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9일자 사설 '[사설]검찰, 특검 자초 말고 디도스 공격 배후 밝혀라'를 퍼왔습니다.
경찰이 어제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씨의 단독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선거 전날 공씨가 다른 전·현직 국회의원 비서들과 술을 마시던 중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위원장인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지인인 강모씨에게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한 사건에서 제기된 의문점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한 수사 결과에 비난과 조소가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짧은 수사 기간 등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수사 결과는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도 어려운 디도스 공격을 20대 후반의 일개 의원 비서가 술김에 우발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함께 술을 마시던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씨가 만류했는데도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설령 술에 취해 본의 아니게 범행을 지시했다 쳐도 깬 뒤에는 범행을 중단시키는 게 정상이다. 김 비서 등 술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의 행동도 석연치 않다. 그런 중대한 범죄 사실을 알았다면 설득해서 막았어야 했다. 또 공씨가 그토록 최 의원의 공을 세워주고 싶었다면 디도스 공격이 성공한 뒤에는 보고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처럼 배후의 존재를 의심할 정황은 차고도 넘치는데 경찰은 그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조사할 만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최 의원에 대해선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술자리가 벌어지기 전 저녁식사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는데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눈치다. 공씨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고향에 가서 지인에게 “누명을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현지 수사관들을 통해 공씨 부모와 친구 두서너 명에게 확인해보고 이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배후 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경찰의 수사로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더 커졌다. 사건을 넘겨받는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약속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배후와 범행 과정 등 의문점을 밝혀내야 한다. 선거 방해 행위는 국기를 뒤흔든 사건이다. 검찰 수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를 통해 다시 규명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검찰의 위상은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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