 등 시설관리를 위한 인원의 방북은 허용할 수 있다.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한 방북과 관련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한 바는 전혀 없었다"고 뒤늦게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공단에 마지막으로 남은 우리측 인원 7명이 남측으로 귀환하면서 미수금을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김호년 관리위 부위원장이 개성공단으로 올라갔다.
북측은 김 부위원장이 공단에 들어온 자리에서 미수금을 넘겨받으면서 우리측에 관련 인원의 방북을 포함한 미수금 정산 문제 등을 협의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이에 대한 우리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곧바로 전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 추후 남북간 채널 등을 통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북측이 협의 의사를 전달한 만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아 지난 14일 남북 간 실무회담을 공식 제안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당시 남측으로 귀환한 홍 위원장이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해서는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여러채널을 통해 북측과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은 북측의 이러한 의지를 확인한 데서 비롯됐던 것으로 이해된다.
석연치 않은 것은 우리측 인원의 완전철수가 이뤄지는 등 개성공단의 완전폐쇄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에서 공단 정상화 신호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일일이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간 오고간 메시지를 비공개하는 것은 북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에도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 발발 후 관광 중단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의 관광 재개 요구 조건을 수락한 합의서 초안을 제시했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북한 입장에선 남한 정권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큰 의지가 없다는 인식을 자칫 심어줄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특히 이번의 경우 북측이 남북 간 협의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고서도 실무회담을 제안한 날까지 열흘이 넘도록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던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일단 여기에는 현 정권 초반부터 이어져 오던 남북관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 내 우리 입주기업들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협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개성공단과 관련한 북측의 협의 의지가 있음을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다.
때문에 정권 초반 남북 관계의 기선을 잡기 위해선 우리가 회담 제의를 한 데 대해 북측이 수용하는 그림을 만들려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먼저 회담제의를 하면, 북한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만들려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미정상회담 등 중요한 일정이 코앞에 두고 이에 대한 내부적 협의가 늦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이 협의 의사를 타진한 이틀 뒤 박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북측의 의사와 관련한 보고는 들어갔겠지만, 방미 일정을 준비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에 대한 협의가 늦어졌을 여지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방미 일정 막판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면서 전혀 다른 정국으로 전환된 점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협의 의지를 알고 있었던 우리측이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이용해 북측에 먼저 연락조차 시도하지 않은 점은 우리 대응이 너무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결국 양측이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개성공단만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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