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08일자 기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역행하는 총액인건비제...문제는?'을 퍼왔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뉴시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공공부문의 고용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총액인건비제가 오히려 공공부문의 인력 고용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인건비 총액 안에서 조직 정원 관리와 인건비 배분을 기관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각 기관에 조직.보수.예산 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관별 특성을 살려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는 안전행정부 소관이며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도입 취지만 보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2007년부터 각급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고용 안정화 계획에 역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면 비정규직으로 환산되는 이상한 구조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난 2010년 이후 각급 지자체는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자극받은 듯 대대적인 비정규직 전환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계획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초 목표로 했던 2만2천914명의 96.3%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나, 전체 고용인원 중 6.3%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제외됐다. 이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25만여명이나 됐다.
또 전체 고용인원 중 50%도 못 미치는 인원을 전환하거나 아예 한명도 전환하지 않은 곳이 중앙행정기관 3곳, 지자체 36곳, 공공기관 55곳, 교육기관 5곳에 달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공공부문 인력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액인건비제라는 정부 규정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중 하나다. 지난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율이 낮았던 지자체 중 한 곳인 경기도의 경우 직접고용 비정규직 456명 중 30명, 26개 산하기관 비정규직 593명 중 114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청에서 무기계약.기간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고보조사업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의 경우 국비보조가 끊기면 인건비로 지출하는 예산이 막혀버린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총액인건비제도다. 총액인건비가 정해져 있는데 무기계약직을 늘리게 되면 총액인건비를 초과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총액인건비제를 초과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이듬해 총액인건비 산정에 불이익을 받는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생활폐기물 처리 등 대규모 상시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 대부분 기초단체가 관장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많지 않다"고 했으나, 정작 기초단체들은 지난해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내지 않거나 10명 내외 전환 계획을 밝히는 데 그쳤다. 그나마 성남시는 정규직 전환 대상 123명 중 12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99%의 목표 달성률을 보였다.
총액인건비제는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안행위에서 할당된 총액인건비 내에서 무기계약직 전환 비용을 활용해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기간제 계약직이나 간접고용은 총액인건비 T.O(정원)에 안 잡혀 있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간제나 간접고용으로 필요한 인력을 활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경기도에 총액인건비로 100억원이 책정돼 있고, 고용된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98억원일 경우 나머지 2억원을 무기계약직 전환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경기도가 추가로 필요한 인력에 대한 비용이 10억원이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총액인건비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건비 8억원에 해당하는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호가 자칫 비정규직 양산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1990년대 이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구조조정과 효율화 방침에 의해 다양한 업무들이 민간위탁이라는 형태로 외주화됐다"며 "이로 인해 주로 청소, 경비, 식당 조리배식 등 업무는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곧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로 연결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간접고용을 할 경우 하청업체의 이윤과 일반관리비, 부가가치세 등 순용역원가가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그만큼 간접고용에 따른 인건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부 관계부처들은 지난 1월 총액인건비와 무관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합동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자체별 의지에 따라 이 같은 지침에 대한 인식 정도가 다르다. 말 그대로 지침에 불과해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홍연아 통합진보당 경기도의원은 "서울시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하면 일단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지침의 시한이 명확하지 않고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정원과 충돌...결국 무기계약직 전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지자체의 경우 총액인건비제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공무원 정원이 충돌하는 요인이라는 점도 공공부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소극적인 이유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안행부에서 하달되는 총액인건비에 공무원 인건비와 무기계약근로자 보수가 함께 포함돼 있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 만큼 공무원 인건비나 무기계약직 보수에 영향을 미친다. 무기계약직 보수를 기존 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공무원의 인원이 감축되고, 공무원 정원을 유지하려고 하면 무기계약직 보수를 대폭 감축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가 경상남도 진주시 방문간호사 사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방문간호사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라고 밝혔으나, 진주시는 총액인건비제를 이유로 방문간호사 13명에 대해 계약만료 통보를 했다.
당시 경남도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총액인건비 제도 '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주요 걸림돌"이라며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늘면 그만큼 공무원 정원은 준다.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이들은 한시적이거나 한정적인 업무만 맡아 이들이 늘어나면 인력 운용을 하기 곤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총액인건비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안행부에서 책정하는 총액인건비에 따른 기준 인력보다 적은 인력을 배치해놓고 무기계약직을 적시에 배치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조직기획팀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경우 안행부에서 잡아준 총액인건비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둔다. 그렇지 않고 총액을 꽉 채워서 인력을 배치해놓으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의회에 의견을 내 매년 조례를 통해 행안부에서 잡아준 기준 인력보다 낮게 정원을 재조정한다"고 말했다.
결국 총액인건비제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들은 개선된 지침의 법적 강제성 여부나, 해당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무기직 전환시 총액인건비 부담이 없도록 한 정부 지침이 법제화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국회 논의를 통해 제도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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