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2-12-06일자 기사 '“누가 너를 종북이라고 부르면 너는 종북이다”'를 퍼왓습니다.
박정근 유죄 판결은 국가보안법의 폭력성을 보여준 매우 위험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 따르면 자신에게 종북이라는 낙인이 찍힐 때 이를 조롱하는 트윗을 하면 알고도 범죄를 계속하는 중죄인이 되고 만다.
‘해리포터’의 한 장면. “흔히 머글로 알려져 있는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중세기에 마법을 두려워하기는 했지만, 마법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아주 가끔은 진짜 마녀나 마법사를 잡기도 했지만, 화형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마녀나 마법사는 아주 기초적인 마법인 불꽃이 뜨겁지 않게 하는 마법을 부린 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척하며 오히려 부드럽고 간지러운 느낌을 즐겼기 때문이다.”([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조롱은 신나고, 풍자는 권리다. 박정근은 북한 체제를 조롱했고, 풍자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희롱했다. 이제 사법부마저 맘껏 조소할 차례다. 마치 중세의 마녀재판처럼.
사법부는 박정근 판결에서 인터넷을 무시무시한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더 이상 SNS는 풍자와 상상력이 춤추는 공간이 아니다. “북한은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 공간이고 인터넷 게시판은 항일 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면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는 김정일의 교시에 따라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 등 국가 차원에서 대내외 사이트를 개설하여 국내 젊은 계층에 공력을 들이고 있고, (…)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여 대남 선전·선동 자료를 남한의 팔로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파해오고 있다.”(판결문 3~4쪽)

ⓒ시사IN 자료 1월12일 박정근씨의 트윗 친구들과 사회당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런데도 박정근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게 이로운 표현물을 취득하거나 찬양하고, 고무하고, 선전하고, 동조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한마디로, 박정근은 북한에 딱 걸려든 위험한 젊은이다. 법정에서 박정근은 항변했다. 북한 체제가 웃겨서 조롱하고 풍자한 것이라고. 이에 대한 법원의 답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박정근)이 트위터로 북한 관련 용어를 빈번히 사용하고 김일성·김정일 등 북한 체제를 상징하는 대상물을 소재로 욕설하거나 북한의 혁명가 가사나 구호 등을 바꾸어 표현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난을 치는 듯한 내용의 게시글을 다수 게재한 사실은 인정된다.”(판결문 14쪽)
그럼에도 박정근은 유죄다. 수십 번을 읽어도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가까스로 요약했더니 이렇다. ‘박정근의 트위터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팔로어가 아닌 이상, 박정근의 북한 체제에 대한 풍자나 조롱 등 주관적 생각을 전달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박정근의 트위터상의 다른 게시글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필자가 10월 말 트위터에 ‘나는 종북주의자다’ 이렇게 쓰고, 11월 말 ‘온 세상이 종북, 종북 하기에 한번 조롱한 적이 있다’고 썼다. 사람들은 한 달 내내 내 글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들 또한 정확히 내 의도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런 관점에서, 법원이나 검찰은 얼마든지 트윗 글 하나를 두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고, 전체를 두고 판단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반대되는 글을 올렸다 하더라도) ‘최재천은 종북주의자’라고 판결해도 잘못이 아닌 것이 된다.
트윗 전체가 아니라 글 하나로도 유죄 가능
이것이 이번 판결의 결정적 취지다. 지난 7월 미 CNN방송은 박정근 사건을 두고 “한국에서 농담하다간 감옥 간다”라고 했던가. 박정근은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자중하지 않고 이(트위터)를 계속했다”(판결문). 도둑질이라면 멈춰야 했지만, 풍자이기에 더더욱 멈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법원은 그래서 더더욱 박정근의 “죄질을 가볍게 볼 수 없다”라고 했고, 중한 형을 선고하는 이유로 삼아버렸다. 미네르바 사건만이 아니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농담과 풍자와 조롱의 자유조차 인정되지 않는 나라. 국가보안법 체제까지 끌어올 이유도 없다. 좁게는 엄숙주의에서 인터넷과 SNS까지 재단하는 극렬주의, 경찰국가주의, SNS의 특성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나아가 종북주의로 표현되는 매카시즘의 재림이 두렵다.
지난해 8월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은 ‘종북 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심지어 국가보안법에조차 존재하지 않는 ‘종북주의’와 ‘종북 좌익 세력’이란 용어를 사정기관의 총책임자가 공적 언어로 끌어올렸다.
한 달 뒤 박정근의 주거가 압수 수색을 당했고, 박정근은 수사기관에 의해 종북주의자로 낙인찍혔다. 박정근이 사실상 ‘종북주의자’가 되어 검찰의 공소장에 오르는가 싶더니 종북주의는 어느새 판결문에까지 뛰어올라 우리 사회의 법체계 내에서 전면적 지위를 공인받았다. 더 이상 종북주의는 이념 언론과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낙인이 아니다.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첫 번째 인용. “피고인(박정근)은 검찰에서 자신이 제3자에게 이른바 종북주의자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 재미를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5616쪽).” 두 번째 인용. “심지어 자신을 이른바 종북주의자로 신고하겠다는 반응이 있음에도 게재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고 수사 진행 과정에서도 이를 계속한 점.” 검찰과 법원의 결론은 트위터 글을 통해 이미 종북주의자로 세상에서 인식되고 있음에도 트위터를 계속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스스로 범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박정근은 자신이 종북주의자로 인식되는 게 우습고 재미있어서 이를 조롱하기 위해 트위터를 계속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당신은 알고도 계속했다’라고, 정반대 시각에서 박정근의 주관적 의사를 재단해버린 것이다. 종북주의, 종북 좌익 세력이라는 낙인, 극단적으로 빨갱이라는 낙인, 낙인이 더 이상 낙인이 아니다. 낙인은 판결이다. 법이다. 사회적 낙인이 곧 종북주의자 내심의 고의로 치환되고, 종북주의자가 자신이 이렇게 규정되고 있음을 알고 있거나, 이런 인식을 조롱하기 위해 풍자를 통해 대항하는 순간, 알고도 범죄를 계속하는 국가보안법의 중죄인이 되고 만다. 어쩌면 이번 판결이 갖는 최고의 위험성이다. 박정근 판결을 통해 공안법원과 공안검찰은 종북주의라는 새로운 무기를 획득했고,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더한 위험에 빠졌다.
늘 강조해왔듯,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 위에, 표현의 자유 위에 반공 이념이 존재하는 나라다. 헌정 체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체제다.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헌법이라기보다는 국가보안법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가보안법 체제에 시민의 기본권과 안전을 맡길 셈인가.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다. 공화국의 시민은 말과 글, 공론을 통해 주권자의 의사를 형성한다. 농담도, 풍자도, 헛소리도, 다 표현의 자유요, 시민권의 핵심 내용이다. 도대체 주민조차 조롱한다는 3대 세습 왕조체제, 주민들의 의식주조차도 챙기지 못하는 그런 반국가단체가 뭐가 그렇게 두렵단 말인가. 그런 단체를 한 시민이 조롱하고 풍자했다 한들, 뭐가 그렇게도 위험하고 뭘 그렇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했다는 말인가. 나라는 시민을 보호하는가, 포획하는가? 일부를 제외한 온 세상이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성·폭력성을 지적한지 이미 오래다. 더 이상 국가보안법의 위헌성과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지쳤다. 오늘도 국가보안법 체제는 지속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반자유·반민주·반공화국일 수밖에 없다.
최재천 (변호사·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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