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민주화 성지’ 대학가에선 5·18 대자보 훼손·철거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17일자 기사 '‘민주화 성지’ 대학가에선 5·18 대자보 훼손·철거'를 퍼왔습니다.

ㆍ“폭동” 주장 글·전두환 사진도 보여

제33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대학가에 붙은 5·18 관련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철거되는 일이 일어났다. 과거 대학은 ‘5·18 정신’을 알리는 데 앞장선 민주화운동의 성지였지만, 이제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폄훼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는 지난 15일 문과대 건물 앞에서 5·18 관련 사진전 을 열었다. 8장의 대자보에 시민 시위대의 사진,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시민의 사진 등 1980년 5월 광주에서 촬영 된 사진을 붙였다. 문과대 학생회장은 “최근 온라인 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하는 등의 글이 자주 눈에 띄었다”며 “일부 그릇된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우들과 공유 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올바르게 알자는 취지로 사진전을 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밤늦게 대자보가 훼손됐다. 누군가 대자보 위에 사진과 유인물 등을 붙여놓고 갔다. 덧붙여진 사진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었고, 그중 한 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조정 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유인물도 발견됐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가 주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에 지난 15일 누군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북한의 조정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유인물을 붙여 훼손했다. |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제공

이날 밤 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좌빨(좌익과 빨갱이의 합성 어)천국 고려대학교 산업화 시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이는 자신이 고려대 문과대의 5·18 사진전을 훼손했다며 증거로 사진도 함께 찍어 올렸다. 그는 “얼마 전부터 학교에 이딴 게 붙어 있어서 화났다”며 “곧 우리 원조가카(박정희 전 대통령) 구국의 혁명 5·16이 코앞인데 폭동절 주간(5·18 지칭)이라고 좌파들이 설레서 여기저기서 팸플릿 나눠주더라”라고 적었다. 17일 현재 이 글은 ‘일베’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문과대 학생회장은 “이런 생각을 가진 학우가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성신여대에서는 학생들이 5·18을 기념하기 위해 학내에 붙인 대자보를 학교 측에서 수거해가기도 했다. 지난 7일 성신여대 5·18 바람개비 준비단은 대학생들의 역사인식을 높이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설명을 담은 대자보를 학교 게시판에 붙였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가 2시간 만에 이 게시물을 철거했다.

학교 측은 학교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은 학칙상 게시판에 부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준비단 측은 9일 학교에 정식 허가를 요청했지만 학교 는 거부했다. 학교 측은 “대자보에 ‘분신’ ‘자살’ 등의 단어가 들어가 선동적, 선정적”이라며 “준비단은 학교가 인가한 공식 단체 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활동비를 모금해 유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준비단 측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분신, 투신자살 등이 있었다는 내용이 짧게 들어갔을 뿐인데 선정적이라 판단한 학교 측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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