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일 수요일

“홍 지사는 문제를 찬찬히 봐야 한다”


이글은 시사IN 2013-04-30일자 기사 '“홍 지사는 문제를 찬찬히 봐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났다. 그는 강원도 도립의료원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준표 지사에게 어느 한쪽 이야기만 듣고 결단 내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못생겼다. 스스로 강원도 감자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그는 관상학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빈상이다. 촛불집회 때 거리에 나오면 노숙자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관운은 참 좋다. MBC 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도지사까지 되었다. 관상 좋은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이사장과는 MBC 사장과 강원도지사 직을 놓고 경쟁했는데 두 번 다 이겼다.

MBC 사장 시절 최문순 지사는 ‘총매출 1조5746억원, 영업이익 616억원, 평균 시청률 9%, 점유율 19.2%’로 채널 1위를 달성했다. 경영자로서도 만만찮은 저력을 보인 셈이다. 이를 근거로 그는 강원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유능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강원도가 조용하다. 세 번 연임하고 퇴임한 김진선 전 지사와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의 얼굴은 보이는데 최 지사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과연 최문순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존재감 없는 그의 존재를 쫓아 강원도를 찾았다. 2011년 4월27일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에 당선되어 취임 2년차를 맞은 그를 춘천시의 한 찜질방에서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년 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진주의료원이 전국적인 이슈다. 강원도도 지난해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강원도는 도립 의료원이 다섯 곳이다. 빚이 8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경남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다. 경남보다 인구밀도도 낮고 재정 상황도 더 열악해서일 것이다. 그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첨예하게 도의회와 갈등했다. 폐업하거나 매각하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6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행히 성과가 꽤 났다. 입원환자 수나 내원환자 수 모두 늘고 적자도 줄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한테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한다면?

그분이 도지사 되자마자 어느 한 편의 이야기만 듣고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사안이 굉장히 복합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분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고 10% 정도의 정당성은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100% 주장을 해버리는 건 문제다. 노조의 문제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전부인 양 결단을 내려 잘못된 길로 확 가버린 거다.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거의 없다. 돈이 안 되니까. 아기를 가져도 진료를 받지 못한다. 응급실이 없는 병원도 많다. 지역 의료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런데 의료원을 폐업해버리면 앞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지역에 오겠나?

홍 지사는 ‘강성 노조가 문제다’라고 주장한다. 최 지사도 강성 노조(MBC노조,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이니까 상황을 잘 알지 않나?(웃음)

(의료원이) 인건비 비중이 높다 보니까 강성 노조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것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강원도 의료원이 800억원 적자라고, 도에서 지원한 돈 800억원을 허비한 건가? 서류상의 수치일 뿐이다. 임금 체불, 퇴직금 연체, 기타 경영 적자 등이 누적된 수치다. 강원도는 실제로 돈 대준 게 별로 없다. 그리고 임금 체불이 계속되니 강성 노조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고.

강성 노조를 상대하는 데 노조위원장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

지난해 도에서 자금을 지원할 때 그중 절반가량은 체불임금 해소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경영구조 개선에 투자했다. 체불임금 중 상당액은 그쪽(노조)에서도 포기하고 서로 퉁친 거다(웃음). 다시 돈을 벌어서 주기로 서로 협약을 했다. MBC 사장이 되었을 때도 맨 처음 한 일이 임금을 깎은 일이었다. 그 돈을 투자해 불려서 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훨씬 더 많이 돌려줬다. 투자를 해서 회사를 키우는 데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런 얘기를 해서 노조가 동의해주었고 그 코스대로 가고 있다.

ⓒ시사IN 백승기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MBC 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래도 홍 지사가 전국적 이슈를 만든 정치력은 검증된 것 아닌가? 지방단체장들은 늘 성과가 안 알려진다고 아쉬워하는데. 
나는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등록금을 깎았다. 강원도립대학 학생 3명 중 1명은 0원 고지서를 받는다. 나머지 학생들도 평균 15만원이 한 학기 등록금이다. 예전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신 1등급 학생도 온다고 하더라. 양양공항을 활성화시킨 것도 성과다. 양양공항은 부임하기 전에 1년 이용자가 0명이었는데, 지난해에 3만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0만명이 목표다. 그 성과가 1면에도 실렸다. 살다가 에 좋은 일로 나와 보기도 처음이고 1면 톱도 처음이었다(웃음).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역단체장으로는 후배인데 훨씬 더 유명해졌다.

워낙 서울이 이슈가 많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똑같은 일을 해도 지역 이슈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홍 지사 같은 극단적인 경우도 나오는 거고.

요즘은 SNS 소통도 박 시장한테 밀리는 것 같더라(웃음).

강원도민들이 잘 안 하니까 나도 안 하게 된다. 반응이 별로 없다. 내가 야당 국회의원 할 때는 박 시장이 잽도 안 됐는데 여기로 오면서  완전히 밀렸다(웃음).  

