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프레임 또 먹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1일자 기사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프레임 또 먹혔다”'를 퍼왔습니다.
재벌개혁에 치중했던 민주당… 소외된 보수 파고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던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쓴 잔을 들이켰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재벌개혁 등의 의제를 선명하게 이끌지 못했고, ‘과거’와 ‘심판’에 매달렸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느 때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절실한 요구였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차별화’였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보수’라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만큼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담론을 가져갔고, 쟁점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일반 국민들이 확실하게 차이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공약의 구체성이나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다. 반면 민주당은 ‘의제 경쟁’에서 밀렸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각 영역에서 차별화된 의제가 없었다”며 “핵심 의제를 기획해내지 못하다보니까 MB 심판에만 매달리거나 단일화만 하면 이긴다는 것에 안주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 ⓒCBS 노컷뉴스

민주당은 주어진 의제를 힘 있게 끌고 나가지 못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출총제나 순환출자를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민생’을 키워드로 삼았던 것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3차 TV토론에서) 건강보험 문제로 박 후보를 압도했는데 왜 저런 좋은 얘기를 이제 와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복지 민심’ 공략에도 실패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보편적 복지를 하면 50~60대에게는 돌아가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박탈감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복지 선진국에서도 복지예산에서 제일 큰 게 노인복지인데, (야당들은) ‘어차피 표가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전했다.

중간층도 붙잡지 못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려면 복지의 수준이 ‘선별적 복지’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따라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에게는 박 후보의 ‘선별적 복지’가 충분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산층도 세금이 늘어날 바에는 “복지 수준이 월등히 높아야 (야당을) 찍을 맛이 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민주통합당

대신 민주당은 ‘과거’와 ‘심판’에 매달렸다. 이는 반대편의 결집을 불렀다는 평가다. 홍헌호 연구원은 “50~60대가 갖는 박정희에 대한 환상은 상상 이상”이라며 “박정희를 끌어낸 건 상당한 마이너스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노무현 정부 말기의 (패배) 프레임을 깨달아 놓고 똑같은 실책을 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야권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홍헌호 연구원은 “50~60대를 ‘꼴통’으로 몰아가거나 폄훼해서는 얻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60대 중 절반이 절대빈곤층인데 박근혜를 지지했다”며 “이 부분은 한국의 ‘진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오건호 실장은 “상징적으로 복지 몇 가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공약에 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복지 패러다임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복지 의제가 가지고 있는 진보성도 소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의 ‘차별화’가 큰 과제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홍헌호 연구원은 “(박 당선자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던 분”이라며 “경제민주화는 날아갔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동안 어두운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병천 교수는 “아무래도 시대가 있으니까 조금은 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위기를 핑계로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을)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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