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박근혜의 전략은 ‘시간 끌기’(?)'를 퍼왔습니다.
‘돈봉투 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다시 재창당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출신 ‘쇄신파’ 들은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최근 정 의원은 여러 차례 트위터를 올렸다.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고친다는데. 솔직히 얘기합시다. 정강정책 본 사람 있어요? 국회의원도 거의 없을 걸요. 지금도 더 고칠 것도 없이 충분히 진보적이죠. 양극화, 비정규직 대책, 유연한 대북정책 등 다 있어요. 문제는 사람이지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그거라면 정말 아니고. 그렇담 뭐가 있는지, 언제까지 보여줄 건지, 그러다 결국 안 되면 어떻게 할 건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등에 답이 있어야.”
정 의원의 발언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주장해 온 박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위원장의 태도 역시 싸늘하다. 박 위원장은 12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재창당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제동을 걸었고, 공천 기준과 관련해서는 “16일까지 작업을 마치라”고 지시했다. 박 위원장의 단호한 태도에 따라 비대위는 별다른 논란 없이 회의를 마쳤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어느 쪽도 친이계에 불리
박 위원장이라고 해서 현재의 한나라당 그대로 총선에 임할 수 없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당명 개정이나 재창당 같은 형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은 비주류가 재창당을 요구하고, 주류가 ‘질서 있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비주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오너’였다.
여기에는 총선을 앞둔 여권의 분열 문제가 놓여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여권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친이계로서는 ‘박근혜당’은 싫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당을 ‘깼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친이계가 자폭 테러를 하면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가 나서서 당의 깃발을 내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들의 운신 폭이 늘어날 것이라 보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자폭 테러’는 장제원 의원이 거론한 비대위원 비리 의혹,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전 지도부가 거론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돈봉투 의혹 등이다. 이 의원은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된다”면서 “이들이 정리되고 나면 그 때야말로 본격적인 쇄신의 시기”라고 내다봤다.
친이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결국 박 위원장이 친이계를 모두 물갈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도 공천을 노린 ‘팀킬(같은 편 공격)’이 출발이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어차피 목표는 이재오 등 반대세력”이라며 “이들이 거세되고 나면 다시 천막당사를 치면서 용서를 비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이계나 친박계나 모두 공천이 핵심이라는 데는 공감을 하는 셈이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 두 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매우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박희태 캠프로 치고 들어간 검찰은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 씨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에 이어, 원외 조직을 담당했고 이재오 계의 핵심 인사인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불러서 조사했다. 어떤 쪽에서든 수사 성과가 나오면 박희태 의장은 물론,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 이재오 이상득 등 친이계 실세들까지 연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도 친이계에게 불리하다. 한나라당 해산 이후 헤쳐모여가 되건, 집단적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 되건 친이계로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대로 설을 넘기고 2월 들어 여야의 공천이 본격화되면 공천을 못 받은 ‘루저(looser)’들의 반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대로 사태를 끌고 갈 경우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이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당이 조기에 분열되어 보수 경쟁 국면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 앞서 인용한 친박계의 재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3월 12일이었고, 그해 총선은 4월 15일이었다. 한 달이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정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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