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박근혜 광화문 유세 ‘10만 관중’ 사진 조작 진범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10일자 기사 '박근혜 광화문 유세 ‘10만 관중’ 사진 조작 진범은?'을 퍼왔습니다.

토요일인 지난 12월 8일은 아주 매서운 겨울 날씨였다. 아침에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는 대구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은 서울에서 유세한다는 안내기사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인터넷에, 박근혜가 유세장소를 급히 서울로 바꾸었다는 소식이 떴다. 문재인이 오후 5시 30분에 유세를 시작하기로 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언저리 광장에서 박근혜가 오후 3시에 먼저 모임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광화문 대첩’의 예고였다. 지난 6일 안철수가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으로 박근혜와 문재인이 서울에서 펼치는 유세 대결이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릴 것은 당연했다. 

나는 독립영화 연출을 하는 후배와 함께 오후 3시 30분쯤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해서 박근혜의 유세장 주변을 돌아보았다. 장소를 서둘러서 변경했기 때문인지 청중이 그리 많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후배인 그 영화인은 여러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매체들이 주변의 고층건물에서 찍어 전달하는 사진들을 스마트폰으로 내게 보여주었다. 박근혜가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던 시각에 찍힌 사진을 보니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저녁 5시 30분께 시작된 문재인의 유세를 마저 보고 돌아와서 밤늦게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박근혜도 문재인도 1만 5천 명 안팎의 청중을 동원했다고 나와 있었다. 이튿날인 9일 아침 일찍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본지에 실린 ‘새누리당, 유세 사진 조작에 조직 동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띠었다. 그 기사에는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 유정복’의 이름으로 8일 오후 6시 8분에 발송된 휴대전화 메시지 사진까지 실려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서울 광화문 유세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만 인파가 모여 우리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보께도 큰 힘이 되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열흘 남짓한 선거기간 동안 마지막 힘을 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그 기사를 보면, 통신사인 (뉴스 1)이 보도한 사진에는 세종대왕 동상 뒤편이 텅 비어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에 유포된 사진에는 동상 뒤에도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사진 유포자가 ‘10만 관중’을 과시하기 위해 조작을 했음이 명백한 일이었다.

이런 사실을 (미디어오늘)이 9일 오후 1시 22분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광화문 유세 10만 인파 사진, 조작이었다.’라는 제목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 오후 4시 41분에 떠오르자 이 사건은 18대 대통령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소재로 부각되었다. 미디어오늘은 문제의 사진이, “문재인 후보의 유세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5시 30분경 박 후보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누리꾼에 의해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속보, 박근혜 유세현장 구름 인파! 10만 운집’이라는 제목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조작사진’이라는 제목을 달고 퍼졌고 원본 사진의 저작권자인 (뉴스 1) 사진팀에도 비상이 걸려 최초 게시자를 찾아 나섰다. 

1971년 4월 대통령선거에서 민주공화당의 박정희와 신민당의 김대중이 맞섰던 때, 서울 장충단공원 유세에 100만이 넘는 인파를 동원한 쪽은 자기편뿐이라고 두 후보 진영이 언론에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리고 1987년 12월 대선에서는 민주자유당의 노태우와 평화민주당의 김대중, 통일민주당의 김영삼이 서울 여의도광장에 더 많은 청중을 모으려고 필사적으로 다투었다. 그러나 그 두 차례의 선거에서도 통신사의 보도사진을 조작하는 사건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 벌어진 ‘박근혜 광화문 유세 인파 사진 조작’ 사건에 관한 수사를 신속히 검찰에 의뢰해야 한다. ‘로보트로***’라는 ID로 ‘다음 아고라’에 조작된 사진을 올린 인물의 ‘단독 범행’인지 그 배후에 어떤 조직이 있는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 유정복이 그 사진을 ‘진실’이라고 믿고 8일 오후 6시 18분에 “10만 인파가 모여 우리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라는 요지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는지도 가려야 한다. 만약 그가 박근혜의 광화문 유세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고의적 청중 불리기’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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