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5-01일자 기사 '“그냥 잘릴래? 촉탁직 갈래?” 죽음 택한 비정규직'을 퍼왔습니다.
대기업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을 매고 몸에 불을 질렀다. 회사는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채용 문제를 빠뜨린 채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손 소독제와 비닐 앞치마. 서울 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면회실에 비치된 물품이다. 낮 12시30분부터 1시까지와 저녁 6시30분부터 7시까지, 하루에 단 두 번, 30분씩만 면회가 가능하다. 김학종씨(36)는 4월16일 저녁부터 이곳에 입원했다.
그날 오후 김씨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2공장의 사내하청분회 천막농성장 앞에서였다. 7세, 5세, 2세 딸이 있는 그는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곁에 있던 동료들이 황급히 불을 껐지만, 얼굴 아래와 목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비정규직 채용 대신 정규직 자녀에 특혜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사내하청분회 조직부장으로, 노조 상근자였던 김씨는 58일째 천막농성 중이었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사내하청분회는 최근 시작된 기아차 광주공장의 신규 직원 채용에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사 합의에서 비정규직 부분은 빠졌다. 대신 정규직 자녀에 대한 특혜가 들어갔다. 생산직 신규 채용 때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직계 자녀 1명에게 혜택을 주기로 합의했다.
1차 서류심사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할당량을 주었다. 합격자 25% 범위 안에서 2차 면접 자격이 주어졌다. 2차 면접에서도 면접 점수의 5%를 가산해주는 방안이 확정됐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장 ‘세습’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1차 합격자 발표에서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던 사내하청 직원의 상당수가 연령 제한(35세)에 걸려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서러움, 거기에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만 등이 합쳐지면서 조직부장이던 김씨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4월14일에는 또 다른 비정규직이 목숨을 끊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던 촉탁계약직(원청이 직접 고용한 단기계약직) 공 아무개씨(29)가 자기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가족은 공씨가 일자리를 잃고 우울해했다고 전했다. 공씨는 2008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변속기 사업부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해 7월 회사 권유로 촉탁직으로 전환했다. 촉탁직으로 옮긴 지 6개월 만인 지난 1월 공씨는 해고됐다. 회사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들었다.

대기업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을 매고 몸에 불을 질렀다. 회사는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채용 문제를 빠뜨린 채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손 소독제와 비닐 앞치마. 서울 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면회실에 비치된 물품이다. 낮 12시30분부터 1시까지와 저녁 6시30분부터 7시까지, 하루에 단 두 번, 30분씩만 면회가 가능하다. 김학종씨(36)는 4월16일 저녁부터 이곳에 입원했다.
그날 오후 김씨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2공장의 사내하청분회 천막농성장 앞에서였다. 7세, 5세, 2세 딸이 있는 그는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곁에 있던 동료들이 황급히 불을 껐지만, 얼굴 아래와 목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비정규직 채용 대신 정규직 자녀에 특혜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사내하청분회 조직부장으로, 노조 상근자였던 김씨는 58일째 천막농성 중이었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사내하청분회는 최근 시작된 기아차 광주공장의 신규 직원 채용에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사 합의에서 비정규직 부분은 빠졌다. 대신 정규직 자녀에 대한 특혜가 들어갔다. 생산직 신규 채용 때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직계 자녀 1명에게 혜택을 주기로 합의했다.
1차 서류심사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할당량을 주었다. 합격자 25% 범위 안에서 2차 면접 자격이 주어졌다. 2차 면접에서도 면접 점수의 5%를 가산해주는 방안이 확정됐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장 ‘세습’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1차 합격자 발표에서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던 사내하청 직원의 상당수가 연령 제한(35세)에 걸려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서러움, 거기에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만 등이 합쳐지면서 조직부장이던 김씨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4월14일에는 또 다른 비정규직이 목숨을 끊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던 촉탁계약직(원청이 직접 고용한 단기계약직) 공 아무개씨(29)가 자기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가족은 공씨가 일자리를 잃고 우울해했다고 전했다. 공씨는 2008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변속기 사업부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해 7월 회사 권유로 촉탁직으로 전환했다. 촉탁직으로 옮긴 지 6개월 만인 지난 1월 공씨는 해고됐다. 회사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들었다.

ⓒ시사IN 이명익 4월17일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아자동차 노동자 등이 김학종씨 분신 사태를 초래한 회사 측의 불법파견 행태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씨의 장례식이 열린 4월16일 공씨의 아버지 공병순씨는 기자들과 만나 “사내하청 관리자가 그냥 잘릴래? 촉탁직으로 갈래?라고 물어 아들이 촉탁직을 선택했고, 2년 근무를 약속했다. 그런데 6개월 근로계약이 끝나니 더 이상 계약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자신도 현대차에서 33년간 근무한 정규직이었지만 현대자동차가 이럴 줄 몰랐다는 공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내하청 및 촉탁직 근무 기간을 합쳐 2년을 넘기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까 봐 회사가 아예 잘라버렸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월23일 대법원이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회사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부터 촉탁계약직을 늘려왔다. 사법기관이 불법파견에 제동을 걸자 개별 사업장에서는 ‘꼼수 계약’으로 맞섰다. 회사가 직접 고용은 하되 계약기간을 짧게 해서 직접 고용의 의무를 피하는 방식이었다. 당장 일자리가 급한 처지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용을 전환하지만, 불안정한 고용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다.
잇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살과 분신 소식은 최근의 비정규직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사법기관이 불법파견을 명확하게 판시했지만 회사 쪽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이 그들을 절망으로 내몰았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2월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해고자인 최병승씨에 대한 판결에서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고, 올해 2월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파견근로 위반 혐의로 GM대우자동차의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사장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확정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32개 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어느 때보다 자동차 공장 비정규직 사이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조가 회사 측에 압력 넣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대기업 자동차 공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단 하루라도 불법파견을 하면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하자, 개정법의 틈을 찾아 단기계약직을 썼다. 불법파견을 은폐하는 것도 여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한다며 전체 문제로 확대시키지 않으려 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씨 한 사람에 관한 것이라도 그 사람이 일했던 근무 공정의 특성에 대한 판정이기 때문에 전체로 해석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그런데도 각 기업은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판결을 가져올 때까지는 안 움직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이럴 땐 한 축으로는 법 개정을 추구하고 또 다른 한 축으로는 판결을 근거로 노조가 회사 측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에 정규직 노조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의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중단된 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사이의 의견 충돌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광주 기아차 공장의 신규 채용에서 생긴 ‘세습’ 논란이나, 이미 지난해 신입사원 선발 때 현대자동차가 정규직 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준 사실 등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만든다. 박 위원은 “회사에 공헌한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는 있지만, 지금 같은 고용 지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내버려둔 채 정규직 몫만 챙기는 것은 이기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에는 1만3000여 명, 기아차에는 5000여 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한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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