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선관위 테러는 단독범행? 보수언론의 여론조작 무섭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12일자 기사 '선관위 테러는 단독범행? 보수언론의 여론조작 무섭다'를 퍼왔습니다.
[용가리통뼈뉴스] "친구 한두명, 수십만원이면 저렴하게 된다"

조현오의 경찰은 ‘10.26 선관위 사이버 테러 사건’을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범으로 지목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씨 외에 국회의장의 비서, 친이계 전현직 의원의 비서들, 여기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 전직 검찰 수사관까지 범행 전에 공씨가 만나고 일부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무 일도 아니었단다. 범행에 가담했거나 그렇지 않았다는 인사들 대부분이 최구식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진주와 얽혀 있지만 아무 일 아니란다. 하물며 최구식 의원의 사촌형이대검 중수부장인들 아무 일이겠는가?

경찰이 밝히지 못했거나 아예 밝힐 마음이 없었던 건 배후뿐만이 아니다. 최소 수백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국가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비싼 일’을 그냥 해줬단다. 공씨가 체포되기 전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다 뒤집어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입막음을 했는지, 애초에 잘못 전해진 말인지 아무 일 아닌 것으로 되었다. 공씨가 몇달 전부터 디도스 공격에 대해 물었다는 공범측의 진술도 언론에 한줄 나오고 그만이었다.


10.26 재보선 당일날 있었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해 9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 그럼 경찰 발표대로 스물일곱살인 국회의원의 9급 비서가 그저 잘 보이려고 술김에 아는 사람 동원해서 국가기관의 전산시스템을 정교하게 특정 기능만 2시간 동안 마비시키는 일이 하루 만에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하고, 언론이 전문가를 취재해 보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KBS는 12월4일만 해도 이렇게 보도했다. “규모로 봐서는 하루 만에 준비하기 어려울 것… 아마도 사전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의 보안 전문가 중 한 명(권석철 대표)이 내놓은 평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며칠 뒤 KBS의 전문가 인터뷰는 달라졌다. 12월7일 이름을 숨긴 보안 전문가의 말은 이랬다. “그런 친구 1~2명만 있으면 서로 맡은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이틀 뒤 경찰은 ‘단독 범행' 결론을 내렸고 KBS는 더이상 전문가를 찾지 않았다.


중앙일보 12월7일 3면 .

중앙일보는 디도스 공격의 저렴성에 대해 지면을 연일 할애했다. 12월6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돈을 조금만 받고 해줄 수도 있다'는 고려대 교수 인터뷰를 실었고, 12월7일자 신문에서는 ‘디도스 공격, 수십만원 주면 OK… 저렴하게 해드립니다’라고 보도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에 거품 물던 중앙일보가 유독 이 사건에서는 양아치급 범죄 집단이 인심 좋은 이웃 상인쯤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어지간한 전문가들은 선관위 사이버 테러의 3대 성공 조건으로 ‘실력과 준비 시간, 돈’을 꼽는다. 3박자가 갖춰져도 2시간 동안 특정 기능만 마비시키는 것이 가능할 지 의심한다. 그리하여 ‘제3의 조력'이 필요하다고본다. KBS와 중앙일보뿐 아니라 방송과 조중동은 결코 깊게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가 집권 여당 관계자에 의해 사이버 테러를 당했는데 경찰은 배후도, 모의도, 검은 돈도 없었다며 아무 일 아니란다. 거대 언론은 아무 일 아닐 수 있는 논거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경찰을 도왔다. 아·무·일, 아주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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