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6일자 기사 '한국일보 ‘1면 바꿔치기’… 노조, 사장 사퇴 요구'를 퍼왔습니다.
“초법적 행태” vs “노조가 불법”… 노사 정면충돌
한국일보 노사가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노조는 사장 퇴진을 요구했고, 사측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다가 보류됐던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22일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15일 발행된 신문의 1면이 ‘바꿔치기’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16일 보도자료를 내 “5월15일자 한국일보 1면이 비정상적인 제작 과정을 통해 다른 판으로 바뀌게 된 초유의 사건과 관련, 회사 측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5월15일자 한국일보 1면에는 애초 라는 기사가 배치됐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위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배달된 41판 신문에서는 이 기사가 16면(경제면)으로 밀려났다. 대신 2면에 있던 기사가 1면으로 옮겨졌고, 2면의 빈자리는 사진 기사 등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똑같은 사진이 2면과 14면에 중복 게재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일보는 16일자 2면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는 사고(社告)를 냈다.

▲ 편집국 기자들이 제작한 한국일보 5월15일자 1면. 사측은 빨간 선에 있는 기사를 경제면으로 옮긴 판을 수도권 지역에 배포했다.
비대위는 “노조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사후 확인 작업 결과, 5월15일자 1면은 취재기자-담당 데스크-편집국장-편집자에 이르는 정상적 신문 제작과정에서 벗어난 경로를 통해 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41판(수도권판) 이후 편집국이 정상적으로 진행한 시내판용 판갈이 작업까지 지면에 반영되지 않아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기각’,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 등의 비중 있는 기사들이 실제 신문에 전혀 게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최근 부당인사 사태 이후 사측에 동조해왔던 모 부장이 5월14일 밤 11시 편집국 밖 모처에서 정체불명의 편집자(또는 오퍼레이터)를 대동하고 해당 지면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비대위 최진주 부위원장은 16일 통화에서 “모 부장이 경제부장이나 산업부장을 했던 분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지면을 바꿔) 인쇄까지 시키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며 “사측의 지시를 받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편집국 기자들은 비상총회를 갖고 사측의 ‘1면 바꿔치기’에 대해 성토했다”며 “기자들은 ‘신문의 얼굴인 1면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분노했고, 3시께 사장실 앞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며 책임자 처벌과 박진열 사장 사퇴를 외쳤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신문 제작 절차 과정을 무시한 초법적인 행태이며 편집국 독립을 규정한 한국일보 편집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한국일보의 공정한 보도를 믿고 구독하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

▲ 수도권에 배포된 41판 5월15일자 1면. 2면에 있던 <육-공군 '방공 무기' 알력>가 1면에 배치돼 있다. ⓒ허완 기자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한국일보 제작과정은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은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5월15일자 1면기사 교체는 이런 상황에서 신문 발행인이 비정상적인 신문제작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사측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현재의 신문 지면은 권한이 없는 이영성 국장이 임의로 만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는 (5월1일 발령 난) 하종오 편집국장이 맞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압도적 찬성으로 하 국장을 ‘불신임’한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편집강령에 보면 부결이 되고 10일 안에 선임하게 되어 있다”며 “그 때까지는 (하종오)국장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행인이자 사장의 지시를 받아서 편집국장이 (1면 기사를) 바꿨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며 “절차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영성 편집국장을 비롯한 부장들과 기자들이 회사의 정당한 인사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지면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다가 보류됐던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오는 22일 개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영성 국장에게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노조가 지난 1일 단행된 인사를 ‘불법·부당 인사’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사측은 지난 5월1일자 인사에서 부산취재본부 부국장 대우로 이동시켜 ‘보복인사’ 혐의가 제기됐던 고재학 경제부장을 16일 논설위원실로 다시 발령 냈다. 그러나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인사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회사도 물러날 길이 없다”며 “그건 (인사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은 최근 몇 차례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교섭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일보 사태’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사측이 편집국장 및 부당단을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하면서 편집국에는 초유의 인사 불복종 사태가 이어져왔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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