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5-16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에 불만 “그렇게 해서 북남 대화 되겠나”'를 퍼왔습니다.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도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북한의 연이은 강수에 밀릴 수 없다는 방침은 이해할 만하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남북관계에서 뭔가 책잡힐 일을 피하려다 보니, 예상외의 강수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첫 방미 때는 대부분 한·미 양국 간에 기 싸움을 방불케 하는 외교전이 펼쳐졌다.
북한은 북한대로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권 5년간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한에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고,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최근 행보까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자기들과 대화할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 주도로 하려 하고, 자기 원칙만 강조하는 듯 보인다. ‘그렇게 해서 북남 사이에 대화가 되겠나’ ‘그 원칙 다 지키면 자기네가 죽을 텐데 그걸 어떻게 하나’ 따위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청와대 제공 4월26일 청와대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소집됐다.
박 대통령이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하고 인도적 지원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종의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인도적 지원 필요 없다’ ‘자꾸 신뢰 얘기하는데 먼저 보여달라’ 등, 아직 허니문 기간이라 막말을 하지는 않지만, 실망에서 분노로 감정이 변화하는 게 읽힌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권 때 불신으로 점철돼, 그것을 먼저 걷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신뢰만 요구하니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거기다 지금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년을 지켜본 자식들이다. 자기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남한·중국·미국·일본에서 당했던 수모에 대한 분노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포용력을 발휘할 수도 있으련만,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난 20년간 나타났던 ‘남북관계 징크스’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마다 취임 초에 남북관계 돌부리에 걸려 길게는 5년, 짧게는 2년 이상 단절기를 거쳐야 했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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