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4일자 사설 '[사설]명분도 실익도 의문시되는 민주당 ‘조건부 등원’'을 퍼왔습니다.
민주당이 어제 ‘조건부 등원’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태’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반값 등록금 예산 반영 등의 요구 조건이 수용되면 12월 임시국회에 등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제시한 바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에 대한 국회 의장단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사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즉각 착수, 단독상정 방지 보장도 등원의 3대 조건임을 재확인했다. 조건부라지만 야당이 먼저 등원론을 거론하는 걸 보니 국회 정상화가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민주당의 ‘조건부 등원론’은 명분이 약한 것은 물론이고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국회의원의 등원은 학생이 공부를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당위다. 문제는 등원을 가로막는 현실이다. 현재 파국에 처한 여야관계는 한나라당이 저지른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로 비롯된 것이다. 그런 한나라당은 사과 한마디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소속 의원들에게 익명으로 등원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복귀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바람잡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 맥락에서 이종걸 의원이 등원 논의는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결의한 당원에 대한 배신이고, 한나라당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국회에서의 의제 논의는 수의 열세를 만회하기 어렵다며 내세운 10가지 등원 불가론은 새겨볼 만하다.
사실 등원은 대치정국에서 야당이 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다. 국회 파행은 본디 국정운영을 총체적으로 다뤄야 할 여당의 책임인 데다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측도 여당이다. 그러나 조건부든, 무조건이든 야당이 ‘등원’을 거론하는 순간 약효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야당이 알아서 ‘등원’의 명분을 찾고 나서는데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 등원론자들은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펴고 있으나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예산이라도 따내려면 등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지 모른다.
야당의 최대 책무는 여당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심한 이익불균형은 물론 경제주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은 한·미 FTA 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그런 여당을 향해 먼저 등원을 들먹이는 것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사실상 접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이 이 정권 들어서만 벌써 다섯번이나 날치기를 당한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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