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2일 수요일

30대 ‘일베’ 회원 인터뷰 “5·18 사실이나 의심 여지 남겨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2일자 기사 '30대 ‘일베’ 회원 인터뷰 “5·18 사실이나 의심 여지 남겨야”'를 퍼왔습니다.

ㆍ“항상 ‘적’ 만든 노무현에 회의… 진보, 광우병사태 때 집단폭력”ㆍ“요즘 일베엔 비논리적 글 넘쳐”

경향신문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인 30대 초반의 ㄱ씨와 20일 인터뷰를 했다. ㄱ씨는 “한국 사회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일베를 시작했고, 현재는 극단으로 치닫는 일베의 일부 이용자들 때문에 일베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는 “그해 6월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2명이 깔려 숨진 사건이 있었고, 대학에 가면 이회창 후보를 미국에 아첨하는 간신으로 표현하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며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좋았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승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그때는 진보에 가까웠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ㄱ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쯤이었다고 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ㄱ씨는 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도 어려움을 겪어 집안형편이 나빠졌다. 노 전 대통령이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뒤 남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ㄱ씨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ㄱ씨는 “(노 전 대통령의) 정책은 늘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고, 정치적 통합도 이루지 못했다”며 “방송에서 대통령이 특정인을 대놓고 비판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베’ 규탄하는 고등학생 한 고등학생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인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거리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ㄱ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진보 혹은 좌파’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ㄱ씨는 디시인사이드와 개인 블로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누리꾼이었다. ㄱ씨는 “인터넷에서는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는 여론만 가득했고, 이에 반대하는 의견들은 뭇매를 맞았다”며 “당시 한 블로거가 ‘이것이 너희가 말하는 민주화냐’라는 내용으로 쓴 글이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현재 일베에서 사용되는 ‘민주화’의 개념도 당시 그 블로거의 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용어를 아무렇게나 쓰는 것은 잘못이지만, “좌파 혹은 진보라고 하는 세력들이 가진 폭력성이 당시에 반발심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일베가 디시인사이드에서 분리됐을 때 ㄱ씨도 일베에 가입했다. ㄱ씨는 초창기 회원으로 현재 ‘고정닉 5레벨’이라고 했다. 일베에서는 자신이 쓴 글이 추천(일베로)을 많이 받으면 경험치가 오르고, 비추천(민주화)을 받으면 경험치가 떨어지는 방식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ㄱ씨는 “ ‘고정닉 5레벨’ 정도면 중독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활동을 하고 추천을 받는 회원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ㄱ씨는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일베의 행동에 대해 진보세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욕이나 사진 합성 등에 대해 진보라는 사람들이 ‘고인 사진에 어떻게 장난을 칠 수가 있느냐’고 하지만, 그들은 박정희·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욕하고 비난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든 박근혜 대통령이든 모두 사진 합성물이 있는데 유독 노 전 대통령에게만 민감한 것은 이중잣대”라고 말했다. ㄱ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매우 확고하게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 등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ㄱ씨는 최근에는 게시물을 보기는 하지만 글을 쓰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적 목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일베에 유입됐고, 이들이 정치적인 글만 쏟아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유머글이나 실용적인 글을 쓰던 이용자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ㄱ씨는 “일베에서 극단적인 비하글을 쓰는 일부 이용자들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ㄱ씨는 “ ‘김치녀(한국 여성들을 비하하는 용어)는 3일에 한 번씩 패줘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는 일련의 상황을 본 적이 있다. 이용자들의 글을 무작정 찬성하는 상황을 보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일베의 한계를 절감했다. ㄱ씨는 “일베가 당시에 무리한 주장을 하다가 일부 일베를 지지하던 유명인들이 돌아서자 풀이 죽었다”며 “그때 벌어진 일들이 ‘인증 대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상정보를 가린 고학력자들의 졸업장과 학생증이 올라오고, 대학교수, 의사 등이 자신들의 직업을 인증하는 것을 보면서 일베 이용자들은 위안을 삼는 것처럼 보였다”며 “소수의 엘리트들이 다수의 패배자들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무조건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글만 계속 올리는 이용자도 있고, 한 지역만 비하하는 이용자도 있다”며 “최근 일베에도 자성의 목소리 가 나올 정도로 논리성이 사라진 이상한 글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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