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박근혜, 최악의 대통령 후보를 보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1일자 기사 '박근혜, 최악의 대통령 후보를 보았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TV토론에서 드러난 박근혜의 정체성과 얄팍함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다운 것’이란 유행가 가사는 어쩜 박근혜 후보의 경제 정책을 위해 준비된 문장인지도 모르겠다. 2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줄푸세’에서 ‘경제민주화’까지, ‘무상의료’에서 ‘지하경제 활성화’까지 그야말로 좌충우돌 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동영상 장면 캡처

그 종횡무진에서 박 후보는 자신의 말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모순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였고, 1분 30초로 제한된 발언 속에서도 주어와 술어를 제대로 호응시키지 못하는 등 ‘준비된 후보’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박 후보의 경제관 속에서는 세수를 감면해도 국가 재원이 늘어나는 결론이 나기도 하고, 일자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질도 높아지는 ‘마법’ 같은 일도 한 문장 안에서 천역덕스럽게 구사됐다.
이런 박 후보의 주장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말대로라면 한 마디로 “말로는 뭐든 못 하겠는가”였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심경을 빌자면 “심장은 되고 간은 안 되는 것입니까?” 그 자체였다. 박 후보의 1차 토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공을 보였다’는 ‘동정심’에 기반하는 평가를 받았다면, 그나마 2차 토론의 경우 ‘이렇게 못할 수도 있나’ 싶은 참담한 모습이었다. 박 후보의 경제 공약은 원칙이 없고, 우선 순위와 위계가 없었으며, 입장과 의지는 엇갈리고, 실천과 현실 사이에 괴리는 얼핏 추론 해봐도 그야말로 ‘안드로메다와 지구’의 거리만큼이나 엄청났다.
박 후보의 모습은 흡사 반론과 재반론이 없는 토론회의 규정을 최대한 ‘악용’하려 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막’ 던졌다.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사회자를 쳐다봤고 경제적 쟁점과 관련한 자신의 치부가 공격되면 ‘주제와 벗어난 것’이라고 에둘렀다. 전두환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에 대한 납세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그 대신 뜬금없이 ‘지하경제 활성화’를 말했는데, 이건 자신이 내지 않은 세금에 대한 지능적 변명이었는지 아니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문학적 은유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마침내 ‘줄푸세’과 ‘경제민주화’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던 대목에서는 ‘경제는 결국 성장해야 하고, 성장할 것이며, 성장하고 말 것’이라는 강한 운명론적 ‘굿 판’을 보는 것도 같았다.
‘상식’적 수준에서 경제를 이해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기에 그래서 박 후보의 경제 정책은 복잡한 ‘매트릭스’를 단숨에 뛰어넘는 일종의 ‘무위론’처럼 들렸다. 경제적 이해 당사자들의 모든 충돌과 다양한 계급, 계층적 모순을 주저주저 짧은 어휘로 재구성해는 박 후보의 모습은 모든 경제 문제에 앞서 그걸 주재하는 대통령인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자신의 경제 정책이 형상과 주장이 엇갈리고, 현실과 이상이 뒤범벅 되어있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더라도, 경제는 그저 잘 될 것이고 ‘재벌이 세금을 더 낼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란 ‘후크송’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래서 박 후보의 세계에선 비정규직이 없어지니 차별이 없어질 것이고, 그럼 하도급법이 필요 없으니 세수가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세수에도 부족한 돈은 지하경제 활성화로 채울 것이니 증세는 필요 없으며, 생애 맞춤형 복지를 통해 무상 의료를 시행하지만 심장과 간의 다른 장기이니 구별하는 ‘어떤’ 체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날갯짓이 당신을 중산층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박 후보의 ‘믿음’은 모든 것은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란, 너무나 ‘참신’(?)한 주장이라 이런 ‘재앙’적 후보가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 본인 스스로도 뭔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 2차'를 마친 뒤 어두운 표정으로 방송국을 나서고 있는 모습.ⓒ뉴스1

기만이고, 허위이며, 사기극이다. 이 상황은 결국, 박근혜 후보의 부족한 경제적 식견이 빚은 ‘참사’이지만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뿌리 깊은 ‘신자유주의자’인 박 후보가 시대적 추세와 표의 추수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노선’을 말해야 하는 상황의 부박함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이 부박함을 장악된 언론들이 어느 정도 포장해주고 또 김종인을 비롯한 몇몇 상징화된 개인들이 상쇄했지만 후보 본인의 실력으로 겨뤄야 하는 장에 나오자 정체가 탄로 나며 급조된 입장들의 얄팍함이 완전히 드러난 셈이다.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유행에 따라 이제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뭔가 ‘촌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서 문재인 후보의 경우 아예 그것을 “그 시절에 그런 것을 얘기하면 좌파 취급을 받았다”고 깔끔하게 건너뛰고 있지만 결국, 이번 대선을 가로지르는 시대정신은 경제적 쟁점은 지난 15년간의 전면화 된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한 입장, 그것이다. 박 후보는 뼛속 깊이, 신자유주의의 경제관을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제, 박 후보는 그걸 유감 없이 드러냈다. ‘조건 없는 경쟁, 예외 없는 개방, 시장 우위의 사회’가 경제를 부흥할 것이란 믿음 위에 본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하경제 관련 언급은 ‘양성화’이건 ‘활성화’이건 결국, 복지를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며 그 재원을 국가 재정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하는 저열한 인식의 바닥을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었다.
심리학 용어 가운데 ‘상징적 놀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행위나 동작을 다른 사물이나 대상의 상징으로 가정하고 하는 놀이를 말한다. 주로, 유아기 때 많이 보이는 행동 패턴인데 예컨대 자기를 ‘죽은 오리’라 생각하고 방바닥에 누워 죽은 시늉을 한다거나 강아지를 사람으로 가정하고 말을 걸며 노는 경우들이다.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야 말로 바로 이 ‘상징적 놀이’였다. 박 후보의 경제관은 극히 단순한 도식,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 측면에선 '신자유주의는 좋을 것', ‘내가 영도자가 될 것’이란 유아기적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박 후보를 지지하는 당신도 어쩌면 ‘상징적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거의 대부분 박 후보의 그것을 포괄하거나 심화시킨 수준이다. 정작, 박 후보는 공약의 기본적 수치와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양성화’와 ‘활성화’를 두고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실수’했는지 조차 즉각 깨닫지 못하는 ‘아둔함’에 있다. 지금, 박 후보를 불러내 ‘양성화’와 ‘활성화’의 차이를 묻는다면, 설명할 수 있을까?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토론에서 박 후보는 전혀 다른 발음, 다른 체계인 ‘과세 감면’과 ‘세수 감소’도 잘 구별하지 못했다.  그 별로라던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혹자들로부터 가장 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YS는 그나마 "머리는 빌려 쓸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박 후보는 써 준 수첩도 제대로 못 읽고, 그나마 빌려온 '머리'도 이해를 못하는 형편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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