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PD저널 2013-05-14일자 기사 '역사 왜곡에 언론까지 외면 ‘오월 광주’는 서럽다'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시대 미화에 가려진 5·18
33주년을 앞둔 광주민주화운동이 역사 왜곡 논란과 언론의 무관심 속에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상파 3사에서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시피 해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논란으로 대표되는 5·18 역사 왜곡 흐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KBS와 MBC본사, SBS가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마련한 프로그램은 기념식 중계를 빼고 거의 없다. KBS만 기념식 당일 방송되는 현대사 프로그램 (다큐극장)에서 5·18을 다룬다. 대부분은 광주지역방송에서 준비한 프로그램들이다. △광주MBC (추기경의 5월)(가제, 5월 25일 예정) △KBS광주 (열린 마당)(5월 17일) △ KBC광주방송 (특집 KBC 열린 토론회)(5월 19일) △광주PBC 특집 다큐멘터리(눈까마스, 광주)(5월 18일) 등이다.
광주MBC 한 PD는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논란을 보면서 지역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 5·18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는 인식이 더 커졌다”며 “하지만 이런 노력이 광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들이 광주를 찾던 발길은 뚝 끊겼다. 송선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전국단위 방송의 5·18에 관한 관심은 소홀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 5·18기념재단이 지난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5·18기념재단
하지만 이전 정부부터 시작된 ‘5·18 흔들기’가 점차 심해지면서 이를 견제하고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5·18 공모전 수상작 변경을 요구하고 행사 나흘을 앞둔 시점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해 5·18 추모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폄하하거나 시민군을 폭도로 매도하는 보수진영의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송선태 상임이사는 “‘시민이 먼저 무장하고 쐈다’거나 ‘애초 사망자는 경찰이었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떠도는 데도 이를 잡으려고 하지 않은 언론을 보면 5·18을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참여정부까지 앞다퉈 5·18을 조명했던 언론이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자기 검열에 빠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5·18에 대해선) 이미 다 할 만큼 했다”거나 “새롭게 접근할만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반박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현대사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보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홀대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다. KBS는 지난 대선 직후 박정희 시대를 무대로 한 드라마를 추진해 ‘박정희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또 KBS와 MBC는 정전협정 60주년과 파독광부 30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거나 방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들어 불고 있는 현대사 재조명 바람에 5·18광주민주화운동만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KBS 한 PD는 “보수정권의 성격이 반영된 정전 60주년 한미동맹 50주년 등의 국가적 이벤트나 ‘파독광부 30년’의 경우 기획을 내면 내부에서도 쉽게 채택되는 편”이라며 “5·18은 회사에서 권하는 아이템도 아닐뿐더러 지급까지 접근하지 않았던 소재와 방식을 찾아야 해서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나간채 전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5·18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삭제, 공모전 수상작품 교체 요구 등은 5·18을 부정하려는 흐름”이라며 “신군부를 지지하는 세력들과 현 보수진영은 반공주의와 지역주의 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박정희 시대 미화와 5·18 등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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