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헌정질서 유린한 사이버 공격 배후 누구인가'를 퍼왔습니다.
지난 10·26 재·보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마비시킨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씨가 정보기술업체 대표인 고향 후배 강모씨 등 3명과 공모, 200여대의 좀비PC를 동원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그것도 여당 의원 비서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대미문의 선거 방해 사건이다.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선관위의 공무집행 방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행위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투표소 찾기, 후보자 등 각종 선거정보가 망라돼 있는 곳으로, 투표일 당일 이곳을 공격한 것은 민의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한 명백한 사이버 테러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것으로 과거 독재정권 시절 부정선거 공작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선관위 홈페이지가 마비된 오전 6시15분~8시32분은 야당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젊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투표할 투표소를 확인하는 시점이어서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방해받았다고 호소했다. 관건은 공씨가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최 의원과 한나라당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일개 의원의 운전 담당 비서가 사람을 3명씩이나 고용하고 좀비PC를 200대 동원하는 일을 단독으로 했다는 주장인데,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재·보선 당시 최 의원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홍보책임자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로부터는 ‘스핀닥터’(막후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홍보전문가) 역할을 주문받은 사람이다. 최 의원과 한나라당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찰은 어제 “공씨의 범행 동기와 목적, 배후, 공범 여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 의원 비서관 한 명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며 ‘꼬리자르기’ 수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이번 사건의 범죄 당사자는 물론 배후 등 범죄의 전모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KBS 기자의 민주당 대표회의 도청 의혹 사건처럼 어물쩍 처리해선 안된다. 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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