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6일자 기사 '대통령 후보 정책·자질도 검증 못하는 TV토론 바꿔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토론 없이 하고 싶은 말만
첫 대선 후보 TV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이게 무슨 토론이냐”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후보자의 자질도, 정책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각자 후보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끝난 ‘토론 없는 토론회’였다는 것이다. TV토론 형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열린 TV토론에서 한 주제에 배분된 토론 시간은 20분 남짓.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후보자들이 각 1분30초간 답변을 한 뒤 후보자들끼리 15분 동안 상호토론을 한다. 세 명의 후보자가 나눠 쓰는 시간이 각기 5분에 불과하다보니 질문 하나에 답변 한 차례만 들으면 시간이 끝난다. 재질문과 재반박이 나오면서 실질적 논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답형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식이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5일 “기계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 주고받기식의 토론으로는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후보자에게 좀 더 시간을 주고 반박과 재질문을 하는 주도권 토론 형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미국 대선과 같은 심층적인 토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토론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4일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제시된 의제에 맞춰 질문하고 상대방의 답을 끌어내기보다는 각자 준비해온 말만 하다 끝냈다. 선거방송토론위원으로 참여한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어제처럼 후보들이 공격만 하거나 딴청 부리는 자세로 임한다면 어떤 토론 방식을 택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정성 시비 우려 논쟁 회피
이번 토론 방식은 여야와 KBS, MBC, 경실련, 대한변협, 언론학회, 방송통신심의위, 선관위, 학계 등에서 추천한 11명으로 구성된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토론 방식이 논쟁이 이뤄질 수 없는 포맷으로 결정된 데에는 서로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정치인들의 암묵적 합의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토론은 원래 쟁론적 성격이 있는 것이고 상호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우열을 가릴 수 있어야 하는데, 후보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거나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나오는 등 이미지 중심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3회로 제한된 법정토론회
선거방송토론위 역시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로선 사회자의 잦은 개입 등으로 유력 후보들이 주요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기가 더욱 어렵다. 김춘식 교수는 “선거방송토론위나 방송사, 사회자 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공정성 논쟁, 책임 논쟁이다보니 정치적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차라리 후보 간 토론보다는 정파적 성향을 배제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정책 검증에는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모두 세 차례다. 이러한 법정 토론회는 3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어 토론 기회를 늘리려면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4일 토론회의 경우 지지율이 미미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실상 토론을 주도하면서 유권자들로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등 유력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사실상 갖지 못했다. 선거방송토론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여러 가지 한계가 노출됐지만 남아 있는 두 차례 토론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들은 자체적으로 박·문 두 유력 후보만이 참여하는 양자 토론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지연과 유세일정 등을 이유로 불응해 모두 무산됐다. 이정희 교수는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유력 후보들만 불러 양자 형식으로 한다면 토론의 질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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