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6일 월요일

김한길 당 대표 수락 연설엔 '안철수'가 없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5일자 기사 '김한길 당 대표 수락 연설엔 '안철수'가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계속되는 계파갈등에 우클릭 기조… "새누리당 2중대" 비판, 연쇄 탈당 가능성도

127석의 제1야당 당수로 김한길 의원이 선출됐다. 최종 득표율 61.72%로 이용섭 후보가 얻은 38.28%를 2배 가까이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이다. 김 의원은 대의원 투표, 권리당원 투표, 여론조사 할 것 없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

비주류의 좌장으로 꼽혔던 김한길 의원의 승리일까?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조경태, 우원식, 신경민, 양승조 의원이 선출됐다. 이중 비주류로 꼽히는 인사는 부산의 3선 조경태 의원과 충남의 양승조 의원이 꼽힌다. 그런데 이 중 조경태 의원은 주류 비주류로 나뉠 수 없다. 신경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승리라고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에 비해 2배 이상의 지지율을 받을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상대 진영으로부터 당선되면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김한길’이 될 것이라 지적받았던 김한길 신임 당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계파주의 정치를 청산하겠다”든지, “민주당의 혁신의 대장정은 하루도 지체할 수 없다”든지 하는 김한길 신임대표의 말은 이를 대변한다. 김한길 신임 당 대표의 수락 연설문에는 ‘안철수’란 단어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한길 당 대표는 안철수 없이 민주당을 일치단결시키고 변화시킬 것인가? 지난 당 대표 경선과정을 지켜보면 이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통합당의 계파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며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좌클릭’ 당 강령은 대폭 오른쪽으로 옮겨갔다.

이용섭 후보가 김한길 후보의 반 정도 밖에 안 돼는 득표율을 보였지만 당 지분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친노 진영의 향후 대응은 알 수 없다. 문성근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했듯 연쇄탈당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김한길 민주당 신임 당 대표 ⓒ민주당


당 강령도 문제다. 사실상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현 강령을 찬성하며 민주당에 참여했던 진보블록이 언제까지 민주당직을 유지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강령개정 당시 노동진영이 예고했던 ‘거센 반발’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마냥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좌클릭을 할 것이냐 우클릭을 할 것이냐가 아니다. 민주당이 어떤 정체성을 유지할지 여부다. 그런데 김한길 당 대표의 취임메시지는 당 내도 포괄하지만 대체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한다. 당 내를 향한 메시지는 거시적이고 애매한데 비해 박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는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김 신임 당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을 위해 ‘6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이 관계만 악화되고 있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나 이것이 ‘김한길의 민주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와 관련 있는 것도 아니다.

‘변화와 혁신’, ‘소통과 화합’, ‘원칙과 책임’은 비단 김한길 대표만이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애매한 제1야당의 진로에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것의 해결책이 김 신임 대표의 말처럼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수차례 민주당에 대해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지가 불명확하다”고 말해왔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덜 진보적이어서 패배했다거나 혹은 더 진보적이어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며 “제대로 된 개혁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노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호남정당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국정운영구상이 어떤 형태인지 밝혀야 한다. 그 다음에 이를 평가하는 것은 유권자들이다. 매번 좌클릭이건, 우클릭이건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이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운 뒤, 정권과의 협상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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