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5-06일자 기사 '비대위와 함께 비대해진 무기력'을 퍼왔습니다.
권한은 없고 임기만 길었던 민주당 비대위는 혁신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망과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니 계파 갈등이 격해지고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간판으로 4등을 했다. 4월24일 경기 가평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 김봉현 후보는 9.3%를 얻어 무소속 세 후보에 뒤진 4위를 기록했다.
가평군이 야권에게 힘든 지역이기는 하다. 수도권 민심을 대표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결과보다도 표의 낙폭이 심상치 않다. 정확히 1년 전인 2012년 4월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통합진보당 이병은 후보는 가평군에서 2만6000표 중 8182표를 얻었다. 이번에도 역시 2만6000명이 투표했는데 민주당 득표는 2368표로 쪼그라들었다.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대선 패배 이후 혁신에 실패하며 지지층 이탈이 더 빨라졌다는 징후다.
민주당은 패배의 충격을 혁신 동력으로 삼는 대신 ‘흡수’해버렸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혁신의 동력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한 각오도 안 보이고 대책도 없는 데다 위원회마저 아니다”라는 야유를 듣는다.
1월9일 문희상 체제로 출범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4일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4개월가량의 활동을 마감한다. 비대위 활동 기간이 넉 달이나 되는 것부터가 당의 긴장을 떨어뜨렸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웬만한 당의장(대표) 임기보다 비대위 임기가 길다”라고 자조했다.
임기 자체보다도, 비상시국답지 않게 뚜렷한 목표의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핵심 당직을 맡은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비대위의 최대 과제는 당 혁신이었고, 당 혁신의 최대 과제는 계파 갈등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대위 구성부터가 계파 안배로 출발했다. 그러니 계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가 있겠나. 비대위 회의를 들어가 보면 비대위원들 하는 얘기가 결국 자기 계파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전혀 아니었다.” 그 결과 비대위는 사실상 ‘넉 달짜리 선거관리위원회’로 전락했다는 평을 듣는다. 전당대회 준비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일반론으로 말하면, 비대위는 대체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권한과 책임의 성격과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비대위의 예외적 성공 사례가 둘 있다. 2004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 비대위, 그리고 2012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대위다. 둘의 공통점을 보면 비대위 체제의 성공 조건이 보인다. 둘 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1인 체제였다. 둘 다 비대위원장에게 인사권·공천권은 물론 당사와 당명까지 바꿀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쥐여주었다. 둘 다 전망이 어두운 전국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우 클릭? 강령은 또 오락가락
두 전례를 모아보면, 비대위 성공에 필요한 요소는 이렇다. 강력한 리더십(박근혜), 눈앞의 험난한 전국선거(총선), 세력 전체가 공유하는 위기감(총선 참패), 선거 승리라는 분명한 목표, 그 결과로 리더에게 주어지는 전권(비대위 구성권·공천권·천막 당사·당명 변경), 결과에 따라 리더가 지게 될 분명한 책임(대선주자로 가느냐, 정치적 내상을 입느냐) 등이다.

권한은 없고 임기만 길었던 민주당 비대위는 혁신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망과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니 계파 갈등이 격해지고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간판으로 4등을 했다. 4월24일 경기 가평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 김봉현 후보는 9.3%를 얻어 무소속 세 후보에 뒤진 4위를 기록했다.
가평군이 야권에게 힘든 지역이기는 하다. 수도권 민심을 대표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결과보다도 표의 낙폭이 심상치 않다. 정확히 1년 전인 2012년 4월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통합진보당 이병은 후보는 가평군에서 2만6000표 중 8182표를 얻었다. 이번에도 역시 2만6000명이 투표했는데 민주당 득표는 2368표로 쪼그라들었다.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대선 패배 이후 혁신에 실패하며 지지층 이탈이 더 빨라졌다는 징후다.
민주당은 패배의 충격을 혁신 동력으로 삼는 대신 ‘흡수’해버렸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혁신의 동력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한 각오도 안 보이고 대책도 없는 데다 위원회마저 아니다”라는 야유를 듣는다.
1월9일 문희상 체제로 출범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4일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4개월가량의 활동을 마감한다. 비대위 활동 기간이 넉 달이나 되는 것부터가 당의 긴장을 떨어뜨렸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웬만한 당의장(대표) 임기보다 비대위 임기가 길다”라고 자조했다.
