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3일자 기사 '[기고]정부-대기업-지자체 결탁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수요예측 부풀려진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
ⓒ국토해양부 제공 민자고속도로 노선별 통행료 조정 내용
지난 달 28일, 9개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일제히 올랐다. 제일 많이 오른 곳은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로 각각 9,300원에서 9,700원, 5,900원에서 6,300원으로 400원이 올랐다. 이밖에 천안-논산고속도로와 인천대교가 300원,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서울외곽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가 200원이 오르는 등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통행료가 인상되었다.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개통 때부터 이미 논란이 되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다른 40㎞/8차로 구간의 요금이 2,638원인데 비해 6,400원이 책정되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3,996원인 똑같은 규모의 구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7,300원의 통행료를 받았다. 시작부터 2배에서 3배를 비싸게 받았는데, 작년에만 쉬었을 뿐 매년 쉼 없이 통행료는 올랐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민간투자사업의 매력은 정부나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는 모두 IMF 경제위기 직후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당시 재정이 부족했던 정부에게 민간투자사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민간투자사업은 커다란 재앙이 되었고, 얼마나 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하나 분명해진 게 있다면 앞으로도 수십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와 외국자본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는 점이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후 통행요금 인상, 정해진 수순?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사업초기단계에서 통행량 수요예측이 터무니없게 부풀려진 것. 9개의 민자고속도로의 실제 통행량은 당초 예상한 통행량의 57%에 머무르면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들어간 사업비는 변함이 없는데 통행량이 턱없이 적다보니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적자를 보게 된다. 문제는 이 적자의 대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 이유는 민간사업자와 맺은 사업실시협약서에 들어가 있는 ‘최소운영수입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실제 운영수입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추정운영수입의 일정한도를 미달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 조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전국 민자 고속도로에 정부가 지난해까지 지급한 금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 7,333억원 등 무려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 저조한 실제 통행량 → 막대한 적자 발생 → 통행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뻥튀기’ 수요예측은 민자고속도로 사업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모든 민간투자사업에서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사업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된 용인경전철의 경우 사업 협약 체결당시, 개통년도인 2011년 1일 예상승객은 14만6,180명이었지만 지금은 약 3만2천여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5배 가까이 사업성과가 부풀려지면서 용인시가 부담해야할 적자는 30여년 동안 2조5천억원에 이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주 사업비 부풀리기 등 특혜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거가대교 사업의 경우도 초기 수요예측이 부풀려지면서 향후 20년간 4조원의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러한 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이 챙기게 되는 몫이기도 하다.
ⓒ뉴시스 지난 달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은 '거가대교 특혜, 비리 검찰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쯤 되면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정책판단의 실수나 전문성 결여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민간투자사업은 사업발주처인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사업 초기 들어가는 돈이 없고, 도로 등 SOC 사업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완공 후 운영하다가 손해를 봐도 그 적자가 다 보전이 되니 말 그대로 ‘노다지 사업’이다. 사정이 이러니 실제 예상이 어떻든 ‘안 되는 사업’을 되게끔 하는 게 수요예측을 담당하는 기관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예측을 담당한 기관이나 담당자가 사업이 시작되어야 커다란 이득을 보게 되는 민간사업자와 유착관계였을 가능성,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당이득 환수하고, 책임 엄하게 물어야
이번 통행료 인상에서도 잘 나타났지만, 이제 민간투자사업은 이대로 가만 놔둬서는 안 될 커다란 종양과 같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애꿎은 국민들의 혈세가 민간사업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초기 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결과들이 나왔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통행 수요 측정을 다시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현실에 맞게 손실보전 조건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사업비를 부풀려서 막대한 초과이득을 얻은 정황들이 드러났다면, 정부가 사업을 다시 검증해서 이 부당이득을 국고로 환수하여 통행료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매번 엉터리 수요예측을 내놓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나 비리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통행료 인상과 같은 미봉책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애초부터 대기업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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