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사설]전력공급·원전안전 어느 것도 믿을 게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5일자 사설 '[사설]전력공급·원전안전 어느 것도 믿을 게 없다'를 퍼왔습니다'
지난 14~15일 울진 원전 1호기와 고리 원전 3호기가 12시간 간격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 때문에 15일 피크타임 전력예비율이 한때 8.3%로 떨어져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하마터면 ‘9·15 정전 사태’가 재현될 뻔했다. 다행히 울진 1호기는 어제부터 발전을 재개했고, 정부와 전력회사들이 전력수급 비상점검회의를 열어 ‘문제없다’고 발표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닥치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잦은 발전소 고장으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이 초래됐다니 놀랍다. 정부는 예비전력량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단계별 비상조치에 들어가게 돼 있는데 그제 피크타임 예비전력은 549만㎾까지 떨어졌다. 정부와 한전은 올겨울 평균 예비전력이 400만㎾에 훨씬 못 미치고, 특히 내년 1월 둘째·셋째주에는 예비전력량이 100만㎾ 이하로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럴 때 그제처럼 100만㎾급 원전 한 곳만 불시 정지된다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전력회사들이 ‘수요관리’를 내세워 전기요금 올리고, 야간조명 단속에 나서면서도 정작 제 할 일은 제대로 못하는 꼴이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력수급 안정뿐 아니라 원전안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에 따른 지구적 재앙을 경험한 뒤 원전 21기를 모두 점검했다는데도 이번 사고가 난 것을 보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련 기관들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멈춰선 2기의 고장은 원전의 핵심부분에 문제가 생긴 때문이 아니라지만 원전안전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현재 정비 중인 울진 4호기는 증기발생기에 연결된 전열관 1만6400개 가운데 3800개가 마모된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 9월에는 4호기 정비 인력 32명이 방사능에 노출됐고, 11월에는 6호기가 오작동으로 멈추기도 했다. 고리 3·4호기 관리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중고 부품을 쓴 사실도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이제껏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9·15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 이후 재차 전면 점검에 나서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지금처럼 걸핏하면 발전소가 가동정지되는 부실관리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원전안전도 둘 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설비·운용의 문제에다 기강해이까지 총체적 부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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