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생중계로 본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른 KBS, MBC의 대선TV토론 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05일자 기사 '생중계로 본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른 KBS, MBC의 대선TV토론 보도'를 퍼왔습니다.
방송뉴스가 사는 '좋은 박정희 vs 나쁜 노무현'의 세상

4일 밤 있었던 대선후보 TV토론에는 그동안 언론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사실’들이 많이 등장했다. 토론이 끝난 이후에도  ‘다카키 마사오’가 계속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있다는 건 많은 시사점과 고민을 던진다. ‘다카키 마사오’는 결국, 언론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토론 중계가 끝난 직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그간 제대로 된 보도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다카키 마사오’를 잘 몰랐고 검색을 해봐야 할 만큼 생소한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공중파 방송에서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전율을 느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래 언론은 ‘박정희 VS 노무현’ 구도에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러나 정작 박정희의 창씨개명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 같은 문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금껏 언론의 구도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을 그대로 폭로한다. 지금까지의 구도는 말하자면 ‘좋은 박정희 VS 나쁜 노무현’의 교묘한 편향 위에 서 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 등 신군부로부터 6억 원을 받았단 사실도 그렇다. ‘정치개혁’이 대선의 화두로 등장했단 점에서 이 사실은 매우 폭발력 있는 이슈임에 틀림없다. 구악 정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 후보가 이유가 어찌되었건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받았단 점은 매우 논쟁적인 이슈이다. 하지만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말하고 ‘측근비리’ 근절을 설파하는 언론은 정작 후보들의 정치적 역사성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해왔다. 이는 왜 정치개혁이 되어야 하는지 언론이 제대로 추적조차 하지 않았었단 사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수사로 존재하는 정치개혁의 깃발에서 언론 또한 함께 개혁되어야 할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 무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대형마트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도 정작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유통법 개정안’ 통과에는 반대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실제, 박 후보의 공약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한 상황이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현실화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척되지 않거나 혹은 아예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 모순된 상황에 대해서 그러나 언론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유통법 통과 반대 문제만 하더라도 알 만한 사람만 알 뿐, 토론을 시청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방송 뉴스 역시 유통법 통과 무산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었다. 

▲ 대선 TV토론 관련 KBS 뉴스9 화면 캡쳐.

그렇다면, 4일 대선 TV토론을 보도한 방송 뉴스들에는 이러한 내용이 뒤늦게나마 반영되어 있었을까? 기대하지 않았지만, 소문난 잔치가 된 TV토론을 방송 뉴스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한 마디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방송 3사 모두 어제 토론의 열기와 오고간 쟁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드러난 사실들은 모두 프레임 바깥으로 밀려났고,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 수준의 원론적인 언급들이 ‘팽팽한 긴장감’, ‘날선 공방’ 수준의 수사적 차원에서 나열됐을 뿐이다.
우선, 방송 뉴스에서 ‘다카기 마사오’ 발언이 인용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SBS의 경우 토론에 앞서 뉴스가 시작돼 논외로 한다지만, 토론 이후 뉴스를 편성한 KBS와 MBC의 경우 이정희 의원의 맹공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우물쭈물하는 화면 자체를 아예 내보내지 않았다.
KBS와 MBC는 그 대신 어제 토론의 분위기를 지지율 1, 2위 후보 간의 ‘공방’으로 정리했다. KBS가 뽑은 토론의 쟁점들은 각각 ‘정치 쇄신안,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대북 정책, 전 정부/현 정부 책임론, NLL’ 정도였다. 쟁점만 보면 얼핏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 주제를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한 쟁점이란 걸 알 수 있다. 특히, KBS 뉴스의 경우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공세적으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방어적인 답변을 하는 장면으로 화면이 구성됐다.

▲ 대선 TV토론 관련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의 경우 아예 ‘대북정책’을 별도의 리포트로 정리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가장 공방적인 주제가 그것이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KBS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주로 제기한 쟁점이었다. 어제 토론에서 박 후보가 ‘임팩트’ 있는 어록으로 남긴 것이 이른바 “가짜 평화, 진짜 평화” 정도일텐데, MBC는 이를 놓치지 않고 별도 리포트로 만드는 ‘기민함’을 보였다. MBC의 리포트는 KBS에 비해서도 훨씬 더 박 후보가 공세적이고 단호하게, 문 후보는 수세적이고 흐릿하게 묘사된 점이 눈에 띄었다. MBC는 특히 참여정부의 기조를 문제삼은 박 후보의 발언을 크게 부각했는데, 이는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심판론’으로 선거를 끌고 가고 있는 상황과 앙상블을 이루는 태도였다.
TV토론 직후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나온 평가와 방송 뉴스의 온도차는 확연했다. 아니 확연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로 다른 것을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랐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TV토론이 끝난 직후 현직 기자인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은 "토론을 다룬 KBS와 MBC 뉴스에 이정희는 없다. 버벅대는 박근혜도 없다. 이게 언론이 재구성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생중계로 직접 본 현실과 방송뉴스가 재구성하는 현실은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방송 뉴스엔 ‘다카기 마사오’가 없다. 이정희 후보가 말한 ‘참여정부 삼성 장학생’도 없다. 아니, 아예 이정희 자체가 부각되지 않았다.
단 한 번 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TV토론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보수 언론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후보가 TV토론을 장악했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짐짓 중립적인 포지션으로 ‘TV토론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TV토론 무용론을 말하기에 앞서 전 국민이 시청한 TV토론조차도 지들 입맛대로 재구성해내는 언론의 기가 막힌 ‘연출력’을 나무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TV토론에서 등장한 이슈들을 전혀 잡아내지 않는 방송 뉴스의 ‘편파성’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다음 3자 TV토론은 12월 10일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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