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5일 토요일

박근혜, 북한이 제안한 '6.15' 수용해야


이글은 플러스코리아 2013-05-25일자 기사 '박근혜, 북한이 제안한 '6.15' 수용해야'를 퍼왔습니다.
2002 방북 당시 평양에서 6.15지지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

[칼럼 플러스코리아]오주르디 정치칼럼=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획기적인 남북 성명이 발표된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이 성명은 남과 북이 통일의 ‘얼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통일의 ‘얼개’ 담긴 6.15공동선언. 6.15 남북 공동선언의 기본 5개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4.남 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이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통일을 3단계로 설정하고 제1단계로 1민족 2국가 2체제 2정부를 골자로한 ‘남북연합’을 주장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1민족, 2체제, 2정부, 1국가를 표방하는 ‘연방제’를 제안했다. 시각차는 있었다. 하지만 남과 북은 체제 공존과 점진적 통일이라는 두 가지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 경제 협력과 민간교류 등 남북 관계의 새 장을 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듬해인 2001년부터 남과 북은 6.15공언을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매년 금강산에서 개최해 왔다. 하지만 6.15선언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봤던 이명박 정권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지자 이를 빌미로 공동행사 개최를 거부해 2009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 2005년 평양에서 열렸던 6.15 민족통일대축전. 사진=공동취재단 © 오주르디

북측 “중단된 6.15행사 개성-금강산 개최하자”, 일종의 대화 제안   

한이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남북이 함께 개최하자고 제안해 왔다. 지난 22일 6.15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6.15공동선언 행사를 개성 혹은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위원회는 “북남 관계를 원상회복하고 자주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유일한 출로는 6.15공동선언 이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대화 제안이다.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남측에 어떤 식으로든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읽힌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도 있다.   퇴로조차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제안이다. 비록 민간 차원의 행사 제안이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신선 회복, 통행 문제 협의 등 남북 당국 간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남북 간 대화를 원한다면 북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측의 제안을 부담스러워 한다. 행사 자체를 불허할 분위기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북측의 제안에 대해 “우리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기 위해 민간단체 행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되는 상항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이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박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도 어긋난다. 작은 약속부터 지켜가며 남북이 신뢰를 쌓아 가면서 큰 틀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게 ‘신뢰 프로세스’의 근간이다.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가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한 말이다.  “신뢰가 있어야 한반도 갈등을 근원적으로 풀 수 있다. 남북 간 신뢰를 위해서는 우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며 세부사상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 나가겠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채널이 열려 있어야 한다.”


2002 방북 당시 평양에서 6.15지지 선언한 박 대통령   

렇다. 작은 약속부터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6.15 공동행사는 남북 간의 ‘작은 약속’이었다. 또 박 대통령이 주장한 ‘다양한 대화채널’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6.15 공동행사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있어왔던 남북 축제였다. 그러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북측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6.15 지지선언을 직접 평양에서 한 바 있다. 방북 중이던 2002년 5월 11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서 북측 김영대 회장이 “북과 남의 정치인들이 이렇게 마주앉게 된 것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의 의의와 생활력을 실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자 이렇게 화답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내용이다.   “박근혜 여사는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어서 이번에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으며, 북과 남이 힘을 합쳐 7.4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공동발전을 이룩하는데 이바지하자’고 강조했다.”  또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북 소회를 피력하며 이런 말을 했다. 기자에게 구술한 내용이다.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비록 돌아가셨지만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뿌린 남북화해의 씨앗을 열매 맺어, 어려운 결단을 내린 그 뜻을 되살려야 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신뢰 프로세스’ 가동하고 국민과 약속 지킬 기회  

박 대통령이 임명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지난 3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질문을 받자 6.15 공동선언의 정신과 남북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서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등 남북간 모든 약속·합의를 존중하고 기존 합의에 담긴 상호 존중의 정신 위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  박근혜 정부에게 국민과 약속한 바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당국 간 공식 제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건 거부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자존심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대화의 물꼬를 우리 정부가 먼저 틀 수 있다면 그리 해야 한다. 


기회를 위기로 만든 MB정부, 복기해선 안 돼     

독과 동독이 통일 될 때 주변국가와 미국은 부정적이었다. 막대한 ‘통일 비용’ 등을 언급하며 서독 국민들에게 통일독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웃 나라가 잘 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습성 때문이다. 우리가 독일의 통일에서 배운 게 있다. 분단을 고착화 시키는 '분열적 평화체제'가 아니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지 않았던가.   북한을 굴복시키고 체제를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공멸할 수도 있는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흡수통일’ ‘북한접수’ 등 승패 게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다져 놓은 남북협력과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뒤엎어버렸다. 기회를 위기로 만든 우둔한 정권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원한다면 우선 북측의 6.15 공동행사 개최 제안을 받아 들여야 한다. 2002년 박 대통령 자신이 평양에서 밝힌 그 소신이 진정이라면 북측의 제안을 외려 반겨야 하는 것 아닌가. 


오주르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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