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사진가. 프레시안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진보신당 당원이며 네이버 <오늘의 포토>와 한국판 <내셔날 지오그래픽>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삶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 들지만, 기실 홀로 오지를 떠도는 일을 좋아한다. <흐르는 강물 처럼>, <레닌이 있는 풍경>,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사진가로 사는 법> 등을 쓰고 <중국 1997~2006>, <이상한 숲, DMZ> 등을 전시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pho 를 운영한다.
경북 예천 개포면 내성천변. 최소 수십년, 최대 백수십년 된 왕버들이 모두 학살당했다. 처참하게 잘려 나갔다. 말 못하는 나무라 그리 됐고, 무관심한 주민들이라 그리 됐다. 바라보는 지율스님이 속으로 운다. 이 처참하게 잘려나간 나무를 보며 의 이도를 생각했다. 봉건은 백성이라 했고, 군사정부 시절에는 스스로 민중이라 했다. 원로사진가 육명심은 둘을 합해 백민이라고도 했다. 요즘은 국민이라 한다. 하지만 국민국가의 동일체성은 황국신민의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나는 국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인민이라 한다. 나무든 인민이든 소리치지 못하면 이리 된다.







사진가와 스님이 만나면 강으로 간다. 이 겨울 내성천으로 간다. 서로 가난하니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지난 겨울, 경천대 사진을 들고 시청에서 광화문 일대를 걸었다. 낙동강은 무참히 깨져나갔고 스님은 거처를 내성천 깊숙이 옮겼다. 그리고 내성천 지킴이를 자처하며 사람들을 불렀다. 시인도 가고, 그림 그리는 이도 가고, 사진가도 갔다. 조계사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는 내성천 미술관이라 했다. 그 안에서 내성천의 기록 작업을 내보였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하지만 내성천을 가만두지 않았다. 몇일 전 스님은 한밤중에 전화를 했다. 목소리는 떨렸다. 내성천변 그 아름답던 왕버들이 모조리 베어졌단다. 나는 당장 내려가야 했다.




내성천이 아름다운 것은 첫 번째가 모래요 두 번째가 왕버들이다. 수변에서 자생하는 이 왕버들은 높이 20m 까지 자라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새로 나올 때 붉은빛이 돌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개포면 내성천에는 수백미터 왕버들 군락이 이어져 있다. 이 그늘 아래 물고기들이 살아가며 내성천의 생태를 이뤘다. 가끔 큰물이 나서 나무가 쓰러져도 그 옆으로 새끼 나무들이 또 자라 숲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끔찍하다. 수백그루의 왕버들이 베어졌다. 이건 학살이다. 이 자리에 자전거 도로를 내겠단다. 이 자리 뿐 아니라 수변의 나무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 잔가지들을 모아 둔 곳은 무덤 처럼 보인다. 나무의 무덤들이다. 지자체에서 8억원을 들여 정지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정지 작업이란 준설을 위한 것이다. 지천에 대한 예산이 통과되기도 전에 미리 작업을 해두는 것이다. 지자체가 기대하는 수천억원의 예산은 내성천을 어찌 바꿀 것인가? 내성천의 모래를 퍼내고 둔치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무슨 이득이 있는가? 이 광기의 삽질은 자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마져 으깨버릴 것이다. 지율스님은 깊게 절망한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늘 40km 쯤 돌아다녔다. 매일 저리 자전거를 타고 내성천을 도는 지율스님의 뒷모습에서 그래도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폭력을 멈출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 이 겨울 내성천에서 자전거 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5만원 짜리 싸구려 자전거지만 스님과 내셔날트러스트가 준비한다. 답사에 참가하는 이들이 몸으로 패달을 밟아가며 내성천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간초록을 http://www.spacechorok.com/home 들러 주시길. 우리가 자연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영혼을 구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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