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5일 월요일

[사설]홍준표 대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발뺌부터 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4일자 사설 '[사설]홍준표 대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발뺌부터 하나'를 퍼왔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 비서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큰 집 살림을 하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네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홍 대표는 경찰이 사건의 얼개를 발표한 후에도 “당이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대응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국민 사죄를 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먼저 발뺌부터 하려 들다니 참으로 뻔뻔한 여당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홍 대표의 발언은 몇 가지 측면에서 심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큰 집’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식의 언급은 이번 사건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선관위의 공무집행 방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행위다. 그것도 여당 의원의 비서가 연루됐다. 만약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선거무효 사유가 될 만한 사안이다. 둘째, 당이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라는 일방적 주장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심을 낳기 충분하다. 수사가 막 걸음마를 뗀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수사 방해나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특수부 검사 출신인 홍 대표가 할 얘기는 아니다. 셋째, 홍 대표는 그 자신이 사건과 관련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인사는 홍 대표가 한나라당의 ‘스핀닥터’ 역할을 주문한 최구식 의원의 비서다. 홍 대표와 최 의원, 최 의원의 비서 3자 간에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은 수사의 중대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홍 대표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닫아야 할 처지다.

대표가 중심을 잃으니 여당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사건 발표 사흘이 지나도록 최고위원회나 의원총회 한번 소집하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갈등 와중에 빚어진 돌출사건이라거나 도박 전과가 있는 한 비서의 돌출행동이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이다. 10·26 재·보선 패배의 충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후폭풍에다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여당은 대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홍 대표가 자리 보전에 급급하는 바람에 오히려 사태만 키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들린다.

한나라당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수사에 대한 적극적 협조라고 본다. 관련자를 포함한 당 차원의 대국민 사죄와 철저한 수사 촉구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부적절한 대처는 의혹만 키운다. ‘사즉생’이라는 말은 현재 한나라당에 꼭 필요한 경구가 아닌가 싶다. 진상규명을 외면한 채 살 길만 모색한다면 의구심만 증폭시켜 스스로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당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일은 수사가 미궁에 빠져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불신만 남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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