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인 2011-12-07일자 기사 '“원주민 쫓아내는 뉴타운은 안된다”'를 퍼왔습니다.
김수현 희망서울정책자문위 위원장에게 서울시가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주민 쫓아내고 마을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뉴타운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교수(50·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20대에는 고인이 된 제정구 전 의원과 함께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을 했다. 30대에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활동했고, 40대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부동산 정책과 사회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했다. 환경부 차관도 지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한명숙 캠프와 지난 10·26 보궐선거 때 박원순 캠프에서 각각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농담 삼아 직업이 ‘본부장’이라고 말할 정도. 현안에 밝다.
지난 11월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빈민운동, NGO,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를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자문위원회는 정책 전문가 33명, 시민사회 대표 14명,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 등 7개 분과 54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되었다. 내년 1월까지 2개월 동안 한시 운영된다. ‘박원순호’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조언을 하고, 그 결과물이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전 인수위원회를 연상하면 된다. 총괄 업무를 담당하게 된 김수현 자문위원장을 만나 뉴타운,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서울시가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물었다.
‘박원순호’ 서울의 자문을 맡은 김수현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맡아 부동산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두 차례 서울시장 선거(2010년, 2011년)에서 정책과 공약을 담당했다.
이번에 나경원 후보의 공약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명숙 후보의 공약을 많이 베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복지와 교육, 사람 중심의 정책 등 지난 선거 이슈로 정리가 되었어야 할 부분을 오세훈 전 시장이 거부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개발주의적 성과주의에 집착했다.
김현옥 전 시장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 전공이 도시계획이다. 역대 시장에게는 각각의 시대적 정신과 과제가 있었다. 그걸 잘한 시장은 당대에 욕을 먹었건 아니건 훌륭한 시장이다. 김현옥 시장은 박정희 시대의 사람이다. 재임 시절에 세운상가를 만들고, 남산터널을 뚫었다. 청계고가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는 서울의 인구가 매년 7~10%씩 늘어나고 있었다. 고속 성장을 해야 하는 서울의 시대적 과제에 맞게 행동한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개발주의 시대의 끝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잘나가니까 너무 흥분해버렸다. 1971년에 광주대단지(현재의 성남시)를 만들어 판자촌 사람을 집단 이주시키려 한 일이 있다. 그때 옮기려는 인구가 서울 인구의 10%였다. 이명박 전 시장이 뉴타운을 만들 때 거기 사는 인구가 10%였다. 서울 인구의 10%가 사는 곳을 4년 만에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었던 셈이다. 그 후유증이 지금 (뉴타운 몸살로)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먼저 전임자가 잘한 것은 계승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모조리 지우기’ ‘보복식 행정’은 정말 퇴행적인 행정 문화다. 특히 마을과 복지가 중요하다. 이전에는 마을을 해체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여겼다. 뉴타운을 만들 때도 마을 커뮤니티를 말하면 우습다는 식이었다. 뉴타운 사업이 잘되려면 원거주민이 많이 떠나야 한다고 보았고, 원거주민이 10%가량 재입주하는 데 그쳐도 성공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제 그런 커뮤니티 파괴형 개발은 불가능하다. 복지도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양극화 문제로 서울에 위기 계층이 갈수록 늘어난다. 서울다운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에 왔다. ‘돈이 남으면 복지 하자’고 하면 평생 못한다. 박원순 시장은 복지가 투자라고 말한다. 복지는 일종의 투자이고, 경쟁력이다.
남은 임기가 2년8개월이고, 조정할 수 있는 예산도 많지 않을 텐데.
서울시 1년 예산이 20조원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은 1조원 정도다. 많은 단체장이 도로 놓고 건물 짓고 하는 하드웨어적 정책에 왜 집착하느냐면 빨리 표가 나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개척하는 건 어렵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시장에 대한 평가 잣대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역대 시장에 대한 평가 방식이라면 박 시장이 좋게 평가받을 방법이 없다. 박 시장이 경전철을 뚫겠는가, 한강에 배를 띄우겠는가? 박원순 시장의 현장 행보가 평가 잣대를 바꾸게 하리라고 믿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고유 임무는 주민의 복리이다. 복지와 생활 형편을 챙기는 것. 박 시장의 공약이 상당 부분 서민 생계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져 있다.
11월14일 자문위 출범식에서 박원순 시장(왼쪽)과 대화하는 김수현 위원장.
어느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이 수습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한 건가?
뉴타운과 부채 문제다. 이명박 전 시장 당시에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사는 넓은 구역에서 급하게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것부터가 파국을 잉태하고 있었다. 정치권도 거품에 대한 기대에 빠져 있을 시기였다. 그 당시에는 그게 시민들의 요구처럼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은 ‘욕망의 정치’ ‘개발 정치’라고 하지 않았나. 뉴타운 사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뉴타운 사업이 성립하려면 집값이 끝없이 올라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빠져버렸다. 뉴타운 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구청장들이 인가를 막 내주었는데, 그 구청장이 싹 바뀌었다. 자문위원회는 중장기 계획을 다루기 때문에 뉴타운 문제는 자문위 논의를 넘어선다(김수현 자문위원장은 “뉴타운 문제는 별도로 행정 내부에서 다룰 것이고, 현재로서는 부동산 시장에 ‘시그널(신호)’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며 이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지역별 사정을 파악하고 주민의 요구와 특성을 감안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수습 내지는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부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서울시 부채가 25.5조원이다. 임기 내 7조원을 감축하는 게 박 시장 공약이다. 이명박 시장 말기부터 오세훈 시장 때 부채가 대폭 늘어났다. SH공사의 부채가 18조원으로 가장 많다. 부채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을 짓거나 지하철을 건설하다 생긴 부채라면 차기 시장, 차차기 시장 때 등으로 세대별 분담을 해야 한다. 부채 성격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여의도에 무역항을 만들고 5000t짜리 크루즈를 띄워 중국 칭다오와 일본을 가겠다는 계획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지금 한강에 떠 있는 유람선이 300t짜리다. 한강은 계절에 따라 물의 수위 차가 크다. 그게 외국 도시를 흐르는 강과 큰 차이다. 5000t급 대형 배를 띄우려면 수심 6m가량을 파야 한다. 그게 운하다. 그렇게 되면 다 뒤집어야 한다. 또 바다에 뜨는 배는 밑이 뾰족하고, 강을 다니는 배는 바닥이 평평하다. 기술적으로 강과 바다를 둘 다 다니는 배가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감사원에서도 경인운하에 배를 띄우지 말라고 했던 거다. 이것 말고도 한강과 관련한 몇 가지 사업이 있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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