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2일자 사설 '[사설]영세상인 갈취 ‘무법천지’ 남대문시장뿐이겠나'를 퍼왔습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온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과 경비원 등 9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6년 넘게 청소비·자릿세·화장실 사용료·통행세 등 온갖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겼고, 영세상인과 노점상들은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돈을 뜯겨왔다니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경찰은 (주)남대문시장 임직원들이 마치 ‘봉건제국의 제왕’ 같았다고 밝혔다. 상인 위에 군림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해 배를 채웠다는 뜻이다. 47명의 시장관리회사 임직원들이 시장 이면도로의 노점상들로부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챙긴 자릿세가 6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의 급여가 직원 110만원, 상무 180만원에 불과했다니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 생활하도록 사실상 방치한 꼴이다. 경비원들이 개별적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고, 일부 상가 운영회의 임원들도 노점상들에게 화장실 사용료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노점상연합회는 비가입 노점상들에게 손수레를 시가보다 비싸게 강매해 배를 불렸다. 반면 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상은 시장관리회사에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하니 힘없는 영세 노점상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한 꼴이다.
이런 갈취 행위가 국내 최대 재래시장에서 수년간 버젓이 자행돼왔다는 사실은 관할 구청이나 경찰 등의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재래시장 경비원 등이 상인이나 노점상에게 금품을 상납받았다가 적발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그때마다 구조적 비리 의혹이 일었지만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았다. 이번처럼 시장관리회사나 상가운영회, 노점상연합회 등까지 개입된 먹이사슬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이 1년 가까이 상인 166명의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수사에 잘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법천지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착취 구조가 깊게 뿌리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힘없는 상인이나 노점상을 갈취하는 비리가 남대문시장 주변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재래시장은 속성상 지배구조나 경영의 투명성이 낮을 개연성이 크다. 불법행위나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경찰은 재래시장 주변이나 노점상 갈취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정부나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재래시장의 지배구조와 경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구조적 비리를 뿌리뽑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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