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7일 금요일

보편적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과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06일자 기사 '보편적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과제'를 퍼왔습니다.

Ⅰ. 서론

서구의 20세기가 복지국가의 역사였다면 20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는 압제와 폭압, 전쟁, 빈곤의 역사와 민족해방, 경제부흥, 민주화 등의 역사가 교차하는 실로 역동적 시기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20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도 진보의 역사였다 말할 수 있다. 폭압적인 일제 강점기 치하에서도 치열한 독립운동이 국내외에서 일어났고 분단의 비극, 전쟁의 참화, 독재정권의 폭정을 겪었지만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4.19혁명, 5.18 광주민주항쟁, 6월 민주항쟁으로 승화되어 마침내 이 땅에 민주주의의 싹을 틔웠다. 

경제성장의 구호아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균형성장을 파괴한 개발독재와 재벌중심 관치경제의 구조적 유산이 깊이 남아있지만, 20세기 중반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농업국가 대한민국이 오늘 날 산업화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 또한 발전과 진보의 한 단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진전에서 한 가지 누락된 것이 있다면 서구의 역사가 20세기에 경험한 복지국가의 역사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복지부문은 ‘버림받은 자식’이라 여겨질 만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시혜의 산물이자 통치술의 ‘작은’ 수단으로 치부되었으며, 진보진영에서는 민주화투쟁에 올인 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과 민중의 삶의 질 담보를 위해 국가의 역할과 상이 복지국가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지 고민하지 못하였으며 심지어는 복지국가를 자본주의 체제 유지의 기생물정도로 치부하는 시각도 없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국가 구현을 위한 적절한 정치적, 사회적 주체나 국가 사회적 비전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은 한국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열리지 않았으나, 저열한 수준이나마 ‘복지’ 발전의 노력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과 같이 간단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표 1] 한국의 복지발전사
사회복지 도입기
박정희 (1961-1979)
 - 생활보호법 - 아동복리법 - 산재보험법 - 사회복지사업법 등 제정과 함께 공식적인 복지 제도 도입
전두환 (1981-1987)
 - 장애인복지법 - 노인복지법 - 국민연금,의료보험설계 등으로 기본적인 복지 제도 추가 도입
사회복지 확대기
노태우 (1988-1992)
 - 전국민의료보험 개막 - 국민연금도입 - 영유아보육제도 도입 등 민주화열기에 따른 복지제도 확대
김영삼 (1993-1997)
 - 고용보험법 도입이 있으나 복지다원주의 확대로 인해 국가역할 미미
사회복지 도약기
김대중 (1998-2002)
 -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대개혁 - 복지재정 확대 등 생산적 복지하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노무현 (2003-2007)
 - 기초노령연금제 - 노인장기요양보험제 - 복지바우처제도 - 저출산 고령화 대책 - 비전2030 등 사회 투자 전략의 도입으로 복지에 대한 국정최우선순위
사회복지 축소기(?)
이명박 (2008-2012)
 - 보육확대 등 부분적인 성과있으나 복지재정의 소극적 확대, 복지분야에 시장 및 영리개념 도입 등 복지축소 내지는 복지왜곡 조짐

그러나 20세기 말엽 한국 사회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망령에 깊이 사로잡히게 되었다.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일국의 경제권을 넘어 세계 경제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우월적 성과를 낸다는 이 정치적 맹신은, 노동을 제외한 모든 상품과 모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제하였으며,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세계의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질서를 만들어 내었고, 그 혹독한 대가를 IMF 경제위기라는 형태로 치러야했다.
사실 자본주의 황금기의 성장, 번영과 비교할 때 빈약한 경제적 성취만을 입증한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것은 지구촌 곳곳을 10대 90의 사회로, 승자독식의 사회로,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약육강식의 사회로 초토화였으나,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행하게도 이 땅에서 진보의 역사는 잠정적으로 정지되고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생존방식만이 활개를 치는 형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만하다. 

