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2일자 사설 '[사설]‘정연주 무죄’는 ‘정치검찰의 유죄’다'를 퍼왔습니다.
한 기업체가 세금 부과에 불만이 있어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이겼다. 항소심 진행 중 법원이 조정을 권고했다. 사장이 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이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어느 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스토리다. 최고경영자의 판단에 따른 경영행위인 까닭이다. KBS에선 사정이 달랐다. 사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항소심 승소가 예상되는데도 재판을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이유였다.
어제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556억원만 돌려받고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검찰은 ‘상급심 승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영부실 책임을 면하고 사장 직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3심의 일관된 판단대로 그 누구도 재판 확정 전에 그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다. 심지어 담당 재판부도 판결문을 완성하는 순간까지 다양한 법적 논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하지 않는가. 더욱이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기소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조정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시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선고에 대해 대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실토했다고 한다. “무리한 기소였던 것 같다. 정 전 사장이 배임죄를 범했다면 조정을 권고한 판사는 배임 교사범이 되는 것 아닌가.” 검찰조차 잘못된 기소였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뒤늦은 고백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 검찰이 보여준 ‘정치검찰’의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제작진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박대성씨 역시 기소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이 위헌 선고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법원이 정치검찰의 행태에 엄중한 심판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권이 자행해온 정치보복성 표적 수사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검찰개혁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정 전 사장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사장 직에서 해임하는 데 관련된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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