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3일자 기사 '정연주 해임 논리 제공 조중동에게 '부끄러움'이란'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중국 오 나라에서 낯가죽을 벗기는 형벌 처했다는데
6명의 KBS 여당 이사들이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던 것은 지난 2008년 8월 8일이다. KBS 관계자들은 그날의 일을 ‘8.8사태’라고 부른다. 베이징올림픽이 개막하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KBS의 풍경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등 비판적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는 원전 수출 등 국책 사업에 대한 관제 홍보 프로그램, 이병철 생일 기념 열린 음악회 등이 편성됐다. 비슷한 시점에 대통령의 주례연설이 라디오 방송에 정규 편성됐다.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들이 '천안함'과 '4대강' 등 권력에 불리한 이슈를 고발하고자 하면 ‘윗선’에서 찍어 눌렀다. 대신에 '국군 장병 돕기 발열조끼 성금' '천안함 희생자 성금' 등 각종 계도 프로그램이 장려됐다. KBS는 정권의 ‘김비서’였다.
정연주 사장이 해임된 다음날, 조중동이 올렸던 환호작약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에 대한 축하와 맞먹던 수준이었다. 2008년 8월 9일 조중동은 베이징올림픽 개막과 나란히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1면에 실었다. 1면을 받아 사회면에선 심층적이고, 상세한 해설 기사를 썼다. 조선과 중앙은 사설까지 쓰며 ‘3단 콤보’로 지면을 마무리했다.
당시 조중동은 정연주 사장의 ‘배임 혐의’를 고리로 적극적이란 표현은 부족할 정도로 공세적인 해임을 건의했다. KBS 여당 측 이사들의 주장 그러니까 법원에 의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논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옮기던 ‘스피커’ 역할을 했다. 어쩌면 해임 논리 자체를 조중동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당시, 조선은 ‘정연주 사장의 경영실패 사례’를 5가지로 정리했다. 배임 혐의는 법적으로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으니 정정보도라도 해야할 판이다. 조선이 꼽은 나머지 이유들 역시 돌이켜보건데 합당한 것이 하나도 없다. 조선은 '정연주 방송이 좌편향적, 비도덕적, 분열적 틀과 무능경영이었다'며 정연주 사장을 “정권의 낙하산”이라고 규정했었다. 당시, 조선일보가 했던 KBS에 대한 규정은 ‘좌편향’을 ‘정권편향’으로 바꾸면 정연주 체제보단 이병순-김인규 체제의 KBS에게 딱 들어맞아 보인다.
▲ 정연주 사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KBS 사장’이라고 했다. 정작, 지금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이는 누구일까? 08년 8월 9일자 중앙일보 캡쳐.중앙 역시 ‘부실 경영과 편향 방송’이 해임 이유라고 했다. 당시, 중앙은 ‘유로2008 축구중계 방송사고’의 책임까지 정연주 사장에게 물으며 KBS를 “특정 이념과 가치에 치우친 편향방송”이라고 단언했다. 홍석현 회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의도적인 좌우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사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전하는 것”을 중앙의 지향으로 제시했다. 노골적 편향으로 의도적 좌우 대결을 유도했던 당시 보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 생각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한 것에 대해선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해설하던 중앙의 사설 제목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KBS 사장’이었는데, 이 제목은 고스란히 중앙에 돌려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당시, 동아는 무려 10가지의 해임 이유를 들었다. 지금 읽어보면 정말 가당치도 않은 것들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유 가운데 첫 번째가 경찰을 폭행한 시위대를 취재하지 않은 것은 사장 책임이라고 꼽은 대목이다. 동아의 논리대로라면 KBS가 4대강을 취재하지 않은 것은 김인규 사장의 책임이오, BBK 취재를 않은 것은 이병순 사장의 책임이다. 동아의 논리적 모순은 해임 이유들이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도 맞지 않는 것에서도 확인되는데, 정연주 사장이 ‘취임 이후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행한 팀제는 ‘기형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각설하고, 이랬던 조중동이 정작 정연주 사장의 해임 근거가 무너진 상황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13일 조선일보는 해당 내용을 아예 기사화하지 않았으며 중앙과 동아는 17면과 16면에서 박스기사로 겨우 단신 처리했을 뿐이다.
딱 잘라 말하자. 이건 언론이 아니다. 도저히 저널리즘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중앙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라고 했던 정연주 전 KBS사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적어도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기본조건으로 꼽히는 것이 ‘부끄러움을 아는 것’ 즉, ‘염치’다. 고대 중국 오 나라에선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박면피’ 그러니까 낯가죽을 벗기는 잔혹한 형벌에 처했다고 하는데 대체 부끄러움이란 걸 아예 모르는 후안무치 조중동은 어찌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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