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보수의 결집, 진보는 왜 그리 무력했나?


이글은 대자보 2012-12-20일자 기사 '보수의 결집, 진보는 왜 그리 무력했나?'를 퍼왔습니다.
[진단] 진보정권 두려움이 보수 결집 유도, 진보진영 기회 날려

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선거 내내 박빙이었고 방송 3사 출구조사도 1.2% 박빙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첫 과반 득표(51.55%)에 역대 최다득표(1577만표)를 거두었다. 예상을 뒤엎은 박근혜의 승리는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선거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뽑은 것은 보수의 결집이다. 선거가 보혁 1:1 구도인 점도 있었겠지만 보수층이 결집은 높은 투표율을 끌어올려 박근혜의 압승을 불러왔다. 

어느 나라에서건 젊은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고, 장년층 이상에선 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 때문에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해당 선거의 전체 투표율도 올라간다. 장년층 이상에선 보수 성향이 우세하고 젊은층에선 진보 성향이 우세하므로, 투표율이 올라가면 진보가 유리해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런 일반율을 깨트린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대선 투표율은 75.8%로 잠정 집계돼, 최근의 16대(70.8%)나 17대(63%) 대선에 견주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대로라면 진보 진영에 월등하게 유리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50대 투표율이 90%에 달하며 연령대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50대에 이어 60대 이상의 투표율도 높게 나타났다. 60대 투표율은 78.8%로 전체 평균을 넘어섰다. 반면 20대는 65.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50대보다 무려 24.7%포인트 적었다. 30대의 투표율은 72.5%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40대 투표율은 78.7%로 평균보다 소폭 높았다. 선거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보수의 결집은 거꾸로 말하면 보수의 위기, 박근혜의 패배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 당일 높은 투표율과 오전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조금 앞선다는 예측 이후, 새누리당에서 보여준 선거독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높은 투표율에 당황한 새누리당은 총동원령을 내려 앞서 전력투구를 다한 것이다. 

과거 선거는 오전엔 고령층이, 오후엔 젊은층이 주로 한다는 공식도 이번엔 사라졌다. 저녁 6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투표소 앞 고령층의 행렬도 꽤 되는 만큼 문재인측은 마지막 역전 기회도 잡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진 것이다.

당초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만큼은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 이명박근혜로 연칭되는 연장선 때문에 정권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이 어느 때 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박근혜가 후보가 된 이후 연속된 과거사 논쟁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차별화와 독자적 방침으로 여권 내부의 분열까지 보이자 대선 승리 가능성은 더 높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과 노골적인 선긋기를 한 후 정권심판론을 오히려 ‘실패한 참여정부’로 반전시켰다. 여기에 ‘북한 퍼주기’ 등의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한 것이다.

이같은 박근혜와 보수층의 대응에 대해 진보진영의 대응은 무기력, 사실상 패배를 자초한 것이다.

이미 지난 4.11 총선으로 유권자는 민주당에 엄중 경고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정치쇄신을 이루지 못하고 지지부진의 양상으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의 등장이란 것도 정권을 바꾸자고 한 민심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것인데, 문재인 후보는 그런 민심에 부응도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만한 리더쉽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로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안된다는 논리에 매몰되어 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보수의 결집 의미를 보자. 

유례없었던 보수의 결집, 50-60대의 놀라운 투표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꿔 말하면 보수의 위기, 박근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고, 진보진영의 승리가능성이 어느 대 보다 높았던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진보진영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거둬찬 것이고 보수진영은 총력전으로 쟁취해 간 것이다.

이제 박근혜의 당선으로 이명박근혜 10년으로 정권이 연장됐다. 진보진영은 또 한번 5년간 와신상담의 혹독한 시절을 견뎌야 할 것이다. 보수가 결집했어야 할 정도로 조건이 좋았던 진보진영은 패배를 곱씹어야 하는 정도가 아닌 철저한 반성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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