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사설]인권의 날에 ‘인권몰락상’ 받은 인권위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9일자 사설 '[사설]인권의 날에 ‘인권몰락상’ 받은 인권위'를 퍼왔습니다.
한 국가의 위상은 국방력과 경제력 등 가시적인 힘의 크기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인권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정부를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들이 주권자인 국민들의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등이 그 국가의 진정한 역량과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10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출범한 이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신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대내외에 보여주었다. 조만간 서유럽의 내로라하는 인권선진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모든 것들을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수준으로 되돌려버렸다. 

세계인권선언일을 하루 앞둔 어제 인권위가 인권단체들로부터 ‘인권몰락상’을 받은 것은 지금의 인권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역할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권 현안을 앞장서 해결하기는커녕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권력기관의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었던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이 이 같은 불명예스러운 상을 인권위에 안긴 것이다. 이들은 또 인권위가 주최한 인권상 시상식에서 “인권위는 인권상을 줄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그동안 PD수첩 사건, 총리실 민간인사찰 사건 등 국민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한 채 정치권력의 눈치만을 살핌으로써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기본책무를 방기해왔다. 서울대 조국 교수 등 상임위원들과 전문·자문위원들이 이러한 행태에 항의하며 집단사퇴하자 인권위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인권옹호 의지와 자격도 없는 친정부 관변인사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따라서 인권위는 이번에 ‘반드시 받아야 할 상’을 받은 셈이다. 

우리는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태가 인권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인 인식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위를 향해 제발 본연의 직분에 충실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들은 척 만 척하거나, 오히려 어깃장을 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터이다. 이제 ‘이명박 인권위’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주문할 것도 없다고 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틀을 짜는 것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