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0일자 기사 '국정원 ‘정치 개입’, 박근혜 정부로 불똥'을 퍼왔습니다.
ㆍ‘문건 책임자’ 청와대 근무
야당 정치인들을 종북인사로 규정한 국가정보원 문건이 추가로 나오고, 이 문건 작성에 간여한 국정원 간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당장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 문건의 보고라인에 있는 국정원 고위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로 파견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란 문건의 작성자는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 사회팀의 6급 조모씨다. 해당 문건 아래에 나와 있는 보고라인에는 사회팀 팀장으로 추정되는 추모 팀장이 등장한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정치 개입 내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야당 정치인 종북인사 규정 등 “광범위한 개입 밝혀야” 여론‘댓글 의혹’ 수사 확대 불가피
여권 핵심 관계자는 “추 팀장은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추 팀장은 문건이 작성된 2011년 6월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2급 직급 상당으로 청와대에 파견돼 있다.
추 팀장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강등당하면서 불이익을 받았던 인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파견되면서 다시 복권됐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대구·경북(TK) 라인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현재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의혹만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 범위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 정보소식통은 “해당 문건은 서식 등으로 봐서 국정원 문건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심리전단에 소속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개입 사건만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전반적인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익전략실은 2차장 산하로, 일부 부서가 아니라 국정원의 여러 부서가 정치·선거 개입에 동원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의 새 문건은 ‘반값 등록금’ 정책과 공약에까지 국정원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여당 내에서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국정원 문건에서 종북좌파 인사로 규정되고, 자녀 유학 문제를 심리전 차원에서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조지 오웰이 쓴 (감시사회의 등장을 경계한) 이나 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정치 개입이 어떠한 형태로 기획되고 실행되었는지 총체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이 문건이 ‘심리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단순히 심리정보국 차원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추 팀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추 팀장의 등장으로 박근혜 정부도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서 구경꾼 처지로 남을 수만은 없게 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태까지 국정원 댓글 개입 의혹은 이명박 정부 때의 일로만 치부해왔다.
청와대로서는 당장 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간부를 민정비서관실에 그대로 두기가 어려워졌다. 추 팀장을 잔류시킬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의지도 의심받을 수 있다.
강병한·구교형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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