2년간의 도지사 경험을 통해 파악한 강원도 상황은 어떤가?

이곳은 빈곤의 문제가 상당한 곳이다. 자살률 1위, 흡연율 1위, 음주율 1위, 장애율 1위. 심지어 비만율도 전국 1위다. 공기가 좋다고 하는데 호흡기 질환도 1위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을 많이 마셔서다. 수도권에서 하던 것과 달리 당장은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국가 예산 많이 따고, 수출 많이 늘리고, 관광객 많이 모집하고… 성장론자들이 주장하던 일을 내가 지금 하고 있다. 복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작년에 4%나 성장했다. 올해 국가적으로는 2.3% 성장률을 잡았지만 강원도는 5.2%를 성장 목표로 세웠다.

전임 도지사들이 숙제를 많이 남기고 간 것으로 안다. 알펜시아리조트 문제를 비롯해서. 

알펜시아리조트에는 강원도가 6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되어 빚이 1조원쯤 된다. 하루에 이자만 1억1000만원씩 나간다. (매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지역은 정부에 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700억원 정도에 매각하려고 하는데 숨통은 트일 것 같다.

그런 숙제를 하느라 바쁜 건지 언론에 잘 보이지 않더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행사나 스페셜올림픽 때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경우 현직 지사가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전직 지사가 위원장인 모양새는 좀 이상하다. 
문화부에서 밀어붙이는 통에 사달이 좀 있었다. 보통은 단체장이 집행위원장을 맡는 구조인데 집행위원장 제도 자체를 안 두는 방향으로 갔다. 중앙에서 통제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싸우려면 싸울 수 있는데 도민에게 실익이 없다. 실제 일은 밑에서 우리가 다 하는데 생색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웃음).

김진선 전 지사가 지사직을 오래 해서 그런지 아직도 아우라가 커 보인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은 것 같은데.

맞다. 우선 이곳에 내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다. 고향이긴 하지만 벼락 선거를 치렀으니까. 워낙 오랫동안 여당이 지배한 곳이라 야당도 너무 취약하다. 50년 보수 정권이 누적된 곳이다. 언론에서는 나를 외로운 섬이라고 부른다(웃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면 바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게 돼 있다. 워낙 세력 차이가 나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원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자주 방문하고 관심도 많이 가졌는데 대통령이 된 뒤로 좀 반영되었나?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표 차이로 이겼는데, 그중 20만 표를 강원도에서 이겼다. 강원도 인구를 감안하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다. 그런데 (강원도 출신은) 장관도 한 명 안 쓰고, 수석도 한 명 안 넣고, 이번에 발표한 정부 정책에 공약했던 게 하나도 안 들어갔다. 민심이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내가 제일 못하는 걸로 나오는 항목들이 다 박 대통령이 약속하고 안 지키는 것이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건설 공약인데, 박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었다. 도민이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인 거다(웃음).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수용하는 분위기인가?

지금 분위기로는 어렵다. 조만간 철야 기도회를 하려고 한다.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세게 못하니까, 고육지책이 철야 기도회다. 사찰에서 한 번 하고, 교회에 가서 하고, 성당에서도 한다. 이렇게 자해하는 수밖에 없다. 철야 기도회는 생전 처음인데 졸지 않을지(웃음). 

북한의 위협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관련 사업이 더 어려워졌을 것 같다.
폐허가 됐다. 심각하다. 금강산 육로 관광로가 지나는 고성군 지역은 전부 빚을 얻어서 여관을 짓고, 식당을 내고, 건어물상을 냈는데 관광객이 딱 끊기니까 빚이 늘어서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도 생겼다. 고아가 생기고, 이혼 가정이 생기고, 조손 가정도 많고….

최근 두 차례 큰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최문순 지사가 잘못해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선 졌을 때는 정말 욕 많이 먹었다. 도지사가 잘못했다고. 대선 졌을 때는 안 그러더라(웃음). 다음 선거를 잘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선거 지형이 좀 나아졌다. 총선 때도 (강원도에서의 역대 야당 득표로 따지면) 최다 득표를 했다. 골고루 지니까 한 석도 못 건졌지만 총득표로는 40% 가까이 얻었다. 내가 선거했을 때는 제일 고무적인 것이 접경지역인 화천·인제·양구에서 이긴 건데 사상 처음이었다. 평화에 대해서 그분들은 아주 민감하게 느끼더라.

민주당에 대한 지적을 많이들 한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목숨을 내던지는 싸움을, 특히 대선 때는 했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다 그렇게 자신을 던져서 이겼다. 심지어 박정희·전두환도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했잖은가. 당에는 머리 좋아서 표 계산을 정확하게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늘 그런 분들 때문에 진다. 우리나라 선거는 심장으로 해야 한다. 이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심장이 없다. 안철수도 심장이 없다. 그러니까 지는 거다. 

재선 준비는 하고 있나? 
뭐,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조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