임기 자체보다도, 비상시국답지 않게 뚜렷한 목표의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핵심 당직을 맡은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비대위의 최대 과제는 당 혁신이었고, 당 혁신의 최대 과제는 계파 갈등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대위 구성부터가 계파 안배로 출발했다. 그러니 계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가 있겠나. 비대위 회의를 들어가 보면 비대위원들 하는 얘기가 결국 자기 계파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전혀 아니었다.” 그 결과 비대위는 사실상 ‘넉 달짜리 선거관리위원회’로 전락했다는 평을 듣는다. 전당대회 준비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일반론으로 말하면, 비대위는 대체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권한과 책임의 성격과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비대위의 예외적 성공 사례가 둘 있다. 2004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 비대위, 그리고 2012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대위다. 둘의 공통점을 보면 비대위 체제의 성공 조건이 보인다. 둘 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1인 체제였다. 둘 다 비대위원장에게 인사권·공천권은 물론 당사와 당명까지 바꿀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쥐여주었다. 둘 다 전망이 어두운 전국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우 클릭? 강령은 또 오락가락
두 전례를 모아보면, 비대위 성공에 필요한 요소는 이렇다. 강력한 리더십(박근혜), 눈앞의 험난한 전국선거(총선), 세력 전체가 공유하는 위기감(총선 참패), 선거 승리라는 분명한 목표, 그 결과로 리더에게 주어지는 전권(비대위 구성권·공천권·천막 당사·당명 변경), 결과에 따라 리더가 지게 될 분명한 책임(대선주자로 가느냐, 정치적 내상을 입느냐) 등이다.

ⓒ국회사진기자단 4월23일 TV조선이 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토론회. 왼쪽부터 김한길, 강기정, 이용섭 후보가 토론을 하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중 어느 요소도 갖추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전국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는 1년도 더 남았다. 선거 참패로 공멸할 수 있다는 세력 차원의 위기감보다도, 당내 투쟁에서 밀리면 비주류로 몰락한다는 계파 차원의 위기감이 앞섰다. 비대위원장은 초법적 전권은커녕 비대위원 인선권마저 각 계파에 분양해야 했다.
목표도 불투명했다. 강한 개혁을 추동할 혁신형 비대위라기에는 권한이 지나치게 약했고,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라기에는 임기가 너무 길었다. 권한 없는 비대위가 임기만 긴, 가장 나쁜 조합이 나왔다. 민주당은 인수위와 박근혜 정부가 인사 문제로 연이어 죽을 쑤던 4개월 동안 반사이익을 누리기는커녕 지지 기반을 착실하게 까먹었다.
당의 핵심 가치를 담아야 할 강령은 또 한번 오락가락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분과위원장 이상민 의원)는 우 클릭 기조가 뚜렷한 강령·정책 개정안을 내놓았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의 완성’으로, ‘통일’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익 보장’으로 수위를 낮추자는 초안이 제출됐다. 486을 중심으로 한 당내 진보 성향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보편적 복지’ ‘통일’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살아남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을 계승한다는 대목은 삭제되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의 핵심 가치와 직결되는 당 강령이 선거 때마다 바뀌는 종이 쪼가리냐. 좌 클릭이니 우 클릭이니를 떠나서, 당에 중장기적인 시야가 안 보인다”라고 한탄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 강령을 뒤흔드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 제기다. 민주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김한길 의원도 4월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리형 지도부(비대위)가 단기간에 당의 근간인 당헌이나 강령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 지도부가 당원들과 충분히 토론을 거친 뒤에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세력 차원의 전망과 방향이 뚜렷이 보이지 않을 때, 계파 단위의 생존 투쟁은 더욱 격해지기 쉽다. 서로 다른 지지 기반을 가진 계파들의 갈등이 깊어지면, 민주당 지지 기반을 이루는 유권자 연합도 느슨해진다. 지지 기반이 취약해지고, 안철수 신세력과 같은 다른 옵션으로도 고개를 돌리게 된다. 대선 패배 이후 지난 넉 달 동안 민주당이 보여준 행보다.
전대 이후도 리더십 혼란 가능성
4·24 재·보선 다음 날에도, 민주당에서 선거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이길 만한 곳이 없었던 국회의원 재선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평군수 선거 또한 별달리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 일종의 집단 무기력증에 가깝다.
5월4일 전당대회가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상대 계파의 흔들기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차기 대표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다는 약속과 달리 10월 재·보선 결과가 안 좋으면 또다시 리더십 혼란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제법 있다.
큰 변수 없이 흘러가는 듯하던 전당대회는 강기정·이용섭 두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며 김한길 후보와 대립각을 선명히 세웠다. 강·이 두 후보 모두 정통파 친노는 아니지만 크게 보아 범주류로 분류된다. 강기정 의원은 범친노인 정세균계이고, 이용섭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중용한 관료 출신이지만 대선 경선 때에는 손학규 후보를 도왔다.
강기정·이용섭 두 후보는 단일화가 당 분열 극복과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4월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反)김한길 단일화는 아니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리더십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한길 후보 측에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 보여주는 명분도 없는 연대를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비판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또다시 범주류가 단일화를 동원해 당권을 잡을 경우, 비주류와 당 밖 안철수 신세력과의 연대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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