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0일자 기사 '아침8시 신고…경찰 출동…윤, 짐도 안챙기고 공항 ‘줄행랑’'을 퍼왔습니다.

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명용사탑에 꽃을 바치기 위해 마이클 리닝턴 워싱턴관구사령관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성추행 의혹’ 도망자 윤창중 사건의 재구성
지원요원 여대생 성추행 알려져
대통령 미국방문 도중 혼자 귀국
▶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첫번째 해외순방 도중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장본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대통령 순방 도중 해임된 첫번째 청와대 대변인이 됐고, 미국 경찰의 조사를 피해 한국으로 도망치듯 몰래 귀국했다. 윤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전말을 미국 경찰 사건신고서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다.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일정은 8일 아침 8시(현지시각)부터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방미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모임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커다란 돔이 인상적인 미국 의사당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 연설을 하기로 한 곳이다. 한국에서도 8일 밤 11시30분(한국시각)부터 전국에 생중계된다. 방미 동행 여부를 두고 윤 대변인과 입씨름을 벌였던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한국에서 연설방송을 지켜볼 것이었다.그러나 대통령의 ‘입’인 윤 대변인은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워싱턴디시(DC) 시내에서 43㎞, 택시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덜레스 국제공항이지만, 오후 1시35분(현지시각)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전화로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댄 뒤였다. 박 대통령에게는 귀국 보고도 하지 않았다. 윤 대변인이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향하거나 이미 도착했을 즈음, 박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34분간 연설을 했다. 모두 39차례나 박수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연설이었다. 기립박수도 6차례나 나왔다.택시에서 내리는 윤 대변인의 손에는 작은 가방 하나만이 들려 있었다. 나머지 짐들은 대통령 수행단과 취재기자들이 함께 묵었던 워싱턴디시 페어팩스 호텔 자신의 방에 그대로 두고 나와야 했다. 공항 발권창구로 직행한 윤 대변인은 신용카드로 400여만원을 치르고 대한항공 KE094편 비즈니스석 티켓을 구입했다.윤 대변인은 한국시각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이미 워싱턴디시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했을 시간이었다. 4시간 전에는 동포간담회까지 마쳤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윤 대변인은 이튿날 저녁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서울공항에 내렸어야 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내리는 박 대통령의 뒤를 따르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물건너갔다.

박근혜 대통령 일정과 윤창중 행적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윤 대변인은, 급한 일이 생겼다는 집으로 갈 수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수행 중 미국 시민권자인 21살짜리 행사 지원요원을 성추행했는지를 조사받았다. 그는 “그 여대생과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성추행은 없었다. 호텔방에서 알몸을 보인 것은 지원요원이 방에 들어올 때 막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9일 오전 9시(현지시각)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중인 이남기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경질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방미 기자단 숙소인 로스앤젤레스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브리핑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대변인을 경질하기로 했다. 사유는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경위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파악중이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투명하게 밝히도록 하겠다.”
7일 밤 9시께부터 함께 술자리
“엉덩이 만졌다” 성추행 의혹 발생
8일 새벽 호출받고 다시 호텔로
윤, 샤워뒤 옷 안입고 있다 전해져
피해자 신고받고 경찰 호텔로 출동
외교문제 판단 미 국무성에 연락
윤, 경제인 조찬모임 뒤 공항으로
9일 새벽 ‘미씨USA’에 “성폭행” 글 떠
박 대통령, 오전9시 보고받고 “경질”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대변인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임시로 채용한 현지 여대생(21)과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7일 밤 9시 무렵(현지시각)이다. 윤 대변인은 워싱턴디시(DC) 최고급 호텔인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 바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방미 수행단과 취재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페어팩스 호텔, 박근혜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블레어하우스(영빈관)와는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지척이다.재미동포로 미국 시민권자인 이 지원요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기간에 청와대 수행단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한국문화원에서 선발한 3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대부분 대학생들인 이들은 행사 안내와 방송·인터넷 모니터링, 신문 스크랩 업무 등을 지원하기로 돼 있었다. 수행단 중 비서관급 이상에게는 지원요원과 차량, 기사가 배정됐다. 브리핑 등 공보업무를 맡은 윤 대변인에게도 비서 역할을 할 지원요원과 기사가 전속배정됐다.이날 박 대통령의 일정은 빡빡했다. 오전 11시30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 낮 12시30분 백악관 오찬, 오후 1시30분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이 줄줄이 잡혀 있었다. 2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에는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 오후 4시30분부터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 접견이 예정돼 있었다.

