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MBC 기자들, 반성하고 쇄신하라'를 퍼왔습니다.
[바심마당] 최진봉 /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그나마 KBS에 비해 상대적으로공영방송의 자존심을 지켜오던 MBC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공영방송으로서의 명성은 물론 시청률마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방송 공영성의 지표가 될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은 무늬만 공영방송인 KBS와 상업방송인 SBS에도 뒤쳐져 주요 지상파 방송중 만년 꼴찌로 주저 앉았다. 이러한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 하락의 주 원인이 무엇인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경영진들이 깊이 반성하고 숙고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MBC 뉴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눈에도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이는 시청률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MBC 뉴스가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편파보도로 인해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KBS 기자들이 당했던 것처럼 최근에 정권 편향적인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로 MBC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마저 겪었다.
지난해 3월 현 정권에 껄끄러운 내용을 다루려는 MBC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제작진을 강제로 제작현장에서 쫓아내고, 5월에는 이에 항의하는 제작진에게 보복인사와 본보기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포기했다. 그리고 급기야 9월에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편 제작진을 징계하고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를 통해 정권에 굴종적인 사과방송까지 내보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 대한 편파보도와 장관 인사 청문회 의혹에 대한 축소 보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편파 보도에 이어 10월 26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 대한 불공정한 보도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함께 작년 말에는 한미 FTA 반대 집회 관련 뉴스의 누락과 편파보도 그리고 미국 법원의 BBK 판결문 축소보도로 인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시청률 하락의 주 원인인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 하락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시청률 하락이야말로 도전정신을 키우는 자극제라며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시간대 이동과 형식 변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청률 하락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MBC가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프로그램의 시간대와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 회복으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시간대와 형식만 바꾼다고 해서 이미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야말로 통렬한 자기반성과 쇄신만이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MBC 기자들이 이러한 문제점과 시청자들의 지적에 사죄를 표하고 뉴스 정상화를 위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MBC기자회는 MBC가 더 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속에 MBC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에 참가한 MBC 기자들의 절대다수인 86.4%가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불신임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보도본부장과 국장에 대한 기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었다. 카메라 기자들의 모임인 MBC영상기자회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90%의 불신임을 기록했다.
이번 MBC 기자들의 투표결과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뉴스 제작과정에서 얼마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자세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MBC 경영진은 실제 취재과정과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고 체험한 이러한 기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기자들의 이러한 충정 어린 요구에 대해 듣기는커녕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MBC 경영진은 이번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던 박성호 MBC 기자회장을 그동안 진행해 왔던 MBC 에서 갑자기 하차시키고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회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MBC 기자회는 제작거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 하겠다고 밝혔고, MBC 노동조합도 김재철 사장의 퇴진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MBC 구성원인 기자들과 시청자들의 요구는 한결 같다. MBC가 정권의 눈치 안 보고 불편부당한 공정한 방송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이 길만이 땅에 떨어진 MBC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MBC는 기자들의 통렬한 반성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맞이했다. 만약 MBC 경영진이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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