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네이버가 벤처 생태계를 만든다고?


이글은 시사IN 2013-05-03일자 기사 '네이버가 벤처 생태계를 만든다고?'를 퍼왔습니다.
카카오톡 성공이 네이버 덕인가? 네이버는 광고 수익을 위해 검색 결과를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IT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NHN(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NHN이 있었기에 카카오톡과 같은 훌륭한 서비스가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검색 점유율 93%를 차지하는 구글을 예로 들며 “네이버가 국내 검색 점유율을 70% 이상 차지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몇몇 네이버 출신 벤처 창업자를 예로 들며 네이버가 벤처 및 IT 성장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그동안 네이버를 지켜봐온 이들에게 이런 주장은 매우 오만하게 들릴 뿐이다.

카카오톡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의 한 축인 한게임의 대표이사 출신이다. 2000년대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생존을 모색하던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해 NHN이 됐다. 우호적인 인수합병이 드문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 대등한 기업끼리의 합병은 당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 내부까지 그렇지는 못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김상헌 NHN 대표(위)의 검색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


네이버 안에서 한게임 출신과 네이버 출신 사이의 알력이 심각하다는 소문은 지금도 계속 들린다. 상대편에게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간단한 기획서조차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던 회사 문화가 오히려 네이버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카카오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료 문자 서비스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자금을 네이버 주식을 팔아서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돈 없는 청년 벤처기업이었다면 다른 업체의 견제와 통신사의 서비스 차단 위협으로 자금 마련이 불가능해 사업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이버를 떠난 김범수씨의 성공을 네이버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뻔뻔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이용자를 가두는 검색 환경


네이버가 정말로 카카오톡의 성공을 네이버의 덕이라고 생각했다면 똑같은 경쟁 서비스를 만들어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이버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서비스 ‘라인’으로 성공하기 이전에도 이미 ‘네이버톡’이라는 서비스를 만든 바 있다. 네이버는 현재 일본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인으로 카카오톡을 제압하려 한다. 네이버 대표가 카카오톡을 칭찬하는 이유도 실제로는 ‘강력한’ 공격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벤처 생태계를 만든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재벌 출신의 몇몇 사업가가 기업을 일으켰다고 해서 재벌이 중소기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재벌은 지금도 중소기업들의 희생 위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터넷 벤처 생태계는 네이버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네이버가 원본을 불법 복제하고 사용자를 네이버 안에 가두는 탓에 중소 인터넷 사이트들이 적자에 시달린다. 이제 더는 젊은 친구들이 인터넷 벤처기업을 만들지 않는다. 사이트를 만들어도 네이버가 이용자를 보내주지 않는 까닭에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전 세계의 검색을 장악했지만 공정한 검색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들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신생 페이스북이 SNS 분야를 점령한 마이스페이스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구글이 사용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페이스북을 검색 상위에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광고 수익을 위해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포털들 때문에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네이버가 벤처 생태계를 말할 수 있으려면 네이버와 상관없는 인터넷 사이트가 번성할 수 있는 검색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본우선법과 광고제한법을 실행해야 한다. 검색 사이트는 검색 결과에서 원본을 먼저 노출하고 광고는 검색 결과보다 나중에 배치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검색 결과에서 원본 사이트가 광고보다 먼저 노출되어 방문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이들이 원본 사이트의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들 사이트의 수익이 증대될 것이다. 

포털은 이들 사이트의 광고면을 관리함으로써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다. 네이버가 공정성과 상생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벤처 생태계를 만든다는 식의 오만한 주장을 계속 펴는 한 한국 IT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인성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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