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1-30일자 기사 '[사설]검찰 위기의 진짜 원인은 ‘MB 인사’다'를 퍼왔습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어제 사퇴했다. 한 총장은 최근의 검사 비리와 관련해 사죄한 뒤 “검찰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작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예고했던 검찰개혁안 발표나 ‘신임을 묻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개혁 대상이 개혁안을 발표하는 3류 코미디가 연출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총장과 충돌했던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검 간부들 역시 자숙하고 반성하겠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이를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보여준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한 총장의 퇴진을 계기로 검찰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핵심적 요소가 빠졌다. 검찰 인사권자인 자신의 책임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어법이 재연된 셈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추락한 데는 이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고향인 대구·경북(TK)과 모교인 고려대 출신을 노른자위 보직에 기용했다. 정권에 충성한 검사들에게는 반드시 인사로 보은했다. 이번 검란(檢亂)의 주역부터 ‘MB 인사’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이 대통령의 고대 후배인 한 총장은 현 정권 들어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뒤 총장직에 올랐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스폰서, 병역면제, 위장전입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엄호 속에 무사히 청문회를 마쳤다. 최재경 중수부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BBK사건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한 뒤 대검 수사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코드인사와 보은인사가 거듭되다 보니 많은 검사들이 공복(公僕)의 사명을 잊고 정권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 총장 사의를 즉각 수용한 배경에 대해 “그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는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TK에 민정수석 출신으로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된 권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검찰개혁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이 야당과 진보진영을 겨냥해 칼을 휘두를 때는 환호하더니, 이제 와서 환골탈태를 주문하는가. 검찰개혁안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이면 충분하다더니, 검란이 벌어지자 고강도 개혁안을 새로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은 검찰의 위기가 검사들만의 탓인 양 호도해선 안된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할 사람은 검사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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