윤창중 대변인이 행사지원 여성 요원과 술을 마시고 성추행을 시도한 미국 워싱턴의 더블유(W) 워싱턴 호텔. 더블유 워싱턴 호텔 누리집 갈무리
청와대의 방미 일정표에 따르면 오후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만찬을 끝으로 이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윤 대변인은 기념만찬 뒤 청와대 수행단과 저녁식사를 한 뒤, 밤 9시께부터 지원요원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자리는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미국 워싱턴디시 경찰이 작성한 사건신고서를 보면, 윤 대변인은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술에 만취한 윤 대변인은 숙소로 돌아온 뒤 새벽 5~7시 사이에 다시 지원요원에게 전화해 자신의 방으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내리며 윤 대변인은 지원요원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고 한다. 지원요원이 서류를 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윤 대변인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있었고, 이 여성은 놀라 자기 방으로 황급히 돌아갔다. 피해 여성은 이 사실을 지원요원으로 함께 선발된 친구들에게 알렸고, 이날 아침 8시 워싱턴디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미국 현지시각으로 8일 아침 8시, 박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방미 수행 경제인들과 헤이 애덤스 호텔에서 조찬모임을 했다. 윤 대변인은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었다.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페어팩스 호텔로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가 한국 대통령을 따라온 대변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외교문제라고 판단한 경찰은 국무부에 연락을 했고, 국무부는 다시 주미 한국대사관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이렇게 처리는 늦어졌고, 언론에 공개된 워싱턴 경찰의 사건신고서에는 피해 여성의 신고시각이 원래보다 4시간30분이나 늦은 ‘8일 오후 12시30분’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다. 사건신고서를 보면, 해당 지원요원은 “윤 대변인이 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bed)”고 경찰에 진술했다.청와대 수행단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윤 대변인을 일단 한국으로 출국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 대변인은 경제인 조찬모임에서 불과 2시간30분 뒤에 열린 박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는 함께하지 못하고, 덜레스 공항에서 오후 1시35분에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떠나야 했다.

윤창중 성추행 전후 상황 (7일 밤~8일 오후)
대통령을 모시는 대변인이 한마디 말도 없이 도망치듯 떠났고,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오후 3시 워싱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전용기에는 최영진 주미 한국대사가 동승했고, 최 대사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 미국 경찰이 파악한 사건의 전모를 설명했다. 참모들은 “성추행 사건이 애매해 더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박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9일 새벽 6시. 미국 한인 여성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 ‘미씨유에스에이(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중 윤창중 대변인이 교포 여학생을 성폭행했다”는 글이 떴다. 인터넷에 글이 올라온 뒤 윤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귀국과 성추행 의혹이 뒤늦게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사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귀국한 윤 대변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이를 보고받은 수행단 핵심 참모들은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참모들은 9일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박 대통령에게 윤 대변인의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박 대통령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경질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9일 오전 10시55분, 대통령 방미 마지막 일정지이자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교민들은 첫 여성 대통령의 대변인이 재미동포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접하게 된다.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10일, 윤 대변인의 휴대전화 신호는 살아 있지만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에 몰래 귀국한 직후 지인에게 연락해 곤혹스러운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 미국에서 진행될지 모를 사법 절차와 재판 등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일 기자, 로스앤젤레스/석진환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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