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2일자 기사 'MB 종친이 설립한 '표암문화재단' 정권실세가 봐줬나?'를 퍼왔습니다.
요건도 안 되는데 기재부 '지정기부금단체' 지정...개인·법인 모금 길 열어
ⓒ민중의소리 유동수 디자인실장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복원사업의 주체는 최근 재단법인 '표암문화재단'에서 '표암화수회'로 변경됐다. 고향집 복원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건축주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표암문화재단과 표암화수회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재단 목적에 맞지 않은 MB 고향집 복원 사업 벌인 이유는
표암문화재단측은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건축주 명의를 재단에서 표암화수회로 변경했다. 표암문화재단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돼 있는데, 기획재정부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복원 사업은 표암문화재단의 사업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고향집 복원 상량식 소식이 경주 지역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것을 계기로 여타의 언론이 표암문화재단측의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복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기 시작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이같은 회신을 재단측에 하게 됐다.
그렇다면 표암문화재단은 왜 재단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 사업을 벌이게 됐을까? 표암문화재단과 표암화수회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단체는 인적구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표암화수회는 경주 이씨 종친회이고, 표암문화재단은 종친회측에서 2009년 10월 27일 설립한 문화재단이다.
표암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상록(68) 씨로 이명박 대통령과 족보상 같은 항렬의 인사다. 이 씨는 한나라당 경북도당 부위원장 외에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데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비상임이사로 한수원 이사회 의장을 지내고 있기도 하다. 그외 표암문화재단의 부이사장, 이사 등 대부분의 임원도 경주 이씨 종친들이다.
표암문화재단 관계자는 고향집 복원사업 추진 배경과 관련, "(이 대통령) 생가는 아니고 (잠깐 살았던) 고향집 형태에 가깝게 복원을 하려고 하게 됐는데, 표암화수회 어르신들은 연세도 많고 하니까 (실무를 할 젊은 사람들이 있는) 표암문화재단에서 사업을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표암문화재단에는 상근하면서 재단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 지난 10일 기자가 경북 경주시 동천동 표암문화재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건물 윗층에 있는 다른 사무실 관계자는 "(표암문화재단 사무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고향집 복원사업을 표암문화재단에서 하나, 표암화수회에서 하나 어차피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매 한가지이기 때문에 표암문화재단에서 고향집 복원 사업을 하기로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표암문화재단에서 고향집 복원 사업을 할 경우 자금 마련이 더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표암문화재단은 기획재정부에서 지정한 '지정기부금단체'로 개인과 법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표암문화재단 관계자는 "(고향집 복원 사업은) 공사비 3억5천만 원, 부지 매입비 3억5천만 원 등 모두 7억 원 가량을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돈을 받거나 그런 거 없이 순수하게 종친회원들로부터 모금을 해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종친회에서 1억원 가량 밖에 모금을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정권 말기이고 이 대통령 인기도 떨어지고 하다보니 기부하기를 꺼려 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양지웅 기자 경북 경주시 동천동 표암문화재단. 4층에 재단 사무실이 있고 바로 아래 3층에 경주 이씨 종친회인 포암화수회 사무실이 있다.
요건도 안 되는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배경은
이번에 표암문화재단을 취재하면서 이해 안 되는 대목을 여럿 발견했다. 우선, 표암문화재단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는데 권력 실세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표암문화재단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될 당시, 지정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사단·재단법인 설립허가기관의 추천이 있어야 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심사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하거나 반려한다. 표암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천을 받아 2010년 3월 31일 기획재정부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
재단이 설립되고 6개월도 채 안 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것인데, 표암문화재단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될 당시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모두 5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중에 '홈페이지가 개설되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정관이 기재되어 있으며, 연간 모금액 및 실적을 다음해 3월말까지 공개할 것'이라는 조항이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조항이다. 합법적으로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기부금 모금과 사용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없더라도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기부금 내역을)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놓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암문화재단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될 당시 카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표암문화재단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cafe.daum.net/pyuam)가 있으나 지난해 10월 28일 개설된 것이다.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고 나서 1년 반도 더 지나서 카페를 개설한 것이다. 카페를 개설한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상량식을 마친 후로, 표암문화재단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급하게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카페가 개설된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2월 26일까지 이 카페에는 모두 13건의 게시물만이 올라와 있다.
결산내역 보고를 봐도 표암문화재단이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결산보고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09년 11월 27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1천5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지출내역을 보면 재단설립과 관련한 등기비용, 전세보증금, 사무실 물품구입비, 통신료 등 운영·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향사봉행'으로 1천500만원을 썼다. '향사봉행'은 쉽게 말하면 제사를 말한다. 기부금을 걷어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데만 다 썼다는 것이다.
표암문화재단 정관을 보면 설립목적은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미래문화 창출에 기여한다'고 돼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민정신문화의 사상과 업적의 연구 및 양양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연구 및 이와 관련된 사업 △표암공(경주 이씨 시조)의 정신문화 계승 연구 및 향사 봉행 등이 있다.
표암문화재단 관계자는 특별한 활동내역이 없는 상태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것에 대해 "지정기부금단체는 신청만 하면 다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개인과 법인으로부터 기부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고, 기부를 하면 개인은 소득금액의 10%를, 법인은 소득금액의 5%를 공제해주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도 일정금액까지는 부담없이 기부를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신청만 하면 다 되는 건 아니고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지정을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도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종친회가 설립한 '표암문화재단'은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양지웅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속칭 '덕실마을' 초입에 복원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