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북한 미사일 왜 하필 지금인가


이글은 시사IN 2012-12-17일자 기사 '북한 미사일 왜 하필 지금인가'를 퍼왔습니다.
북한의 위성 발사 시점은 김정일 전 위원장 1주기인 12월17일이 유력하다. 제수용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굳이 한·일의 선거 즈음에 쏘아야 하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을 겨냥했나, 경제적 필요 때문인가.

북한이 또다시 위성 발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 발사 시점이 미묘하다. 12월10일부터 22일 사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발한 실용위성을 쏘겠단다. 물론 그 사이 김정일 전 위원장 사망 1주기인 12월17일이 있다. 현재 예상으로는 이날이 가장 유력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1주기 제사에 바치는 제물’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전날인 12월16일은 일본 총선이다. 이번 일본 총선은 2009년 신자유주의 심판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당 정권에 대한 역심판과 극우 정당들의 득세로 점쳐진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군비 재무장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3일 후인 12월19일이 한국 대선이다. 이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북한 핵 미사일의 무력화를 위한 억지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인지 위성인지 헷갈리는 물체를 발사하면, 일본과 한국의 선거판에서 군비 확산파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동안 북한은 이번 한국 대선에 대해 자신들은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방침을 직간접으로 밝혀왔다. 얼마 전 이 남측 대선에 개입하는 듯한 논평을 냈을 때, “조평통 소속 개인의 생각일 뿐 정부 입장은 아니다”라고 베이징의 북한 측 인사들이 해명한 적도 있다. 그런 마당에 남한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또다시 위성 발사 소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일 위원장 1주기용 제수용품이라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북한 소식통들을 통해 전해진 북한 내부의 설명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그동안의 북·미 접촉과 관련된 측면이다. 미국이 북한과 비공식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약속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북한이 이제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한국 대선 핑계로 북·미 협상 미뤄?

이 얘기는 지난 4월13일 광명성 3호 발사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1주일 전인 4월7일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괌에서 공군기를 타고 비밀리에 북한으로 들어갔다. 당시 미국 정찰위성 정보에 따르면 13일 발사될 북한 로켓의 사정거리가 미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어서 자칫하면 오바마의 재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측 고위 인사의 극비 방북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고, 그는 당일 협의를 끝내고 돌아가면서 북한 측에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 1주일 뒤인 4월13일 새벽 북한은 수수께끼 같은 행보를 보였다. 로켓 발사를 참관하라고 불러들인 전 세계 80여 명의 기자를 따돌리고 새벽에 로켓을 발사한 것도 그렇고, 그 로켓이 채 몇 분도 안 돼 공중 폭발한 것도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 측 관계자들 중에는 기술은 되는데 자금이 부족해 값싼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나, 복잡한 정치적 맥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바로 그 시점에 북한이 미국 측에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간 협상 테이블을 10월 이전에 열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때 가서 다시 로켓(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언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뒤로 북·미 간에 비공식 접촉이 이어졌다. 그러더니 지난 11월9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비난하면서 내놓은 대변인 성명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중앙정보국(CIA) 측과 접촉한 사실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중에서 특히 7월 말, 8월 초의 접촉이 중요했던 것 같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접촉에서 미국은 평화협정 협의와 관련한 북한의 요구에 대해 미국 대선이 끝나면 가능할 것처럼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대선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국 대선을 핑계로 ‘기다리는 전략’ 모드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를 통해 ‘핵탄두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미국을 평화협정의 협상무대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또 한 측면은 북한의 발표 내용 그대로다. 북측은 이번에 발사할 인공위성이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발한 실용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동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자국이 우주에 대한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실용위성 발사는 오늘날 모든 나라의 숙제다. 국력의 과시가 아니라 산업 및 경제 발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국제사회의 도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이미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인 글로나스(GLO NASS) 구축에 한발 다가섰고,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중국의 베이더우(北斗·영문명 COMPASS), 일본의 준천정(準千頂·QZSS) 등이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GPS는 원래 미국 국방부에서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그러다가 클린턴 정부 시절인 2000년 GPS의 정밀도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했던 SA(Selective Availability:선택적 유용성)를 해제하면서, 민간의 위치 정보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로부터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에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거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 미국이 언제든 SA를 재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이 미국 시스템에만 의존할 경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독자적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과 맞서는 북한에게 이는 더욱 절실한 안보상의 과제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타이의 록슬리 사가 제공하는 위성 정보를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 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경제 산업 발전이 본격화할 경우 그 수요가 더욱 증대하리라 예상되기도 한다. 즉 위성이 가진 산업적·안보적 측면이 북한에게도 절실하게 제기돼온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하필 지금인가. 김정일 위원장 1주기에 맞춘 제수용품이라는 설명은 사실 표면에 드러난 얘기일 뿐, 실제 북한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는 내년에 새 출발을 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를 받는 올해 차라리 해치우는 게 낫다는 것이다. 즉 일본 총선이나 남한 대선과는 무관한 자신들 내부 일정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들 말대로 과연 북한의 위협적 행동과 주변국의 선거가 무관할 수 있을까.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주요 군사적 행적을 보면 미국 군산복합체와 그 주행 방향이 일치해온 경우가 여럿 발견된다. 다만 그것이 ‘적대적 공존’ 때문인지, ‘적대를 가장한 공생 관계’이기 때문인지가 여전히 의문일 뿐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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