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김만구 / 중부일보 기자

1년 전 겨울. 전국에 구제역 쓰나미가 덮쳤다. 구제역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를 묻었다. 산 채로 구덩이에 내몰리는 돼지들을 보며 공무원은 눈물을 떨궜다. 돼지는 우리를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쳤지만 포크레인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참혹함에 농장주도 울고 공무원들도 울었다.
공무원들은 낮에는 살처분 밤에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구제역방역에 나섰다. 유독 그해 겨울은 눈도 많았고 추웠다. 파주시청 공무원 10여명이 손가락 절단사고, 추락사고 등 사고를 당했다. 살처분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징후로 과도한불안과 걱정, 불면증,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 여성 공무원은 “계속 눈물이 나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귀속을 맴도는 울음소리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3월에 구제역 가축이동제한이 해제되고 참혹했던 구제역 겨울은 끝날 듯 했다. 하지만 언 땅이 녹으면서 또 다시 문제가 터졌다. 구제역 매몰지 곳곳에서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상이 걸렸다.  매몰지별로 전담반도 꾸려졌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비라도 쏟아지면 그들은 우비를 입고 현장에 뛰어갔다.
전문가들은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돼 쥐나 다른 동물들이 매개해 전이가 일어나고 확산될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침출수에는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성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또 병원균과 식중독균 등이 섞여서 나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심했다. 그러던 3월, 한 통의 공문이 지자체에 도달했다. 농림식품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꼼수를 냈다. 사체를 매몰지에서 빼내 퇴비 등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이다. 농림부는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몰지는 원통형 저장조를 활용하고, 친환경 발효를 통해 퇴비화시킬 것’ 등의 내용의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별도로 농림부는 법개정도 착수했다.  현행법에서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불법이었다.
법도 개정되기 전에 시범케이스로 농림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파주의 한 현장에서 사체 퇴비화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퇴비를 조경수에 뿌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권고 공문을 내려 보낸 3월이후 5개 시·군이 매몰지 9곳을 뒤집었다.
하지만 법개정이 정부내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2차 세균 오염이 우려돼 개정안이 용도폐기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비료관리법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행정예고 때 허용했던 ‘가축 사체를 비료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자체가 삭제됐다. 안정성 논란이 휩싸인 법 조항이 신설되지 못하면서 중앙재단대책안전본부의 공문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정 때문이 5개 시·군은 졸지에 비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어긴 꼴이 됐다.
현행 법에는 ‘도축이 금지된 가축과 그 가축의 사체·축산물 및 부산물’을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이 터지자 농림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그 해명이 가관이다. 모든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서 저지른 행위’라고 발뺌했다. 사체 비료화를 직접 진두지휘까지 하고서도 말이다.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해당 지자체는 “1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되받아 쳤다. 당초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전문가들은 “사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80℃의 온도에서 모든 세균이 사멸하지는 않는다”면서 “세균이 영양소,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증식할 확률이 높아 2차 균 오염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침출수를 제거한다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한 전문가는 “1347년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인해 유럽 전체 인구 4분의 1이 죽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2003년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맹위를 떨친 사스도 29개국으로 감염이 확대돼 환자 8000여명, 사망자는 774명이나 됐다”면서 “아직까지도 페스트나 사스가 창궐한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구제역 사체가 분해되려면 아직 2~3년이 남았다.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고가 헛되게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켜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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