II. 한국 사회의 위기와 보편적 복지국가의 필요성

한국사회가 그동안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인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를 표방한 결과 현재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위기 상황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운영원리는 양적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발전이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과 효율은 필수불가결한 작동기제가 되어왔다. 아울러 개인의 삶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자조(自助)주의에 기반하고 있었음이 사실이다. 더 빠른 성장과 더 많은 성장을 위해서는 인간 본연의 권리나 자유, 창의성, 더 나아가 공동선 등은 잠시 유보되거나 하위적인 개념으로 제약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사회적 당위로 강요되어 왔다. 
독재와 비민주라는 명시적인 정치사회적 악행이 민중의 힘으로 무너진 80년대 말 이후,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한 축이 된 민주화세력은 정치적 민주화의 성취에 안주한 나머지 사회적 민주화로의 총체적인 사회개혁의 청사진을 구현하는 데에는 소홀하였고,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의 퇴장 이후 새로운 시대적 소임을 찾지 못한 한국 사회는 세계화의 구심력에 빠르게 흡수되어 버렸다. 
대안적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을 하지 못한 채 세계화의 구심력에 흡수된 뒤로 보수 세력은 물론 정권교체를 통해 탄생한 민주정부까지도 더욱 극렬해진 신자유주의 가치와 원리를 수용하고 심지어 이를 중시하는 국가운영의 기조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 사이의 10년의 기간 동안 과거 한국사회가 의존했던 운영원리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여전히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가 절하되고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까지 저하됨으로써 성장의 동력이 상실되고 한계가 극명히 노정되는 사회가 되었다. 한편으론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정착되고 자본과 노동의 균형은 심각히 파괴된 상태에서 자본의 이윤 창출이 곧 국부의 창출이란 맹신은 일방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념은 곧바로 현대자본주의 중요한 생산요소인 지식(knowledge)의 담지자로서 노동이 지닌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양자의 괴리는 우리사회의 미래에 암운을 던져주는 주요한 거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 간의 균형 파괴만이 아니라 자본 내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하다 할 정도로 약탈적이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2·3차 산업과 1차 산업 등의 균형 역시 그 정도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은 위기의 징후들로 가득하다.임금 노동자의 반수 이상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의 이중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규직 노동자라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해고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30% 가까이를 점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은 자영업의 과잉과 골목상권까지 밀고 들어온 대자본과의 경쟁 속에서 정상이윤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영세한 자영업자의 길을 거쳐 폐업과 도산, 재창업과 몰락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실직자들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박탈의 트라이앵글’이 되어 중산충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계층들의 패자부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 사회는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청년들에게 88만원 세대의 족쇄를 채운 채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으로 인생을 시작하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가부장제 유습이 제도와 관념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직장에서의 ‘유리천장’과 비정규·저임 노동자의 길이며, 대가없는 질곡인 ‘돌봄 노동’에 치여 사는 길이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이 국가전략이 될 만큼 선진 각국은 미래세대를 양육하는 일을 중시하고 국가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회의 많은 수의 아이들이 빈곤과 차별, 폭력에 방치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속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국가화 되고 있지만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의 책임은 국가와 사회가 아닌 개인과 가정에 내맡겨져 있다. 
이러한 각 계층의 생존상의 위기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를 ‘불안’의 사회로 만들고 있고 특히 중산층마저도 아동양육과 교육, 가족들의 의료, 자신의 노후, 주거 그리고 고용 등에 걸쳐 소위 ‘6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인 배제와 고독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묻지마살인’이나 ‘절망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많아져 국민들은 치안불안까지 안고 살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이러한 현실에서의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위기의 심각성으로부터 확인되는 바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국가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가 불가한 시점에 와있다. 복지국가 없이 민중들의 삶의 기반이 와해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불가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방경제하의 대외 지향적 경제발전전략을 끝내 취할 수밖에 없다면, 복지국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튼튼한 인적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패자부활이 가능한 혁신적 사업들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관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성장을 위해서라도 복지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III. 보편적 복지국가의 과제

1. 보편적 복지국가 수립의 기본 방향

복지국가란 그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시장의 역기능을 제어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부여하는 국가운영시스템을 말한다. 이때 보편적 복지국가란, 사회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가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불가하다고 보기에 또한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로서 부여받아야 하는 인간 본연의 상태이기에 국가가 전 사회구성원을 구분하지 않고 지지하게 되는 복지국가를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경제의 성장 그 자체가 그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에 복무하게 된다. 즉, ‘성장을 위한 성장’, ‘사람을 경시하는 성장’을 거부하고 ‘사람을 위한 성장’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계층간, 분야간 양극화나 지나친 불균등성을 제어하면서 분배의 정의를 경시하지 않는 성장도 당연하다.
누구나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도를 찾는 것은 물론,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안도감이 현실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노동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 구조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항시 초래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교육, 보육, 의료, 주거, 노후에 대한 사회적 담보가 제도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사회임금(social wage)이 적극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이렇듯 1차적인 생산과정에 각자가 참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후 교육, 의료, 주거, 문화, 사회복지, 환경 등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천부적 권리의 하나인 생존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이것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혁신적 동력이 되도록 국가의 운영원리를 수정해야 한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의 보편적 복지국가는 에서와 같이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의 온존, 국민의 심각한 불안, 경제동력의 상실이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임과 동시에 국민의 복지권리를 보장하며, 소득재분배 효과의 증진, 인적자본의 충실화, 개방화 및 세계화에의 대비라는 기능을 다하는 길이 된다. 

