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5일 월요일

[사설]판사가 ‘카드깡’ 수법으로 밥값을 받았다니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4일자 사설 '[사설]판사가 ‘카드깡’ 수법으로 밥값을 받았다니'를 퍼왔습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의 중심 인물인 최모 변호사가 ‘카드깡’ 수법을 이용, 현직 부장판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담긴 동영상이 나왔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이창재 특임검사팀이 입수한 동영상에서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가 법원의 법인 카드로 식사비를 계산하면 자신이 (그만큼의) 현금을 줬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를 접대하고 부장판사는 카드값만큼 현금을 받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방식이다. 현직 부장판사가 이런 편법적 수단을 통해 돈을 받았다는 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최 변호사는 어제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두 사람간 금품수수는 도덕성 시비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 변호사로부터 식사를 대접받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카드깡을 통해 돈까지 받았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금품을 수수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동원했다고밖에 달리 볼 여지가 없다. 게다가 부장판사는 카드로 밥값을 계산한 뒤 최 변호사가 돈을 주지 않자 먼저 돈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이런 식의 일이 매달 한번꼴로 이뤄졌고, 둘의 친분 관계가 2년 전 최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부장판사가 맡아 도와주면서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부장판사의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면 범죄가 성립된다. 그런데 이런 편법적인 거래의 이면에는 판사가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는 이른바 향판(鄕判)제의 해묵은 병폐가 도사리고 있다. 최 변호사와 부장판사 모두 부산·경남지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향판 출신이다. 판사가 지역 사정에 밝은 것이 재판에 도움이 되지만 향판이 연고주의와 전관예우가 어우러져 비리의 온상이 돼온 것도 사실이다. 올 들어 선재성 광주고검 부장판사는 자신이 법정관리를 맡은 기업에 친형과 고교 동기인 변호사를 감사와 법률대리인 등으로 선임했다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박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나중에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부장판사 비리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일부 법관의 문제라고 가벼이 여기거나 법원의 위신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등의 변명으로 넘기려 한다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역법관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향판과 향판 출신 변호사들의 유착으로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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