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5일자 기사 '프랑켄슈타인의 유령, 종편TV'를 퍼왔습니다.
[박래부 칼럼] 종편 백지화 운동,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민주 언론인과 시민단체들의 단호하고 줄기찬 반대 투쟁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보수 대중지들이 종합편성 TV를 일제히 내보내기 시작했다. 조중동의 횡포 속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민주언론에 또 한 차례 큰 재앙이 덮치고 있다. 동족을 잡아먹는 괴물 같은 종편TV로 인해 언론 생태계가 참담하게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한가로운 얘기일지 모르나, 지금의 언론사태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영국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가공할 괴물의 탄생과 마침내 파멸에 이르는 비극적 과정이 우리 언론에 통절하게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1816년 6월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저녁 스위스 레만 호숫가 별장에 영국 문인들이 모여들었다. 유명 시인 셸리와 그의 부인이자 소설가인 메리가 휴가를 온 별장이었다. 그들은 그날 밤 으스스한 분위기에 맞게 서로에게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인 바이런은 “각자가 괴기소설을 한 편 씩 쓰자”는 제안도 했다.
그날 밤 메리 셸리는 악몽을 꾸었다. 무시무시한 한 남자의 환영이 나타났고, 강력한 기계에 의해 그것이 깨어나서 괴롭게 꿈틀대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 악몽에서 탄생했다. 근대 공상과학소설의 백미이자 공포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되면서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진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이렇다.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공동묘지에서 모아온 뼈와 살로 키 244㎝의 인형을 만든 후 전기충격을 주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몸과 얼굴에 꿰맨 자국이 가득한 괴물이 만들어졌다. 이에 질겁한 프랑켄슈타인은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공포와 혐오가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고 탄식하며 괴물을 죽이려 한다.
이를 알아챈 지능 높은 괴물은 말을 빨리 익히고 인간보다 월등한 힘을 발휘하면서, 추악한 자신을 만든 과학자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괴물은 과학자의 신부와 친구를 살해한다. 증오와 복수심만 남은 프랑켄슈타인은 혹한의 북극까지 괴물을 쫓아갔으나, 탐험대 배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괴물은 과학자의 죽음을 확인한 뒤 자신도 분신자살하겠다며 사라진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이름이지만, 여러 차례 영화화하면서 괴물의 이름처럼 잘못 불리기도 했다. 끝없는 혐오와 공포, 전율을 주는 이 괴물은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캐릭터가 되어 있다.
소설 얘기가 길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종편TV가 날뛰는 언론 파괴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애초 어머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영생하는 인간을 창조해 보려다가 괴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보수지배 카르텔을 강화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종편을 탄생 시켰다. 이제는 국민이 아침 신문에 이어 저녁 TV방송까지, 수구적 가치관만을 주입하는 상업언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수구 언론에 종편을 선사하면서 한국 미디어산업의 국제화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종편이 걸음을 떼자마자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될 리 없다. 국제적으로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몸집을 키운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몸집을 키운다는 것은 국내의 경제력이 약한 타 언론사들을 초토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방송 시장이라는 언론계의 파이는 쉽게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와 시청자수가 한정돼 있고, 광고시장 또한 그러하다. 조중동이 지금까지 불법·부정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정론지를 밀어내며 부수를 확장해 온 사실이 그 점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광고시장 또한 그 전철을 밟게 돼 있다. 한 보고서는 종편의 등장으로 신문과 중소 프로그램 사용사업자의 광고매출은 각각 17% 감소하고, 지상파TV는 12% 줄 것이란 처절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종편TV는 필연적으로 여론을 수구적으로 왜곡 시켜 대중을 조종할 뿐 아니라, 광고시장에서도 중도·진보 언론이 버틸 수 있는 경영기반을 파괴해 버린다. 결국 지금도 크게 훼손돼 있는 언론의 진실보도와 여론의 다양성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박래부 / 언론인
다시 ‘프랑켄슈타인’ 얘기로 돌아간다. 전율과 공포로 교직된 이 소설의 탁월한 점은 인간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있다. 소설은 과학자와 괴물이 모두 파멸하는 것으로 끝난다. 학자 브루스 매즐리시는 “‘프랑켄슈타인’ 속의 과학자와 날뛰는 괴물의 모습에는 새롭고도 낡은 계명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은 창조하지 마라’이다”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유령처럼 배회하는 종편TV라는 반민주적 괴물에 대한 강력한 결론으로 읽힌다. 조중동으로부터 종편 사업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야당은 종편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계획하고 있고, 언론노조는 종편 불시청, 종편 출자기업 제품 불매, 종편 출연 불참여 등 ‘3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종편 백지화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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