▲ [그림 1] 보편적 복지국가의 필요성과 의의

2. 보편적 복지국가의 과제

그렇다면 한국의 복지국가 수립에 있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하는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이를 다음과 같이 5대 목표를 중심으로 이에 필요한 세부과제를 살펴보는 것으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첫째, 보편적 복지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필요한 복지를 보장하여 생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양육권과 일할 권리가 동시에 성립하도록 육아휴직의 기간과 급여 수준을 확대하고 아버지 휴직 의무제를 실시하며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부담없고 질높은 영유아 보육을 실시한다. 또한 누구나 질높은 교육을 통해 자아실현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있도록) 고교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대학구조조정을 전제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야 한다. 아프면 누구나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90%까지 확대하고, 포괄수가제, 약가계약제를 통한 의료 혁신, 국민주치의제, 방문간호제, 보호자없는 병원의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 청년고용할당제의 실시, 사회적 일자리의 대량 창출 등을 통해 일자리가 필요할 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받고 신성한 노동권을 향유토록 한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도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의 인상과 국민연금제도의 급여보장성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대대적 개혁 등이 단행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성에 기초하여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실현함으로써, 서비스 생산의 효과성과 서비스 질의 관리, 재원 투여의 효율성 등을 동시에 확보하도록 한다.
현재 민간에 의해 경쟁적으로 서비스가 생산되는 부분에 공공인프라를 확대하여 국공립 병/의원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중을 30%까지 확보하고, 노인장기요양시설의 국공립 비중도 10%이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한 여성과 아동의 안전 등 국민의 안전과 생활의 보장을 위해 필요한 부문에는 국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강하고 적극적인 국가 기능을 실현한다.
셋째, 경제적 능력, 성별, 지역, 부모의 능력 등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사회를 거부함은 물론 결과에 있어서도 지나친 격차가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공정한 사회를 실현한다.
먼저 아동청소년 누구나 인생의 출발점에서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하므로 대학 신입생 선발에 있어 지역할당제 도입, 국립대학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 청년기 사회의 출발지점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충족되도록 하며, 여성이라하여 단순서비스직이나 저임금의 차별적 노동기회만이 제공되는 것이 사라지도록 노동시장의 차별을 제거한다. 또한 열심히 일하지만 불안한 노동이 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을 원천적으로 축소하고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및 임금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의 불평등 조건과 그곳 노동자들 간의 현격한 임금 격차를 완화시키도록 하는 것도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데에 핵심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넷째, 국민 누구나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있고,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 혁신적 경제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실업, 구직활동 등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동안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고용보험 상의 실업급여 확충, 실업부조와 청소년 구직활동수당제를 도입하고 나이와 학력을 불문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가 항시 열려있도록 평생교육체계를 재설계하고 새로운 직업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디딤돌 일자리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다섯째, 시장경제에서의 경쟁적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적 경제영역을 창출하여 국민들의 경제활동에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경제, 협동경제 등 대안경제 영역의 활성화를 촉진하여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이 사회적 기여도와 경제적 기여도를 동시에 실현하도록 한다. 또한 복지, 보건, 교육 등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영역의 공공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고 청년, 노인, 중증장애인의 고용 의무화도 필요하다.

IV. 결론

위에서 살펴본 이러한 보편적 복지국가는 하나의 이상향이나 신기루가 아니다. 현존하는 서구의 많은 선진국들이 지난 세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실현한 길이며, 우리 눈앞에 실재하는 사회발전의 경로이다. 그렇지만, 탈이념의 시대에도 여전히 흑백논리에 의한 이념의 경직성이 한국 사회를 전횡하고 있어 복지국가에 대한 이념적 편향이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는 사실과 복지국가의 실현을 선도할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의 기반이 미약한 상태라는 점에서 앞으로 복지국가로의 길이 여전히 험난하고 멀기만 할 것이다. 또한 그간 독재정권의 정권안보용으로, 경제성장의 알량한 도구로, 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심지어는 영리추구를 허락하는 부가가치산업의 대상으로 복지를 취급한 전과(前過)로 인해 한국 사회의 복지국가로서의 기반이 상당히 뒤틀리고 기형화된 상태라는 점도 한국사회가 담대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길을 가는 데에는 커다란 암초가 될 수밖에 없다. 

▲ 이태수 | 꽃동네대학교 교수

그렇지만 우리 앞에 놓인 험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길이 한국 사회와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면서도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욕구가 보장되도록 하는 길이며, 한국 사회의 지역간, 계층간 장벽을 낮추고 서로에게 인간적인 신뢰와 연대감을 공유하여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길인 동시에, 한국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되어 모든 인간들이 존엄과 자유, 정의와 평화의 가치 아래 평등하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는 길임을 믿기 때문이다.
올해 치루어질 18대 대통령선거는 과연 이러한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문을 여느냐, 아니면 다시 종래의 낡은 패러다임의 수렁에 잔류하며 민생이 도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느냐를 결정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이태수 | 꽃동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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